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지키려했는데”...동네사장님들, 최후보루마저 손댄다

명지예 2022. 11. 1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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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둔 퇴직금 급전으로 활용
대출금리 연 3.6%로 낮은편
고금리 예금에 넣어 차익 보기도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 = 연합뉴스]
“최근에 배달 오토바이 사고 수습 때문에 돈이 많이 들었는데, 담보대출은 더이상 안 나오고 신용대출 금리는 너무 높아서 엄두가 안 났다. 급한대로 그동안 납부해둔 노란우산공제금을 빼서 일단 해결했다.”

서울에서 배달전문 디저트가게를 운영하는 30대 이모 씨는 4년 전에 창업하면서 동시에 노란우산공제에 가입해 매달 70만원씩 납부해왔다. 이씨는 “노란우산공제에서 대출을 받으면 금리도 낮고 신용점수에도 영향이 없다고 해서 지난달 말에 급히 2000만원을 대출 받았다”고 말했다.

17일 중소벤처기업부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노란우산공제의 공제계약대출 규모는 올해 10월말 기준으로 3조7000억원을 돌파해 이미 지난해말 3조4871억원 규모를 넘어섰다. 코로나 전인 2019년말 1조5602억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대출규모다.

노란우산공제는 소기업·소상공인의 생활 안정과 노후보장을 위한 공제 제도다. 가입자는 매월 5만원에서 100만원까지 자유롭게 가입금액을 선택해 납부할 수 있다. 폐업이나 사망, 노령과 같은 이유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을 때 그간 납부한 금액에 연복리 이자율을 적용해 공제금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다. 이자율은 분기마다 변동되며 올해 4분기에 적용되는 이율은 연 2.9%다. 금융사에서 판매하는 일반 예·적금 금리에 비해 낮지만 소득공제 혜택까지 제공하고 있어 많은 자영업자들이 퇴직금 마련 목적으로 노란우산공제에 대개 가입한다.

노란우산공제 가입자는 납부금 내 대출 상품인 공제계약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그동안 납입했던 공제금 내 90% 수준에서 저금리로 대출이 가능하다. 대출 금리는 분기마다 변동되며 올해 4분기 적용 금리는 연 3.6%다. 지난 2분기 연 2.9%에서 급격히 오르고 있지만 은행 대출보다는 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신용대출(6개월 변동금리) 평균 금리는 연 6.12~7.46%에 달한다.

자영업자는 사업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미 대출을 받아둔 경우가 많아 대출이 더 나오기 힘든 경우도 흔하다. 노란우산공제 공제계약대출은 대출 총량규제와도 무관하기 때문에 매달 납입해오는 돈이 있다면 공제계약대출을 최대한 활용하는 모양새다.

공제계약대출을 이용해 당장 필요한 돈을 마련하는 자영업자도 있지만, 고금리 예금에 넣어서 이자 수익을 노리는 자영업자도 있다. 노란우산공제에 총 4000만원 가량을 납부했었다는 자영업자 하모 씨는 이달 초 연 3.6% 금리로 공제계약대출을 받아 신탁형 ISA계좌 상품 중 연 6% 이자를 주는 1년 만기 정기예금에 2000만원을 넣었다. 하씨는 “ISA계좌에는 비과세 혜택이 있어 노란우산공제 세금환급 혜택과 대출이자를 고려하더라도 이렇게 돈을 굴리는 게 이득이 된다”고 말했다.

노란우산공제 신규 가입자는 매년 소폭 늘어나고 있다. 가입자가 늘어 공제계약대출 규모 증가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윤영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노란우산공제 신규 가입자 수는 2019년 말 약 24만명에서 2020년 27만명, 2021년 28만명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올해 신규 가입자 수는 23만7000여명이다.

다만 공제 해지건수도 급격히 늘고 있다. 노란우산공제는 별도의 만기가 없고 폐업, 사망, 노령, 퇴임과 같은 이유가 발생하면 공제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계약상 정당사유로 해지된 노란우산공제 건수는 지난해 말 9만9388건으로 10만건에 육박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말 7만7411건에 비해 급격히 늘어난 수치다. 대부분 폐업을 이유로 해지한다. 8월말 기준으로 올해 들어서도 6만3275명이 해지했다.

경기 악화로 인해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연말까지 늘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히 이달 들어 전통적인 비수기로 꼽히는 수능 직전 시기에 물가 인상까지 겹치며 자영업자들은 매출 감소 타격을 호소한다. 경기도 화성에서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1)씨는 “이번달 일평균 매출은 지난달 일평균에 비해 30~50% 감소했다”며 “9월부터 매출 감소가 심각하다고 생각했는데 10월, 11월 갈수록 안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에 자영업자가 큰 어려움을 맞고 있다”며 “외환위기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크다. 정부는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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