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억 아파트 22억에 팔린 ‘수상한 직거래’...알고 보니 아빠 집
공인중개사를 사이에 두지 않고 아파트를 매매하는 직거래 비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가격이 너무 높거나 낮게 체결된 직거래를 대상으로 고강도 기획조사에 착수해 부동산 불법 거래행위를 단속하기로 했다.
17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 동안 전국 아파트 직거래 건수는 총 3306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거래 건수의 17.8%를 차지한다. 10건 중 2건은 직거래로 매도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지난해 같은 기간(8.4%)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 직거래 건수도 124건으로 전체 거래 건수의 17.4%로 높은 수준이다.
최근 부동산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직거래 대부분이 시세 대비 수억원씩 빠진 폭락 거래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는 지난 9월 최고가(23억원) 대비 9억2000만원 빠진 13억8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용산구 이촌동 ‘삼익아파트’ 전용 104㎡도 지난달 17억7200만원에 직거래 신고됐다. 당시 이 평형의 호가는 평균 24억원대였다.
국토부는 직거래 사례가 늘어나면서 세금을 회피할 목적의 위법행위가 발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직거래를 통해 남편과 부인, 부모와 자식, 법인과 대표 등 특수관계인 사이에서 아파트를 시세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에 사고파는 이상 동향이 계속해서 확인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토부는 세 차례에 걸쳐 이상 고가·저가 직거래에 대한 기획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전국의 아파트 거래 중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 신고분까지가 조사 대상이다. 직거래가 아닌 중개거래일지라도 지역 외 중개사무소에서 고·저가 계약을 했다면 조사를 받을 수 있다. 국토부는 위법 의심 행위가 포착되면 국세청과 경찰청,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에 통보할 방침이다.
남영우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모든 고·저가 직거래를 불법 거래라고 단정할 수 없으나,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경우 편법증여나 명의신탁의 수단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거래 침체 속에서 시세를 왜곡해 시장 불안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에 이번 조사에서 위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중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부동산업계에서는 앞으로 저가양수도를 이용한 우회 증여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집값이 떨어지면서 증여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데다 내년부터 증여 시 취득세 부과 기준이 공시가가 아닌 시가로 바뀌고, 양도소득세 이월과세 적용 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되기 때문이다.
복수의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자산가들에게 하락장은 저가증여를 할 수 있는 적기”라며 “시세보다 3억원 낮거나 30% 정도 저렴한 직거래라면 가족 간 특수거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급매라면 중개업소에 매물로 등장하기 때문에 소문이 나지 않았을 리 없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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