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장위구르 코로나 봉쇄 100일 “우리는 잊혀졌다”
주민 항의·탈출에 당국 탄압
타 지역 완화 조짐과 대조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가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라 봉쇄된 지 17일로 100일째를 맞았다. 최근 제로 코로나 정책을 조금씩 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다른 지역과 달리 신장 자치구에서는 당국의 탄압과 이로 인한 주민들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장위구르 자치구 구도 우루무치에는 지난 8월10일 주요 봉쇄 조치가 내려졌다. 봉쇄 초기에는 신규 감염자를 한 자릿수로 낮추는 성과를 잠시 거뒀으나, 지난 9월 말 감염이 증가해 자치구 전역으로 확산됐다.
지난달 신장 당국은 열차와 시외버스 운행을 전면 중단하는 추가 방역 조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봉쇄에도 불구하고 최근 7일 평균 확진자 수는 30~50명에 달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봉쇄 100일을 맞은 신장은 강경한 방역정책을 고수해온 중국에서도 가장 긴 봉쇄 조치에 해당한다. 블룸버그 집계를 보면 2020년 우한시는 76일, 티베트자치구 구도 라싸는 73일, 상하이는 61일간 봉쇄를 경험했다.
신변 불안을 우려해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생(21)은 “(신장 주민들) 대부분은 봉쇄가 이렇게 오래 이어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엄격한 봉쇄 조치로 인해 일부 주민들이 굶주림과 의료 서비스 부족으로 사망했으며, 당국이 한 마을에서 봉쇄에 항의하는 주민 600명을 구금했다고 보도했다. 사막을 건너 이 지역을 탈출하려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도 올라왔다.
최근 중국은 기존에 내세웠던 ‘방역 전쟁에서의 승리’ 대신 ‘최적화된 방역’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제로 코로나 완화를 시도하고 있다. 주요 대도시에서도 전체 검사가 아닌 표적 검사를 실시하는 등 빠른 정상화를 강조했다. 이 같은 조치를 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민들의 불만과 경제적 손실을 감안했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그러나 신장은 이 같은 훈풍과 동떨어져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국제보건전문가인 황옌중 미국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지방 수준에서 재정과 행정 역량이 부족할 경우 그렇게 간단하고 잔인한 조치만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신장의 실태가 외부로 잘 알려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소셜미디어 등에서 봉쇄 정책을 비판하는 댓글을 여러 건 올린 혐의 등으로 신장에서 남성 3명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봉쇄정책 비판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지만 신장 당국의 경우 특히 적은 관용을 보이고 있다고 SCMP는 지적했다. 아울러 신장에 소수민족이 주로 거주하는 탓에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는 이곳의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 또한 신장을 더욱 고립시킨다. 한 대학생은 “사람들은 이미 신장을 잊어버렸다”고 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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