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경기침체 들어선 러시아, 국민들만 `골병` 든다

박영서 2022. 11. 1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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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민들이 러시아 3대 명문 영화제작사 '렌 필름' 건물 앞을 지나고 있습니다. 벽에는 러시아 영화 스타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AP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지 9개월 만에 공식적인 경기침체에 접어든 것으로 진단됐습니다. 2분기 연속 국내총생산(GDP)이 줄어들었기 때문이죠. 러시아 국민들의 삶이 앞으로 더 팍팍해질 것 같습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연방통계청은 러시아의 올해 3분기 GDP가 작년 동기 대비 4%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올해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감소세입니다. 도매업과 소매업이 각각 22.6%, 9.1% 수축해 GDP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GDP가 2개 분기 연속으로 줄어들면 해당국 경제가 침체기(recession)에 들어간 것으로 판정합니다.

러시아 경제는 올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속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 때문에 핵심부품과 기술 수입이 차단돼 제조업이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게다가 젊은 남성들을 대거 징집해 우크라이나전에 병사로 보낸 까닭에 산업 현장에서 노동력 부족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러시아 경제지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러시아 기업 옴부즈맨 보리스 티토프는 최근 몇 달간 러시아 기업 5800곳 중 3분의 1이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9월 시행된 예비군 30만명 동원령으로 피해를 본 기업도 전체의 3분의 1에 달합니다. 서방 전문가들은 무역과 노동 여건이 악화하면서 러시아의 경제 체질이 서서히 저질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다만 러시아는 전쟁 초기에 대다수 전문가가 제시한 급격한 추락과 달리 현재까지는 충격을 비교적 잘 버텨내는 모습입니다. 이달 8일 러시아 중앙은행은 올해 GDP가 작년 대비 3.5% 감소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은 3.4∼4.5% 수준의 침체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선방의 원인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 급등이 지목됩니다. 중국, 인도, 튀르키예(터키)는 러시아산 원유를 할인된 가격으로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중국과 인도만 합쳐도 러시아는 하루에 300만 배럴을 팔 수 있다고 합니다. 싸게 팔고 있으나 손해롤 보지는 않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유 가격이 크게 뛰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러시아는 전쟁 초기에 급락한 루블화 가치를 기준금리를 급격히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떠받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버티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불투명하다는 점입니다. 에너지 수출은 러시아 연방정부 전체 수입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의존도는 날로 늘어가는 추세입니다. 서방국들은 러시아의 전쟁자금을 차단한다는 목적으로 러시아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를 다음 달부터 적용하기로 했지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10월 러시아산 원유 수출은 큰 변동 없이 유지됐으나 12월에는 서방 제재로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지난달 EU에 대한 러시아 원유 수출은 하루 150만 배럴 수준이었지만 12월이 되면 EU의 금지령이 발효돼 이 중 하루 110만 배럴의 수출이 중단될 것으로 보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의 경기침체가 내년 1~3월 최고조에 달해 경제 생산이 8%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또 2023년 4분기까지 러시아 경제가 성장으로 돌아서기 어렵다는 예상을 내놓았습니다.

러시아 내 전문가들도 자국 경제 상황이 앞으로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관측합니다. 러시아 로코인베스트 투자책임자 드미트리 폴레보이는 "올해 4분기에는 GDP가 급격히 줄어들어 감소 폭이 7%에 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도 "제재가 러시아와 글로벌 경제에 가져올 영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러시아 국립고등경제대학(HSE) 발레리 미로노프 부소장은 "제재의 영향이 내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경제난까지 본격화되면 국민들의 불만은 높아질 것입니다. 만약 경제난에 따른 사회적 불안이 발생한다면 사실상 종신지도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몰락이 점쳐집니다. 공식적으로는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가 후계 1순위입니다. 하지만 누가 뒤를 이을지는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러시아 일각에선 푸틴이 사라지면 나라가 사분오열될 것을 우려합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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