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실질소득 2.8% 줄고… 씀씀이는 ‘제자리걸음’

이강진 2022. 11. 17.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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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3분기 가계동향조사
가구당 명목소득 月487만원… 3%↑
물가 뺀 실질소득 5분기 만에 줄어
실질 소비지출 증가율 0.3% 그쳐
고금리 영향 이자 비용 20% 늘어
분위별 하위 20%의 소득만 감소
코로나 국민지원금 사라진 영향

올해 3분기 가계의 명목소득은 1년 전보다 3% 늘었지만 고물가의 영향으로 실질소득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의 실질소득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 2분기 이후 5개 분기 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제공됐던 정부 지원금이 올해는 지급되지 않으면서 하위 20% 가구의 소득은 줄어들었다.

17일 통계청의 ‘2022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명목금액 기준)은 486만9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3.0% 증가했다. 명목소득은 지난해 3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17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식·음료코너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하지만 물가 변동의 영향을 제거한 실질소득은 1년 전보다 2.8% 줄어들면서 지난해 2분기(-3.1%)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명목소득은 증가했으나, 치솟은 물가의 영향으로 가계의 실질적인 형편은 1년 전보다 나빠진 셈이다. 올해 3분기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분기보다 5.9% 오르며 분기 기준으로 1998년 4분기(6.0%)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체 소득 중에선 근로소득이 311만4000원(명목 기준)으로, 1년 전보다 5.4% 늘어 명목소득 증가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 다만 실질 기준으로 보면 1년 전보다 0.4% 줄어 올해 2분기(-0.1%) 이후 2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사업소득과 재산소득은 각각 12.0%, 28.7% 늘었다. 경조소득·퇴직수당 등 일시적인 수입을 의미하는 비경상소득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경조사 참여가 늘어난 점 등이 영향을 미쳐 28.4% 증가했다.

공적연금·기초연금 등을 통한 소득을 의미하는 이전소득은 18.8% 줄었다. 지난해 3분기 지급됐던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 등의 정책 효과가 소멸하면서 공적이전소득이 26.1% 감소했다.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70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6.2% 증가했다. 그러나 실질 기준으로는 0.3% 증가하는 데 그쳐 최근 3개 분기 연속 0%대 증가율에 머물렀다. 명목 소비지출은 늘었으나, 고물가의 영향으로 실질적인 씀씀이는 거의 늘지 않은 것이다.
품목별로 보면 식료품·비주류음료의 명목지출이 5.4% 줄었다. 실질 기준으로는 12.4% 줄어 감소 폭이 더 컸다. 가정용품·가사서비스 부문에서도 명목지출이 9.1% 감소했다. 음식·숙박 부문 소비지출은 22.9% 늘었고, 오락·문화(27.9%)와 의류·신발(15.3%)도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세금·이자비용 등의 비소비지출은 가구당 월평균 101만8000원으로 6.6% 증가했다. 고금리의 영향으로 이자비용이 전년 동분기 대비 19.9% 늘었다. 증가율로는 3분기 기준으로 2018년(28.7%) 이후 가장 높다.

3분기 전체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실제 처분가능소득은 가구당 월평균 385만원으로 1년 전보다 2.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처분가능소득 증가 폭은 올해 2분기(14.2%)는 물론 전년 동분기(7.2%)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처분가능소득에서 각종 소비지출을 빼고 남은 가계 흑자액은 114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6.6% 줄었다. 가계 흑자액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2분기(-13.7%) 이후 5개 분기 만에 처음이다. 반면 처분가능소득 중 소비지출에 쓴 돈의 비중(평균소비성향)은 70.2%로 2.8%포인트 올라갔다. 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지출이 더 많은 적자 가구도 전체 가구의 25.3%에 달했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이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3/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득 분위별로 보면, 전체 가계 중 하위 20%(1분위)만 소득이 감소했다. 3분기 중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3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1.0% 줄었다.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상위 20%(5분위) 가구의 소득은 3.7% 증가해 5개 분위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1분위의 경우 근로소득이 21.1%, 사업소득이 22.5% 늘었지만 공적 이전소득이 15.3% 감소한 여파가 컸다.

소득분배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75배로, 1년 전(5.34배)보다 높아졌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을 가구원 수로 나눈 후 5분위의 소득이 1분위의 몇 배인지를 보는 지표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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