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유예’ 이구동성인데… 野강경파만 “계획대로”

이정현 2022. 11. 1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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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시행 앞두고 증권가 '시행 유예' 한 목소리
“시장 악영향 불보듯, 2년 유예 후 보완해 시행해야”
이재명도 신중론… 민주당 강경파만 시행 강행 주장
한투연 “주식시장 붕괴시킬 참사될 것, 시스템부터 정비해야”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과세부담 가능성만으로도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세후수익률이 낮아지는 만큼 우리 증시 거래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앞두고 17일 증권가에서 일제히 우려 목소리를 쏟아냈다. 글로벌 경기침체 및 금리 인상으로 주식시장 거래가 위축된 상황에서 금투세 전면도입은 시장의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금융당국 역시 금투세 도입은 시기상조라는데 동의했다. 주식 장기보유 등에 대한 세제지원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증권가 “금투세 2년간 유예할 필요 있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대주주 여부에 상관없이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주식 5000만원, 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 20%(3억 원 초과분은 25%)의 세금이 부과된다. 현행 세법은 상장 주식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주식 지분율이 일정 규모 이상인 경우를 대주주로 분류하고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 20%의 세금을 매겨왔다.

금투세 도입에 대한 증권가의 의견은 명확하다. 과세 필요성은 차치하고 시행 시기가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주최해 이날 금융투자협회 중회의실에서 열린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 논의를 위한 자본시장 동향 관련 업계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2년간 금투세 도입을 유예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참석자들은 △주식시장 거래가 위축된 상황에서 금투세 전면도입은 시장의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치는 점 △납세자 및 투자자들의 세제 관련 예측가능성이 떨어지고 현장에서의 세제 집행 관련 준비도 필요한 점 △유예 기간에 금투세제 세부 내용에 대한 보완이 필요한 점을 언급하며 우려했다.

자료: 기획재정부
간담회에 참석한 한 증권가 관계자는 “금투세로 인해 우리 증시가 해외 투자에 비해 매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23년이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세제 도입, 시행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훼손하고, 시장의 혼란을 초래해 납세자 주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크다”며 투자자의 조세저항을 우려했다.

관련 세제 보완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금투세 도입과 함께 증권거래세를 점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한 관계자는 “투자자의 장기투자를 유도할 수 있도록 혜택을 더 주고, 세제로 인해 투자를 위축하지 않도록 공제기준이나 세율도 추가 조정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금융당국도 ‘유예’ 무게… 민주당만 갈팡

금융당국도 금투세 시행 유예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이후 주식시장 침체를 고려해 세법 개정을 통해 시행을 2년간 유예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난 7월에는 금투세 도입을 2025년까지 2년간 유예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이윤수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은 “주요국 통화긴축, 경기침체 우려, 인플레이션 등 주식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다”며 “현행 시장상황 고려시 지금 금투세를 당장 시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기획재정부는 금투세를 도입할 경우 과세 대상은 지금보다 늘어나고 세 부담은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해 대주주 양도세 과세 대상자는 1만5000명이었는데 과세 범위를 모든 상장주식 주주로 확대하는 금투세를 도입할 경우 과세 대상자는 이보다 10배 많은 15만명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세수 효과도 지난해 1조5000억원에서 추가로 1조5000억원이 늘어날 것으로 추계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미간 금리 역전으로 금투세 도입시 자본 유출이 가속화될 우려가 있고 이는 환율시장에도 부담”이라며 “세제상 이점이 줄어 해외 주식시장으로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클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칼자루를 쥔 더불어민주당이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유예에 찬성 입장이지만 다수당인 민주당은 ‘부자감세’라는 논리로 내년도 도입 강행을 주장해 왔다. 전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반대여론을 감안해 “금투세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며 유예론에 힘을 실었으나 비명계(非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터져 나오는 등 자중지란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은 SNS에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라는 금언은 상식이며 금투세는 감세, 증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조세 정의와 조세 형평성의 문제”라며 “금투세 대상자는 지난해 기준 1%가 되지 않으며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시행 강행을 주장했다. 신 의원은 비명계로 분류된다.

과세 초점 맞처진 금투세, 해외서는 ‘장투’시 지원

선진국 역시 금투세를 시행 중이나 보완 제도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오랫동안 보유한 주식의 경우 세제 지원을 통해 장기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미국은 주식·채권 등을 양도해 얻은 자본소득을 단기 소득과 장기 소득으로 나눠 과세한다. 1년 미만으로 보유한 주식을 처분할 때는 개인 일반 소득과 합산해 누진세율로 종합과세하지만, 1년 이상 장기간 보유한 주식을 처분할 때는 0∼20%의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 하는 식이다. 영국 역시 전체 소득 규모에 따라 자본소득을 10%·20% 세율로 분리과세하며, 이월 공제 또한 무기한으로 허용한다. 프랑스는 이자·배당·자본이득을 분리과세하되, 장기 보유 주식에 대해서는 매년 일정한 비율로 공제 혜택을 준다. 일본은 이월 공제 기간에 대해 3년으로 제한해두고 있지만, 상장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에서 순손실이 나면 양도소득은 물론 배당·분배금에서도 공제해준다.

개인투자자들은 현행 금투세가 장기투자에 대한 지원 없이 과세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금투세 유예를 강하게 주장하며 여의도 민주당사 앞 등에서 반대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금투세는 글로벌 경제위기 속 우리나라 주식 시장을 붕괴시킬 수 있는 참사가 될 것”이라며 “2년간 유예한 후 시스템을 정비해 선진국 수준으로 올린 뒤 충분한 협의를 거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이정현 (seij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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