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전 아빠처럼 24세에 왕이 된 남자…키움 이정후 최우수선수 선정

김은진 기자 2022. 11. 17. 22: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2 KBO리그 정규시즌 시상식
키움 이정후가 1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 KBO 시상식에서 MVP를 수상한 뒤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올해 타격 5관왕 휩쓸며 리그 평정
107표 중 104표 받고 압도적 MVP
“그동안 아버지의 아들로 살아왔다
이제 내 이름으로 야구” 독립 선언

‘바람의 아들’ 이종범은 1994년 타율·안타·도루·출루율 1위에 올라 타격 4관왕을 차지했다. 당시 KBO가 공식 시상하지 않았던 득점 부문까지 1위였다. 그해 스물네 살이었던 이종범은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마치 이름만 바꿔놓은 듯, 28년이 지난 2022년 ‘바람의 손자’ 이정후(24·키움)는 타격 5관왕에 올랐다. 올해 타율(0.349), 안타(193개), 타점(113개), 출루율(0.421), 장타율(0.575)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마침내 MVP까지 거머쥐었다.

이정후는 1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 KBO리그 시상식에서 정규시즌 MVP를 수상했다. 정규시즌을 마친 뒤 진행된 프로야구기자협회 투표 결과 총 107표 중 104표를 쓸어담았다. MVP 투표 방식이 몇 번 바뀌기는 했지만 이정후는 1982년 박철순(OB)이 만장일치로 수상한 이래 사실상 가장 압도적인 MVP다.

2022 KBO 각 부문별 수상자들이 1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시상식 직후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이정후는 지난해 타격왕에 올라 생애 첫 개인타이틀을 수상하며 KBO리그 최초의 ‘부자 타격왕’으로 아버지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올해는 28년 만에 아버지의 뒤를 이어 MVP가 되면서 KBO리그 역사상 최초로 ‘부자 MVP’로도 기록됐다. 70년 넘은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나오지 않았고, 유명한 아버지와 아들 선수가 많은 메이저리그에서도 150년 넘는 역사 동안 한 번도 없었던 진기록이다.

이정후는 ‘슈퍼루키’로 불리며 데뷔한 2017년 신인왕을 받으며 KBO리그에 새 바람을 예고했다. 이후 5년 만에 MVP까지 차지하면서 류현진(당시 한화), 서건창(당시 넥센)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신인왕과 MVP를 모두 품에 안은 기록적인 선수가 됐다.

고생길이 뻔하기에 야구를 시키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야구가 좋아 선수가 된 이정후는 학창 시절은 물론 데뷔해서도 ‘이종범 아들’로 살았다. 입단한 뒤 매서운 실력으로 올라서면서 이종범이 ‘정후 아빠’가 된 지는 꽤 됐지만, 타격 5관왕에 압도적인 MVP까지 차지하면서 이정후는 그야말로 존재 자체로 한국 프로야구에 기록적인 선수가 됐다.

정장과 양말까지 버건디 색으로 맞춰 소속 팀 키움에 대한 사랑을 한껏 드러낸 이정후는 장정석 KIA 단장, 손혁 한화 단장, 그리고 홍원기 키움 감독까지 데뷔 이후 자신을 지도한 3명의 히어로즈 전·현 감독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그리고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정후는 “그동안 아버지의 아들로 살아왔는데 오늘을 계기로 이제 내 야구인생은 내 이름으로 잘 살아가겠다. 아버지도 아버지 인생을 어머니와 함께 사시면 좋겠다”고 웃으며 진짜 ‘독립선언’을 했다.

이정후는 이날 총 6개의 트로피를 받았다. 타격 타이틀 5개로 받은 상금은 300만원씩 1500만원, MVP 상금은 1000만원으로 총 2500만원의 상금을 가져갔다.

이정후는 “상금은 전부 자립 청소년을 지원하는 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인상은 두산 우완 정철원(24)이 107표 중 74표를 획득해 차지했다. 2018년 2차 2라운드로 지명돼 두산에 입단한 뒤 군 복무를 거친 정철원은 올해 처음으로 1군 불펜 주축으로 뛰며 58경기에서 72.2이닝을 던져 4승3패 3세이브 23홀드 평균자책 3.10을 기록했다.

‘23홀드’ 두산 우완 정철원 신인상

정철원은 2016년 신재영(넥센) 이후 6년 만의 중고신인왕으로 기록됐다. 두산은 2010년 양의지 이후 12년 만이자 7번째로 신인왕을 배출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