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진 월드컵’

이두리 기자 2022. 11. 1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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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집행위원 ‘뇌물 투표’…600만톤 탄소 발생 ‘기후 재앙’ 일조
경기장 공사 투입 외국 노동자들 ‘혹사’ 무더위에 열사병으로 사망

개최지로 선정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부피를 키워 온 논란들이 지워지지 않은 채로, 2022 카타르 월드컵이 개막한다.

카타르는 2010년 22명의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들의 투표를 통해 2022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됐다. 최종 투표에서 카타르는 미국을 14-8로 꺾고 월드컵 유치국이 됐다.

2011년 ‘AP통신’은 월드컵 개최지 투표에 참여한 FIFA 집행위원 중 두 명이 카타르에 투표하는 대가로 각각 150만달러의 뇌물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2020년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2022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뇌물을 받고 카타르에 투표한 혐의로 3명의 전직 FIFA 집행위원을 기소했다.

제프 블라터 전 FIFA 회장은 지난 9일 스위스 매체 ‘타게스-안자이거’와의 인터뷰에서 “월드컵 개최지가 카타르로 정해진 건 실수였다. 당시 집행위원회에서 미셸 플라티니(프랑스)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카타르 왕세자가 점심 식사를 가진 후, 유럽의 4표가 모두 카타르로 갔다”고 폭로했다.

카타르는 원래 9개의 경기장을 새로 짓고 3개의 경기장을 리모델링해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공사가 지연되자 7개만 신축하는 것으로 노선을 바꿨다. 카타르는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동원했고, 강도 높은 노동과 열악한 처우로 인해 사람들이 죽기 시작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인도, 파키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출신의 이주노동자 6500명 이상이 카타르 월드컵 기반시설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사망했다.

카타르는 여름 최고기온이 50도까지 올라가는 무더운 사막 국가이지만, 월드컵 준비 기간 이주노동자들을 열사병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소홀했다. 오슬로 대학 병원의 심장학 교수인 댄 아타르는 2019년 ‘심장학 저널’에 실은 논문에서 카타르에서 2009년에서 2017년 사이 571명의 젊은 남성이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했는데, 카타르 당국이 직업 건강 및 안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효과적인 열 보호 조치를 시행했다면 200명의 사망자를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카타르 월드컵은 기후 재앙에도 일조하고 있다. 프랑스의 탄소 관리 스타트업 ‘그린리’에 따르면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을 짓는 과정에서 600만t의 탄소가 발생했다. 이는 하나의 미국 가정에서 75만년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맞먹는다. 탄소배출 감시단체인 ‘카본 마켓 와치’의 정책담당관 질 듀퓨아뉴는 “월드컵이 아니었다면 카타르가 이러한 경기장을 대규모로 짓지 않았을 것이다. 향후 60년 동안 이 경기장들이 효율적으로 사용될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비판했다.

FIFA는 2020년 이번 월드컵을 최초의 ‘탄소중립 월드컵’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기후학자 케빈 앤더슨은 BBC 인터뷰에서 “FIFA는 정말 전형적인 (그린워싱) 행동을 보였다”며 “모든 수준에서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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