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고전 명작이 `K-로맨스`로

디지털뉴스부 2022. 11. 1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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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셰익스피어(1564~1616)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는 후대 예술가들에게 지속적으로 영감을 주었다. 클래식 음악 분야만 보더라도 작곡가 베를리오즈는 교향곡 '로미오와 줄리엣', 구노는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프로코피예프는 발레 음악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을 남겼다.

발레의 역사에는 케니스·맥밀런과 존 크랑코, 장 크리스토프 마요가 안무한 '로미오와 줄리엣'이 명작으로 전해지고 있다. 오는 11월, 새 프로덕션으로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 오르는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원작 역시 '로미오와 줄리엣'이란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황금기를 이끌다

흔히 1940~1960년대를 미국 뮤지컬계의 황금시대라고 한다.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1957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당시 브로드웨이에서 다룬 적 없던 인종 편견과 갱단 폭력을 전면으로 내세운 이 뮤지컬은 화제를 모았다. 작품을 처음 구상한 인물은 극작가 아서 로렌츠(1917~2011)로 알려져 있다.

로렌츠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새롭게 변용하고 싶어한 작곡가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에게 그 당시 문제였던 청소년 비행에 관한 소재를 제안했다. 번스타인의 아이디어가 덧붙여져 원작 속 두 가문의 대립이 1950년대 미국 뉴욕 웨스트사이드 지역에서 벌어지는 폴란드계 청년 갱단 '제트파'와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청년 갱단 '샤크파'간의 세력 다툼으로 새로이 그려졌다. 그 속에서 꽃 핀 토니와 마리아의 처연한 사랑이 이야기의 골자가 된다. 미국 이민 2세대로 통하는 번스타인이기에 인종과 문화 차별 문제에 예민할 수밖에 없었을 테다.

뉴욕 필을 이끌었던 번스타인의 음악과 브로드웨이의 전설 스티븐 손드하임(1930~2021)의 가사, 뉴욕 시티 발레에서 활약한 제롬 로빈스(1918~1998)의 안무, 극작가 로렌츠의 대본이 더해진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놀라운 완성도로 이목을 끌었다. 시대를 풍미한 대가들에 의해 탄생한 뮤지컬은 첫 공연 이후 전 세계에서 리메이크되며 사랑을 받았다. 1957년 9월 26일 브로드웨이 윈터 가든 초연 이후 732회 장기 공연, 1958년 12월 12일 웨스트엔드 허마제스티 시어터 1,039회 연속 공연 등을 기록하며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황금기를 이끈 작품이다.

작품성도 인정받아 제12회 토니상 뮤지컬 부문 최우수안무상과 최우수무대디자인상을 받았으며, 1961년에는 동명 영화로 제작돼 제3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음악상을 비롯한 10개 부문을 석권하며 뮤지컬 영화 최다 수상 기록도 세웠다. 그리고 2021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본인의 첫 뮤지컬 영화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선택해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여줬다. 스필버그는 미국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을 영화 내내 지속적으로 부각시켰다.◇21세기, 한국에서 다시 만나는 고전

번스타인은 "좋은 음악에는 경계가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전했다. 그는 뮤지컬과 오페라, 영화음악에서도 남다른 재능을 보였는데, 특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번스타인만의 특색이 완연히 드러난다. 라틴 음악, 스윙 재즈, 블루스, 팝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차용하면서도 클래식한 오케스트레이션을 선보였다. 원래는 번스타인이 작사까지 담당하려 했지만, 너무 바빠서 스티븐 손드하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전해진다. '스위니 토드' '어쌔신' '컴퍼니' 등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음악가라고 칭해도 좋을 만한 손드하임은 당시 청년 세대의 독특한 말투를 가사에 생생히 담아냈다. 안무가 제롬 로빈스는 발레와 현대무용, 재즈 등 다양한 춤을 결합해 역동성을 불어 넣었다. 드라마와 어우러지는 움직임과 동작은 이 뮤지컬의 핵심적인 즐길 거리다. 실제로 로빈스는 당시 10대들의 몸동작을 습득하기 위해 거리를 배회하면서 연구했다고 한다.

오랜만에 국내 공연하는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제작 쇼노트)에도 실력파 제작진이 대거 협력한다.

이 뮤지컬의 국내 초연과 재연은 1997년과 2002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이뤄졌다. 2007년 충무아트홀(현 충무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삼연에 이어 무려 15년 만에 새 프로덕션으로 관객을 맞는다. 연출가 김동연과 음악감독 김문정, 무대디자이너 오필영을 비롯해 제롬 로빈스의 오리지널 안무 공식 계승자인 안무가 훌리오 몽헤가 이번 공연을 위해 모였다. 연출을 맡은 김동연은 "분열과 갈등은 계속해서 우리를 누르고, 그 책임은 다음 세대로 전이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하며, ""토니와 마리아의 아름다운 사랑은 우리가 만들어야 할 세상 에 관해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공연의 또 다른 힘은 압도적인 캐스팅이다. 토니 역에는 김준수·박강현·고은성, 마리아 역에는 한재아·이지수가 섭외됐다. 뮤지컬의 고전이라고 해도 좋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2022년 한국에서는 어떠한 형태로 막이 오를지 기대를 모은다. 지금 한국 사회는 어떨까? 1950년대 미국에 팽배했던 인종·계급 간의 갈등이 과연 먼 얘기일까? 이 복잡한 질문에 대한 답을 이번 뮤지컬을 통해 찾아보길 바란다.

글 월간객석 장혜선 기자·사진 쇼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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