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못 따라간 소득…서민 삶은 더 팍팍해졌다
2.8% 감소…13년 만에 최대폭
지출 중 ‘이자부담’ 20% 늘어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이 5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소득증가가 물가상승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인데 감소폭이 3분기 기준 13년 만에 가장 컸다. 이자비용 지출은 금리 상승으로 20%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19 지원금이 종료되자 저소득층은 명목소득도 줄었다.
17일 통계청의 3분기 가계동향 자료를 보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6만9000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3% 증가했다.
하지만 물가 변동을 감안한 월평균 실질소득은 2.8% 줄었다. 3분기 기준으로는 금융위기가 있던 2009년 3분기 -3.1% 이후 가장 감소폭이 컸다. 통계청은 “명목소득과 실질소득이 지난해 3분기부터 벌어지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소비자 물가가 높아졌다”면서 물가상승이 실질소득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명목소득을 기준으로 보면 근로소득(5.4%)과 사업소득(12%)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이전소득(-18.8%)은 지난해 지원금 지급의 기저효과로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정부는 전 국민 하위 88%에 해당하는 가구에 1인당 25만원씩 지급했는데 이 효과가 사라진 것이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70만2000원으로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6.2% 증가했다. 하지만 실질소비지출은 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물가상승으로 지출액이 늘어났을 뿐 실제 구매량은 제자리를 맴돌았다는 뜻이다.
음식·숙박(22.9%), 오락·문화(27.9%), 교통(8.6%) 등에서는 지출이 증가했다. 하지만 식료품·비주류음료(-5.4%), 가정용품·가사서비스(-9.1%) 등에서 지출이 감소했다. 식료품 지출이 감소한 것은 물가상승으로 다른 지출이 크게 늘어났고, 코로나19 ‘집콕’ 현상이 종료되면서 직접 요리하는 식품 구매가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세금이나 의료보험 같은 비소비지출은 6.6% 늘었다. 이자비용이 19.9%로 가장 많이 늘었는데, 분기 기준으로 보면 2018년 3분기 28.7% 이후 증가폭이 가장 크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득 분위별로 살펴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만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상위 20%인 소득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41만3000원으로 3.7% 증가했다. 5분위 소득이 1분위 소득의 몇 배인지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은 5.75배로, 지난해 5.34배에 비해 높아졌다. 통계청은 “작년까지는 국민지원금이 1분위, 하위 88%에만 주다보니까 1분위 소득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올해는 (지원금이) 사라지면서 분배지표가 나빠지는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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