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일째 쉬지 않고 오른 CP 금리, 대체 왜

권소현 2022. 11. 1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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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 받아줄 신탁·MMF서 자금 유출
발행물 담기는 커녕 기존 CP 팔아야할 상황
호가 없는 불투명한 거래…깜깜이 카르텔 지적도
"금리 상승에 큰 의미부여할 필요 없다" 분석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기업어음(CP) 금리가 39거래일 연속 오르면서 5.3%선을 넘어섰다. 꽉 막혔던 자금조달시장은 정부의 잇따른 지원책으로 다소 풀리는 분위기지만 유독 단기자금시장 투자심리를 알 수 있는 CP 금리는 꿋꿋하게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돈이 급한 기업들은 CP 시장을 두드리는데 CP를 사줄 곳이 없는 게 가장 큰 요인이다. 특히 연말로 갈수록 기업들이 회계 마감을 앞두고 현금 확보를 위해 신탁이나 머니마켓펀드(MMF) 환매에 나서면 CP 금리는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39거래일 연속 상승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1일 만기 CP 금리는 5.3%로 전일대비 4bp(1bp=0.01%포인트) 올랐다. 이날 국고채 금리는 5년 물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지만 CP 금리는 올랐다. 지난 9월2일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39거래일 연속 상승해 4분기 초만 해도 3.3%였던 금리는 5.3%대로 껑충 뛰었다.

CP는 기업이 신용을 바탕으로 단기 자금을 빌릴 때 발행하는 증서다. 돈 갚겠다고 써 준 차용증 같은 것이다. 만기 제한이 없지만 주로 1년 미만의 단기 자금을 조달할 때 활용한다. 여러 만기 중에서도 91일물 CP 금리가 대표적인 단기금리로 꼽힌다.

CP 금리가 오른 것은 발행 수요는 많은데 받아줄 곳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이 CP를 발행하면 주로 증권사 신탁이나 자산운용사의 MMF가 담는다. 그런데 최근 신탁과 MMF에 환매요청이 몰리면서 담고 있는 CP를 매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143조원 수준이었던 법인 MMF 잔액은 지난 10일 134조4500억원대로 빠졌다. 16일 기준 142조원 수준으로 다시 늘어나긴 했지만 연말로 갈수록 다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높다. 증권사 금전신탁 가장 최근 통계는 9월 말 기준 272조7500억원으로 전월대비 늘었지만 10월 이후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대호 KB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신탁채널에서 레포 매도를 연초 대비 8조원 넘게 늘렸는데 기존 레포 매도 거래를 많이 하지 않았던 기관임을 고려하면 최근 증권 신탁자금에서의 환매 대응을 위한 담보 거래 성격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탁과 MMF가 주요 CP 매수 주체인데 자금이 빠지니 받아줄 곳이 없고 돈 급한 기업들은 높은 금리를 주고라도 CP를 발행해야 하니 금리가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담아놓은 CP를 매각하지 못해 환매 불가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 거래 불투명…금리 의미부여 ‘글쎄’

CP 발행 자체도 녹록지 않다. CP 발행금액은 9월 36조원에서 10월 20조원으로 줄었고 이달 들어 17일까지 13조원을 기록 중이다. 11월 들어 CP 발행보다 상환액이 많아 3조2660억원 순상환됐다. 지난 9월만 해도 4218억원 순발행이었지만 레고랜드 사태가 터진 이후 서서히 자금시장 경색이 오면서 10월 6조3540억원 순상환됐고 11월 들어서도 상환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CP 시장 자체의 불투명성 때문에 금리 상승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보기도 한다. 회사채를 발행하는 경우 이사회 결의나 증권신고서 제출,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평정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하고 수요예측을 통해 금리와 발행물량을 결정한다. 반면 CP는 만기 1년 미만일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 없이도 발행할 수 있고, 만기 1년 이상인 장기 CP여도 한국예탁결제원에 보호예수를 하거나 이를 받아줄 특정 금전신탁 위탁자가 총 50인 미만이면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면제받는다. 그만큼 투자자를 위한 정보가 충분치 않다. 발행 이후 유통되는 과정도 명확지 않아 시장 심리나 유동성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CP는 깜깜이 카르텔이라 국채나 회사채처럼 호가가 형성되는 것도 아니고 기관 간 거래라 투명하지 않다”며 “이 때문에 CP 금리가 시장금리와 다소 동떨어진 움직임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CP는 시가평가를 하지 않고 장부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니즈가 맞는 두 기관이 금리를 정해서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로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이 아니어서 실세 시중금리와 유동성을 가늠하는 정도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권소현 (juddi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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