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후총회 막판 ‘평행선’ 4가지 의제…쟁점과 전망은?

김규남 2022. 11. 17.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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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름엘셰이크 현장][제27차 유엔기후변화총회]
기후운동가 테레사 앤더슨이 16일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6일 개막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일정이 2주에 걸쳐 숨가쁘게 이어져 왔다. 기후위기에 맞선 전지구적 대응에 198개 당사국 대표들이 자국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치열하게 협상에 임하고 있다. 오는 18일(현지시각) 폐막을 하루 앞둔 17일에도 각국 실무진과 장관들은 여전히 열띤 협상을 벌이는 중이다. 이 때문에 협상이 폐막일을 넘겨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의장국인 이집트가 협상 결과문 발표 기자회견을 19일 오후 7시에 할 것이라는 말도 이집트 현지에서 나온다. 이에 폐막에 앞서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대표들이 협상 마지막까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뜨거운 감자’는 무엇이고, 주요 의제에 대한 쟁점과 전망을 짚어봤다.

①‘손실과 피해 별도 재원 마련’…별도 기구 신설 vs 기존 기구 활용

지난 6월 대홍수로 17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파키스탄 사례처럼, 기후위기로 발생한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선진국이 별도의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이 이번 총회 정식 의제로 채택됐다.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있는 선진국은 이 문제를 오랫동안 반대해온 터라, 이번 27차 총회에서 정식 의제로 채택되기에 앞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개막날인 지난 6일 공식 의제로 채택됐다. 개도국의 숙원이자 30년 만에 처음으로 총회 공식 의제가 된 이 문제는 이번 총회 내내 최대 관심사였다.

핵심 의제이지만 쟁점은 의외로 간단하다. 개도국은 기존 기후재원과 별개로 손실과 피해에 대한 전담 재원 기구를 새로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선진국은 유엔기후변화협약 산하의 재원 마련 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 지구환경금융(GEF), 적응 펀드 등 기존 재원 기구를 활용하자는 입장이다.

이 문제는 개도국과 선진국 간 견해차가 가장 첨예하게 맞서는 의제다. 또한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 26차 당사국 총회(COP26)에서 3년 동안 관련 논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한 만큼, 이번 총회에서 뚜렷한 결론이 나오기보다는 2024년 29차 당사국 총회(COP29)까지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격한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②‘감축’...‘감축작업프로그램’ 출범하나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COP26)에서는 앞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중요한) ‘결정적 10년’ 동안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의욕과 이행을 긴급하게 강화하기 위해 당사국들은 ‘감축 작업프로그램’(MWP) 수립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번 27차 총회에서 개도국들은 선진국이 경제성장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한 역사적 책임을 규정하고, 남은 ‘탄소 예산’(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묶어두는 선에서 전 세계가 쓸 수 있는 탄소의 양)의 형평성 있는 배분 원칙 등을 정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선진국들은 별도의 원칙을 세우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감축 작업프로그램의 성격을 두고서도 개도국은 감축 목표 이행에 대한 정보와 모범사례를 공유하는 단순 ‘정보 공유 플랫폼’으로 보고 있는 반면, 선진국은 실질적인 실행방안이 도출될 수 있는 ‘행동지향 절차’로 규정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2020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 1위 중국과 3위 인도 등은 이 프로그램이 실효성 있게 가동될 경우 추가적인 감축 의무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들 나라는 프로그램 수립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개도국이 ‘손실과 피해’, 기후변화 ‘적응’ 등에 대한 선진국의 재원 확대를 이끌어내고, 이 프로그램 출범에 합의하는 선에서 타협할 가능성도 있다.

③기후변화 ‘적응’ 의제…개도국 “상설 논의체계 신설과 재원 확대” 주장

산업화 이전에 견줘 지구 온도는 이미 1.1도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따른 기후변화 ‘적응’ 의제와 관련해, 당사국들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총회(COP21)에서 글로벌적응목표(GGA)를 수립했다.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COP26)에서는 이 글로벌적응목표와 관련해 2023년까지 2년간의 포괄적인 대화인 ‘글래스고-샤름엘셰이크 작업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이에 대해 개도국은 구속력이 약하다고 지적하며, 기후변화 적응 문제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논의하는 상설기구(글로벌 프레임워크)를 새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진국은 아직 약속된 시간이 1년 남은 만큼, 새로운 논의 기구 신설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적응’ 재원을 두고서도 시각이 갈린다. 개도국은 적응 재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선진국은 재원 확대는 기후변화 ‘적응’ 의제가 아니라 기후 ‘재정’ 의제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의제들은 개도국의 기대가 높은 분야인 만큼, 이번 협상에서 개도국이 이 의제만 단독으로 논의하지 않고, 온실가스 감축 의제 등과 연동해 ‘패키지딜’로 논의하며 타결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④기후 재원…2025년 이후 기후 재원 조성 주체는?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15차 당사국총회(COP15)에서 선진국들은 개도국을 위해 2020년까지 매년 1천억달러(약 140조원)를 조성해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당사국들은 지원 기간을 2020년에서 2025년으로 연장했다.

개도국은 선진국의 약속 미이행을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반면, 선진국은 2023년에는 지원 약속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후재원 보고서’(2021)를 보면 기후 재원은 2017년 711억달러, 2018년 783억달러, 2019년 796억달러로 상승 추세인데, 이에 근거한 입장이다.

문제는 2025년 이후다. 개도국은 재원 조성 기한인 2025년 이후 지원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2025년 이후 새로운 기후 재원 문제가 이번 협상에서 논의되고 있다. 선진국은 재원 조성은 동의하지만, 조성 주체와 관련해 선진국뿐 아니라 재원을 조성할 수 있는 역량 있는 국가와 민간 금융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개도국은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큰 선진국 재원이 주요 출처가 돼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샤름엘셰이크 현장에서 협상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정부관계자는 “‘재원을 최대한 많이 얻어내는 것’이 개도국의 협상 전략”이라며 “개도국은 ‘손실과 피해’,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모든 부문에서 재원(마련과 지원)을 주장하고 있지만, 선진국은 각 분야의 재원을 논의할 것이 아니라, 현재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등에 두루 쓰고 있는 기후 ‘재정’ 부문에서만 관련 논의를 이어가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샤름엘셰이크/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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