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끼리 통하는 ‘위로와 신뢰’

황민국 기자 2022. 11. 1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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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이 손흥민에게 “너의 무게 잘 알아…다치지 말고 뛰어”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이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둔 캡틴 손(흥민)에게 응원과 당부 메시지를 보냈다. 사진 왼쪽은 지난 16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팬페스티벌에 참가한 박지성, 오른쪽은 안면 부상 뒤 처음으로 대표팀 훈련을 소화한 뒤 인터뷰하는 손흥민. 도하 | 권도현 기자
11년 전 ‘방장과 방졸’로 첫 인연
7번에 국가대표 주장 ‘같은 길’
독일 월드컵 나도 부상 안고 뛰어
출전만 하면 최고 기록 세울 것
가장 중요한 건 월드컵 결과지만
부상 없이 대회 잘 마무리하길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박지성(41·전북 현대 테크니컬 디렉터)은 옛 룸메이트를 떠올리며 안쓰러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꼭 11년 전 방장과 방졸로 첫 인연을 맺은 ‘캡틴’ 손흥민(30·토트넘)은 안면 부상을 안고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나선다. 박지성은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뛰는 국가대표, 여기에 책임감까지 더한 주장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꿈의 무대’가 열리는 카타르 도하를 방문한 박지성은 지난 16일 현대자동차 국제축구연맹(FIFA) 박물관 개관식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손)흥민이는 뛰려는 마음이 있으니 월드컵에 참가했을 것”이라며 “또 다칠지 모른다는 부담을 안고도 경기장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나라를 대표해서 뛴다는 것은 소속팀과는 전혀 다른 동기부여와 마음가짐”이라면서 “월드컵은 4년에 한 번씩 열린다. 전성기에 참가하는 손흥민에게 더욱 특별할 것”이라고 손흥민 개인은 물론 대표팀의 일원으로 마주하는 월드컵의 의미도 이해했다. 그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떠올린 박지성은 “나도 발목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하지 못한 채 참가했던 대회”라며 “부상을 참고 뛰어야 하는 아쉬움은 선수가 아니면 모른다. 그래도 선수는 부상을 핑계로 댈 수가 없으니 정신적으로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손흥민의 롤모델이었다. 동시에 서로 이해할 만한 공통점도 적지 않다. 대표팀에서 나란히 등번호 7번을 달고 뛰면서 태극전사의 캡틴으로 사랑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박지성이 2011년 아시안컵에서 국가대표를 은퇴하며 내려놓은 주장 완장은 기성용(서울)을 거쳐 손흥민에게 대물림됐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1골을 넣으면 박지성의 기록을 뛰어넘을 수 있다. 박지성과 손흥민은 한국 축구의 역대 월드컵 최다골 기록에서 안정환(46)과 함께 3골로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박지성은 “손흥민이 출전만 하면 (월드컵 최다골) 최고의 기록은 만들 것이라 생각한다. 그게 대표팀에 중요한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두터운 신뢰를 보냈다. 그러면서 “흥민이가 (부상으로 착용하는 마스크에) 잘 적응만 한다면 대표팀에서 가장 위협적인 선수”라고도 했다.

손흥민이 더 이상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이야기했다. 박지성이 30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국가대표를 은퇴한 것도 혹사로 발생한 고질적인 무릎 부상이 원인이었다. 스스로를 돌보지 못했던 그는 후배만큼은 다른 길을 걷기를 바란다. “흥민이에게 가장 중요한 건 월드컵 결과도 있겠지만, 축구 선수로 현역 생활을 계속하는 게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부상 없이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박지성은 2002 한·일 월드컵 유치전에서 한국이 FIFA에 제출했던 비드북(유치 계획서)을 카타르 도하의 현대자동차 FIFA 특별 박물관으로 옮기는 역할을 맡았다. 2002년 월드컵은 박지성이 4강 신화 멤버로 활약했던 대회다.

도하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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