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31억이 22억에 …'수상한 거래' 손본다

연규욱 2022. 11. 1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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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직거래 전수조사
전체 거래 중 직거래 비중은
17.8%, 전년보다 두배 늘어
"증여·양도세 회피 목적
가족간 거래 집중조사"
정부가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직거래된 아파트에 대해 탈세 여부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사진은 서울 도심의 아파트 단지 전경. 【매경DB】

시세 31억원의 아파트 주인이었던 A씨는 지난해 해당 주택을 아들에게 22억원에 직거래로 팔았다. 이후 A씨는 아들 명의가 된 해당 아파트를 21억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집에는 A씨가 계속 살면서 명의만 아들로 이전한 뒤 세입자 신분으로 거주를 이어나간 셈이다. 처음 매매계약을 할 때 아들에게 받았던 선금 1억원도 전세계약 체결 후 다시 돌려줬다. 시세 31억원 수준 아파트가 22억원에 거래된 점을 이상하게 여긴 국토교통부는 수억 원의 증여세와 양도세 탈루를 의심해 이를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17일 국토부는 이같이 공인중개사를 배제한 직거래 방식 부동산 거래 중 편법 증여 등 불법 의심 거래 행위를 이달부터 집중 단속한다고 밝혔다. 2021년 1월 이후 시세 대비 너무 높거나 낮게 거래된 전국 모든 직거래에 대해 고강도 기획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국토부가 전국 이상 고가·저가 직거래를 조사하는 이유는 최근 들어 아파트 직거래 비중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에서 직거래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9월 8.4%(4474건)에서 올해 9월 17.8%(3306건)로 증가했다.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으며 거래가 급감했으나 직거래 규모는 어느 정도 유지되면서 비중이 2배 이상 불어난 것이다. 서울만 보더라도 직거래 비중은 지난해 9월 5.2%에서 올해 9월 17.8%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직거래 비중이 크게 늘면서 부모와 자식 간 증여세 등 세금을 회피할 목적으로 아파트를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직거래하는 등 이상동향이 지속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A씨 사례와 같이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 아들에게는 증여세 납부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현행법상 특수관계인 간 거래에서 시세 대비 30% 차이가 나거나, 시가보다 3억원 이상 낮은 거래는 증여세 납부의무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아버지인 A씨 역시 양도가액(22억원)이 아닌 시세(31억원)를 적용한 양도세 납부의무가 부여될 수 있다.

국토부는 연간 100만여 건(2021년 기준)에 이르는 주택 거래 신고 내용을 상시 모니터링하며 이상 부동산 거래를 분석하고 있다. 이중 불법 행위가 의심되는 직거래 사례는 직접 실거래조사를 하거나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해 조사하고 있다.

불법 행위가 의심되는 이상 저가 직거래 중에는 법인과 그 법인 대표 간 거래도 있었다. 법인 대표 B씨가 시세 24억원의 아파트를 법인에서 시세 대비 8억원 저렴한 16억원에 직거래로 매수한 사례도 포착됐다. 이는 본래 24억원에 매수해야 할 주택을 저가 직거래로 16억원에 사들이면서 자산이 8억원 낮게 신고돼 소득세 탈루, 법인은 법인세 탈루가 의심되는 사례다.

이번 기획조사는 지속적인 직거래 증가 추세를 감안해 2021년 1월부터 내년 6월까지 전국에서 신고된 모든 아파트 직거래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토부는 특히 A씨와 B씨 사례 같은 특수관계인 간 이상 고가·저가 직거래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직거래가 아닌 중개 거래도 주택이 위치한 지역이 아닌 다른 곳 중개사사무소를 통해 과도하게 높거나 낮게 계약한 건들은 조사 대상에 포함할 계획이다.

이번 조사는 거래 신고된 기간을 기준으로 총 3차에 걸쳐 단계별로 시행된다. 국토부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편법 증여, 명의신탁 등 위법 의심 행위에 대해 국세청, 경찰청, 지자체 등 관계기관에 통보해 엄중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남영우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모든 고가·저가 직거래를 불법 거래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경우 편법 증여나 명의신탁 수단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 침체 속에서 시세를 왜곡해 시장 불안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이번 조사를 통해 위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중 조치해 투명한 거래 질서를 확립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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