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옥 회장 "글·그림으로 여든셋 삶 담담히 얘기하고 싶었죠"

박은희 2022. 11. 1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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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경옥이 그림일기' 출간
1년여간 이상백 시인과 함께 작업
"내 시대 부모·조부모 이해했으면"
최근 자서전 '경옥이 그림일기'를 펴낸 이경옥 동구바이오제약 회장이 17일 서울 송파구 동구바이오제약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각 장의 그림들을 설명하고 있다. 박동욱기자 fufus@

"나는 화가도 작가도 아니지만 여든셋 해의 삶을 그림으로 글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이경옥(83) 동구바이오제약 회장이 그림과 짧은 글들로 따뜻하게 꾸민 자서전 '경옥이 그림일기'를 최근 출간했다. 가족과 자연을 중심으로 지나온 일상들을 담담하게 풀어낸 글과 그의 추억을 담은 그림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새롭게 전개된다.

이 회장은 학창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일흔에 들어 조금씩 그려보다가 이번 출간을 위해 본격적으로 수채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림을 더 배워서 88세인 미수(米壽)에나 계획할까 했던 그림일기를 이상백 시인의 제안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준비해 이번에 내놓게 됐다.

그는 1년여 동안 이 시인과 함께 추억의 장소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그림으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어린시절 살던 곳을 비롯해 많은 곳이 당시와 달라졌지만 직접 다니면서 담은 글과 그림이 이 회장의 일생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17일 서울 송파구 동구바이오제약 본사에서 만난 이 회장은 출간 계기를 밝힌 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여행하듯 둘러본 장소들과 책 속 글·그림에 대한 설명을 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내 시대에 살던 부모나 조부모는 공감을 하고 젊은이들은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어려웠지만 꿋꿋하고 당당하게 살아온 부모 세대를 이해하고 잘 지켜나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전업주부였던 이 회장은 남편인 고암(高岩) 조동섭 선대 회장이 1997년 별세하면서 59세에 사장의 책무를 맡게 됐다. 매일 아침 기도로 시작해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끝나는 일상을 보냈다는 이 회장은 직원들에게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나는 우리 직원들을 전문가로, 멘토로 생각했어요. 직원 이름을 기억하고 대소사에 신경 쓰는 일은 내 중요 업무였죠. 내가 신뢰를 하니 그들도 나를 믿고 따르고 도와줘서 서로 협력해 회사를 이끌어왔어요."

이 회장은 회사 일을 잘 알기 위해 각종 회의와 워크숍에 참석했고, 서울 각 지점과 지방까지 다니며 직원들과 소통했다. 이 회장이 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건 공조와 협력이다. 그는 "각 부서가 다 존재해야 하나의 회사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니 우리는 레일 위를 달리는 열차"라며 "어떤 부서의 이기주의가 부각되면 결국 탈선돼 전체가 목표 지점에 못 간다"고 설명했다.

"직원들 모두 잘하고 있어서 든든하긴 해도 노심초사하는 면은 있어요. '조금 더 잘했으면' 하는 어쩌면 쓸데없는 걱정일 수도 있겠죠. 지금은 다 내려놓고 비우는 연습을 하고 있지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맡겨놓고 지켜보는 중이에요."

이 회장은 "내가 전문가는 아니라도 팔방미인이 돼야 다양성 있게 조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누구를 만나든 상대방의 좋은 점을 배우면서 나를 채워가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갖춰야 할 도덕·윤리는 기본이고 그 위에 실력을 더해야 진정한 능력이 되는 거예요. 내 것만 고집하지 말고 남의 생각도 존중해서 옳은 거라면 취해야죠. 다양하게 접함으로써 새로운 걸 볼 수 있어요. 저는 지금도 공부의 끈을 놓지 않았어요."식지 않는 열정의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 그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가능성에 도전하고 성실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게 아닐까"라고 답했다.

이제 어떤 가능성에 도전하고 싶은지 묻자 이 회장은 "이번 책은 경영 노하우나 지침서가 아닌 그저 당당한 일생을 얘기한 거니 회사 조회나 신년사에서 한 말과 교회에서 한 기도 등을 모아 책을 하나 더 내고 싶다"며 "구체화시키지 않은 막연한 생각인데 할 수 있을까"라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박일훈 화가는 추천사에서 '경옥이 그림일기'를 '이야기가 있는 전시회'라고 표현했다. 책에 실린 그림들로 실제 전시회를 할 계획이 있는지 묻자 이 회장은 "허리 아프고 눈도 잘 안 보이는데 새벽 2~3시까지 이 그림들을 그렸다"며 "의욕은 있지만 부담이 많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 그림들도 '이걸 어떻게 그리나' 했는데 시도하니까 된 거예요. 그런데 책은 글과 같이 있어서 그림을 좀 못 그려도 봐줄 수 있겠지만 전시회는 작품으로서 보여줘야 되니 더 잘 그려야죠. 미완성의 그림이면 '좀 더 하면 나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텐데 전시회는 글쎄, 나이 먹고 욕심부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싶어요."

이 회장은 앞으로의 꿈에 대해 "나하고 같이 했던 분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문화생활도 하고 여유롭게 여생을 보내고 싶다"며 "이타적인 삶으로 사회가 밝아질 수 있게 기여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책을 통해서는 "'내 인생에 뭘 하나 해냈다'보다 누군가에게 위로와 희망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박은희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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