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배양 닭고기 먹어도 된다”
농무부 승인 땐 시판 가능해져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업체가 닭의 세포를 인공적으로 배양해 만든 고기에 대해 인간이 섭취해도 좋다는 검토 결과를 내놨다. FDA가 배양육의 안전성을 공식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들은 이날 FDA가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 있는 스타트업 ‘업사이드 식품’이 생산한 배양육을 인간이 섭취해도 좋은지를 심사한 결과 아무런 문제점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FDA의 로버트 칼리프 국장과 수전 메인 식품안전·응용영양센터 국장은 성명을 통해 “세계는 식품 혁명을 경험하고 있으며, FDA는 식량 공급 혁신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FDA와 농무부는 배양육의 안전성 및 시판 허용 검토에 관한 협약을 맺고 세포 채취 및 배양에 관해선 FDA가 심사하고, 배양육이 수확된 이후 제품으로 만들어져 시판되는 과정에 대해선 농무부가 심사하기로 했다. 따라서 업사이드 식품이 만든 배양육 제품이 시장에서 판매되려면 아직 농무부의 승인 절차가 남아있다.
하지만 FDA가 배양육이 안전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만큼 시판을 위한 큰 관문을 통과한 셈이다. 우마 바레티 업사이드 식품 대표는 FDA의 결정에 대해 “우리 회사 역사에서 가장 큰 순간”이라면서 “사람들은 고기를 좋아하고 우리는 그 선택권을 보전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배양육은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대체육과 함께 목축을 통해 생산된 육류를 대체할 식품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대규모 목축업은 가축을 기르는 과정에서 많은 사료와 물을 소비하고 특히 소의 경우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메탄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하기 때문에 환경을 파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체육과 배양육 소비 촉진을 주장하는 비영리단체 좋은식량연구소의 브루스 프리드리히 대표는 FDA의 심사 결과 발표를 환영하면서 “전통적으로 생산된 고기에 비해 적은 땅과 물을 소비하면서 생산된 배양육이 좀 더 지속 가능하게 생산된 식량을 원하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조만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양육은 2000년대 초반부터 학계에서 널리 회자되기 시작했다. 네덜란드 과학자 마크 포스트가 2013년 처음으로 실험실에서 배양된 고기로 만든 햄버거를 대중에게 선보였다.
세계적으로 배양육 시판을 허용한 나라는 싱가포르가 유일하다.
배양육은 동물에게서 채취한 세포를 아미노산과 당을 포함해 세포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이 녹아 있는 배양액에 담가서 키워낸다. 업사이드 식품은 닭에서 채취한 세포를 배양액에서 키워냈지만 같은 원리를 이용하면 소, 양 등 육상동물뿐 아니라 각종 생선 살도 만들 수 있다. 바레티 대표는 약 3주간 키우면 수확이 가능하다면서 시장에서 판매하려면 닭가슴살 등 소비자들이 친숙한 모양으로 변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배양육의 정식 명칭에 관한 논쟁도 진행 중이다. 세포를 배양시켜 만든 물질을 전통적인 의미의 고기라고 부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관한 답을 찾는 과정이다. 이는 앞으로 배양육 제품이 시판될 경우 어느 범주에 속할 것인지와도 직결된다. FDA는 업사이드 식품이 만든 제품을 ‘배양된 닭 세포 물질’이라고 불렀는데 이 명칭을 권고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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