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9시간 근무 허용’ 윤 정부 노동정책 윤곽

조해람·유선희 기자 2022. 11. 17.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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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노동시장연구회 개편안
현행 주 단위 52시간 연장근로, 월·연 단위 ‘유연화’ 논의
과로 예방 건강보호 조치로 근무일 간 11시간 휴식 등 내놔
노동계, 장시간 노동 심화 우려…“현실 고려하면 허울뿐”
지난 7월18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킥오프 회의가 열렸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노동시장 개편 밑그림을 그리는 전문가기구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연구회)가 현행 ‘주 52시간’인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최소 ‘월 단위’부터 최대 ‘연 단위’까지 유연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연구회는 유연화를 통해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했지만, 1주일에 최대 69시간 노동까지 가능해지는 탓에 장시간 노동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구회는 17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노동시간 개편안을 공개했다. 연구회는 “노사가 자유롭게 노동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비효율적인 노동시간을 줄이는 대신 노동의 창의성·효율성을 높였다”며 “노동시간 선택권을 확대하되 건강보호 조치의 실효성을 높이고 휴가를 활성화해 총 근로시간을 줄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연구회가 이날 밝힌 내용은 윤 대통령이나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그간 주장해온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연구회는 우선 현재 ‘1주일’ 단위로 관리하는 52시간 연장노동 관리단위를 확장하기로 했다. 월 단위, 월·분기·반기 단위, 월·분기·반기·연 단위 등 3가지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1개월을 4주로 본다면 현재는 1주마다 최대 52시간으로 연장노동을 규율하고 있는데, 월 단위가 된다면 4주를 모두 한 단위로 통합해 ‘1개월에 208시간’의 한도가 설정되는 방식이다.

연구회 좌장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다양한 선택권을 주는 경우) 업종이나 직무 특성, 경기 변동 등에 따라 선택권을 주자는 차원”이라고 했다.

연구회는 특정 기간에 과로하는 일을 막기 위해 ‘근무일 간 11시간 휴식 강제’ 등 다양한 건강보호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도 했다. 또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활용해 연장노동을 휴가로 보상하고, 휴가 사용 문화를 활성화해 실제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권 교수는 “휴가를 임금으로 생각하는 지금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안식월 등 장기휴가부터 단체휴가 등 다양한 방식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연구회는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는 ‘선택적 노동시간제’도 확대하기로 했다.

연구회는 ‘주 52시간’ 제도의 취지를 훼손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단순히 법정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으로 실제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겠냐는 문제의식이 있었다”며 “오히려 노동시간을 선택하고 관리방식을 다양화하는 등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라고 했다. 연구회 소속 권혁 교수는 “휴가의 실질적 활용, 노동시간 중에 비효율적 노동시간 최소화 등이 실제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노동계에서는 이 같은 대책이 장시간 노동의 길을 열어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노동시간 유연화보다 건강보호 조치는 여전히 덜 구체적이고 후순위로 밀려 있다는 것이다. 연구회 스스로도 ‘근무일 간 11시간 휴식’을 의무화해도 극단적이면 최대 주 69시간 노동이 가능하다고 본다. 적극적인 휴가 사용 또한 아직은 ‘문화 개선’이나 ‘패러다임 전환’에 방점이 찍혀 있다.

민주노총은 “대전제는 노동시간 단축이어야 하는데, 오늘 발표된 내용은 그간 재계의 주장이나 정부의 정책 기조와 다르지 않다”며 “노동시간 선택에서 노사 자율을 이야기하지만, 노조나 당사자의 참여가 구조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하면 허울뿐인 자율과 합의의 외피로 진행될 우려가 매우 크다. 건강보호 조치도 사후약방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국노총은 “실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장시간 노동을 해소하겠다면서 이와 정반대의 정책들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연구회의 이와 같은 기업 편향적인 연구 결과 발표에 대해서도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최종 정부 권고안은 다음달 13일 발표될 예정이다.

조해람·유선희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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