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유예는 부자감세 vs 개미들 죽어난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건호 2022. 11. 17.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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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여당과 정부는 조세저항 차원에서 민심을 직접 듣기 위해 좌담회를 진행하는 한편, 금투세 유예에 대한 여론을 모으고 있다. 이에 반해 당초 금투세 도입에 앞장 섰던 민주당에선 이대명 대표와 민주당 기재위 간사인 신동근 의원이 대립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과연 금투세 도입으로 인한 여파는 어디까지 미칠까.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17일 국민 조세저항 민심을 직접 듣기 위해 좌담회를 진행했다. 금투세 유예 여론 조성을 위한 행보로 읽힌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정부안 통과 협조를 촉구하고 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지난 14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내 주식에 전면적으로 과세가 되면서 해외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도 커질 우려가 매우 크다”면서 “금투세를 당분간 유예하고, 주식시장에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정부안 통과에 협조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한바 있다.

이번 여의도 연구원 좌담회에는 이대호 와이 와이스트릿 편집인,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장,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김병철 국민의힘 정책위(기재위) 수석전문위원이 패널로 참여해 금투세 유예에 대한 중론을 모았다. 김용태 원장은 “주식·채권 수익에 기존에 없던 세금을 부과하는 금투세에 대한 국민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은 것 같다”면서 “내년 1월 금투세 시행을 감안하면 지금은 금투세 유예를 결정하는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박대출 기재위원장은 “금투세를 유예하는 것이 부자감세라고 하지만, 기관이나 외국인은 금투세 과세 대상이 아니어서 개미 독박 과세라고도 불린다”면서 “금투세 과세 대상은 15만명이라고 하지만 이로 인해 1400만 개미 투자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식·펀드 등에서 발생한 소득 중 5000만원을 넘는 부분에 과세하는 금투세는 문재인 정부 때 도입이 결정돼 2023년부터 시행 예정이다. 하지만 경제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금투세가 도입되면 시장 ‘큰손’들은 세금을 피해 떠나고 개미들이 주가 하락의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금투세는 주식, 펀드 등 금융투자로 연간 5000만원 이상의 양도 수익을 얻게 될 경우 지방세를 포함해 수익의 22~27.5%를 부과한다. 지난 2020년 12월 여야 합의로 법이 통과돼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금융시장 급변에 윤석열 정부는 지난 7월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며 도입을 2025년으로 2년 유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지금까지 10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에 대해 양도차익의 20%를 매겨온 현행 세법이 주식으로 5000만원 이상 수익을 올린 주주들까지로 대폭 확대된다. 문재인 정부가 당시 10여 년간 평균 주식 거래 내역을 바탕으로 산출한 상장 주식 기준 금투세 과세 대상자는 15만명으로 추정됐다.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금투세 부과를 강행하는 것에 반발, 유예를 촉구하는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투자자들은 금투세 도입으로 인한 과세 대상자들뿐만 아니라, 시장 위축으로 전체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가졌다. 한투연 제공
개인투자자들이 결성한 단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최근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금투세 주가폭락’, ‘주식시장 대재앙’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집회·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들은 “금투세 도입 자체가 증시에 악재”라며 “금투세 도입이 강행될 경우 2024년 총선에서 낙선 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간 국회 169석을 가진 민주당은 “금투세 유예는 ‘부자 감세’에 불과하다”며 관련 법 처리에 반대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가 법안 처리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기류의 변화가 엿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14일 비공개 당 최고위 회의에서 “금투세 도입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미 투자자들의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도 있는데 굳이 지금 야당에서 추진해야 하느냐”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금투세 도입에 우려를 표한 지 하루 만에, 민주당 기획재정위 간사인 신동근 의원이 금투세 도입은 예정대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의 금투세 도입 ‘신중론’을 친문계로 분류되는 신 의원이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신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주 목요일 민주당 기재위원 일동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며 “기재위 간사로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기재위원 전원의 결의에 충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신 의원이 쓴 ‘어떤 어려움’ 표현이 ‘이재명 대표의 반대’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 입장과 관계없이 금투세 도입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주식·채권 등을 양도해 얻은 자본소득을 단기 소득과 장기 소득으로 나누어 과세해야한다는 절충안을 제시한다. 이날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세무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1년 미만으로 보유한 주식을 처분할 때는 개인의 일반 소득과 합산해 누진세율로 종합과세하지만, 1년 이상 장기간 보유한 주식을 처분할 때는 0∼20%의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 하는 식이다.

특히 장기 양도소득의 경우 소득에 따라 세율을 달리 적용하는데, 근로·사업 등 종합소득이 4만400달러(독신자 기준·부부 합산은 8만800달러) 이하라면 아예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우리 돈으로 연간 소득이 대략 5천300만원 이하일 경우는 장기 투자 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영국 역시 전체 소득 규모에 따라 자본소득을 10%·20% 세율로 분리과세하며, 이월 공제 또한 무기한으로 허용한다. 프랑스는 이자·배당·자본이득을 분리과세하고, 장기 보유 주식에 대해서는 매년 일정한 비율로 공제 혜택을 준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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