감세 추진하다 총리 교체된 영국, 결국 고소득층 증세로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 부과
고소득층 증세 등 추진
감세 정책을 추진하다 총리 교체를 겪은 영국 정부가 결국 횡재세 인상 등을 통해 약 88조원의 재정을 확충하기로 했다.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부 장관은 17일(현지시간) 하원에 출석해서 영국의 경제 신뢰도를 회복하고 타격받은 국가 재정을 수습하기 위한 긴급 예산안을 발표했다. 헌트 장관은 “영국은 코로나19 이전보다 가난한 유일한 주요 7개국(G7)”이라며 이번 예산안의 목표는 “생계비 위기를 해결하고 영국 경제를 재건할 것”이라며 “안정, 성장, 공공서비스를 중점에 뒀다고 말했다. 특히 물가 상승세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재무부는 향후 5년 동안 증세와 지출삭감으로 550억파운드(88조원)의 재정을 충당할 계획이다. 2024년 1월부터 2028년 3월까지 에너지 기업 수익에 대한 횡재세(에너지 이익 부담금)를 25%에서 3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전기 사업자들에 대해 45%의 임시 부담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헌트 장관은 소득세 최고세율 시작점을 연 15만파운드에서 연 12만5000파운드로 낮추고, 전체적으로 과세 구간을 2028년까지 고정시킨다고 밝혔다. 이렇게 하면 최고세율 과세 대상이 늘어나고 전체적으로도 소득세를 더 많이 내게 된다.
2028년 4월까지 소득세, 국민보험, 상속세 공제액과 한도액이 2년 더 동결된다. 배당세액공제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전기차에 대한 소비세도 면제도 폐지된다. 국방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최소 2%로 유지한다. 앞서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3%를 공약했다.
영국 재무부는 재정 확충을 위한 지출삭감도 병행한다. 영국 언론들은 정부가 550억파운드 가운데 250억파운드를 증세로, 300억파운드를 지출삭감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헌트 장관은 긴축 충격에 관한 우려를 의식한 듯 “취약 계층을 보호할 것”이라면서 “연민을 가진 정부”라고 말했다. 트러스 전 총리와 쿼지 콰텡 전 재무장관의 ‘미니 예산’에 관해서는 성장을 우선시한 것은 옳았지만,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감세는 위험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트러스 전 총리는 450억파운드(약72조원) 규모 감세안이 담긴 ‘미니예산’을 발표했지만 재정 전망을 내놓지 않아 신뢰를 잃고 금융시장 대혼란을 초래했다. 결국 그는 혼란의 책임을 지고 취임 44일 만에 사퇴해 역대 최단기 집권이라는 불명예를 남겼다.
예산책임청(OBR)은 영국의 경기 침체가 1년간 계속될 것이라고 봤다. 경제성장률은 내년에 -1.4%로 지난 3월 전망치(1.8%)보다 크게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4년 성장률은 1.3%로 예상했다. 물가 상승률은 올해 9.1%에서 내년 7.4%로 내려가지만 실업률은 현재 3.6%에서 2024년 4.9%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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