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질임금 감소에 소득격차 심화, 민생 예산 더 절실한 이유
민생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음이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 자료를 보면 4가구 가운데 1가구는 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지출이 많은 적자를 나타냈다. 명목소득은 가구당 월평균 486만9000원으로 지난해 3분기에 비해 3.0% 늘었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분을 고려하면 실질소득은 오히려 2.8% 줄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감소폭으로, 경제성장률이 플러스인데 가계 실질소득이 마이너스인 것은 심각한 문제다. 소비지출도 명목상으로는 6.2% 늘었지만 고물가 탓에 실질적으로는 0.3% 증가에 그쳤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금리 등이 오르면서 3분기 이자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9%나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분배 지표인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 배율은 올 3분기 5.75로, 지난해 5.34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하위 20%의 월평균 가구 소득은 113만1000원으로 작년에 비해 1.0% 줄어든 반면 상위 20%는 1041만3000원으로 3.7% 증가했다. 작년에는 정부 지원금이 있었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없었기 때문이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로 인한 경제위기는 이제 시작 단계다. 한국은행은 내년 1분기에도 물가상승률이 5%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과의 금리 차이를 감안하면 기준금리 인상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무주택자였다가 지난해 집을 사들인 사람이 103만6000명이다. 이 중 상당수는 집값 하락과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가계 부실은 은행 부실로 이어져 금융시스템을 위협하고 내수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 악순환을 유발한다. 빚이 많은 다중채무자나 서민들 삶은 앞으로 더 궁핍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는 적극적 재정운용과 공공지출 확대를 모색해야 한다. 수출이 부진한 국면에서는 복지와 사회안전망 투자로 내수를 끌어올려 경제를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
국회가 이날 예산결산특위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가동하고 639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심의에 돌입했다. 예산소위는 정부 예산안의 감액·증액을 결정하는 최종 관문이다. 여야는 어려운 서민들의 생활을 부축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저소득층과 청년·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 예산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 예산소위는 ‘윤석열표 예산’이니 ‘이재명표 예산’이니 따질 것이 아니라 오로지 ‘민생’과 ‘경제 회복’에 기준을 두고 정부 예산안을 심사하기 바란다. 예산안의 법정 시한(12월2일)을 지켜야 함은 물을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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