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도 세입자도 "지금은 전세보다 월세가 좋아요"

정석환 2022. 11. 1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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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세가 역대급 하락
금리 부담에 전세대출 꺼려
300만원 넘는 고액 월세
서울서 올들어 36% 급증
전국 매매가 0.47% 하락
부동산원 조사후 최대폭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도 임대차시장에서는 '월세'가 강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 탓에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 임차인 입장에서는 월세가 더 저렴하고, 집주인은 전세가격이 떨어진 상황에선 월세를 꼬박꼬박 받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7일 국토교통부의 '9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월세 거래량은 20만5206건으로 전월 같은 기간 대비 14.2% 증가했다.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1.8%로, 지난 4월 이후 6개월 연속 월세 거래량이 전세 거래량을 앞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월세 비중이 확대된 것은 금리 인상으로 인해 이자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등 시중은행 가계대출 금리가 최고 8%에 육박하면서 세입자들이 대출 이자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월세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월세 수요가 꾸준히 몰리면서 '고가 월세'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10월 서울 아파트 가운데 300만원 이상 월세 거래는 3547건으로 전년 동기 2602건 대비 36.3% 증가했다. 10월 거래 가운데 아직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거래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가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LG한강자이' 전용면적 134㎡의 경우 지난 1월 보증금 1억원·월세 455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2020년 같은 보증금에 월세 420만원으로 계약된 것과 비교하면 월세 부담이 8.3%가량 커졌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이 '이 가격에 내놓느니 월세를 받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초구에 위치한 '서초푸르지오써밋' 전용면적 84㎡의 경우 2020년 월세 198만원(보증금 5억2000만원)이던 것이 지난 4월 월세 250만원(보증금 7억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이사는 "금리가 계속 상승하며 집주인 입장에서도 매달 나가는 비용에 대한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이 부담을 덜기 위해 보증금을 받는 전세보다 세입자에게 받는 금액으로 비용 부담을 줄이는 월세를 선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세 수요가 줄어들면서 전세가격 역시 매매가격과 함께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0.53% 떨어지며 역대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지방 아파트 전세가격 역시 전주(-0.48%) 대비 0.10%포인트가량 떨어진 -0.59%로 집계됐다.

전국·서울·수도권·지방 아파트 매매가격 역시 한국부동산원 조사 이후 사상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46% 떨어지며 전주(-0.36%)보다 하락폭이 더욱 커졌다. 전국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 하락률은 각각 0.47%, 0.57%로 조사됐다.

한국부동산원은 "기준금리 인상 예정에 따른 반전세 및 월세 전환 증가로 전세 수요가 급감하고 기존 매물에 매매에서 전세로 전환되는 매물이 추가되는 등 매물 적체가 심화되고 거래가격이 하락하며 지난주 대비 하락폭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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