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될 바엔 탈출···원조 아이돌 대국 일본의 현주소

최민지 기자 2022. 11. 1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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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지의 쟈니즈 소속 킹앤프린스 3명 탈퇴
SNS 활동 금지 등 폐쇄적 마케팅
‘해외 활동 입장차’ 결별 원인 꼽혀
일각선 ‘K팝행’ 거론 등 갑론을박
일본의 인기 보이그룹 킹앤프린스(King&Prince). 쟈니즈 사무소 홈페이지 갈무리

일본 연예계가 시끌시끌하다. 인기 절정의 5인조 보이그룹 ‘킹앤프린스’ 멤버 3명이 지난 4일 돌연 팀 탈퇴와 함께 소속사와의 전속 계약을 해지한다고 선언하면서다. 인기 아이돌 그룹의 행보야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지만 이번 사태가 일본 대중문화계에 준 충격은 남다르다. 원조 ‘아이돌 왕국’인 일본 엔터테인먼트산업의 현재를 보여주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킹앤프린스는 일본 굴지의 연예기획사 쟈니즈 소속 보이그룹이다. 2018년 5월 데뷔 이래 스마프(SMAP), 아라시 등 쟈니즈가 배출한 ‘국민 아이돌’을 잇는 차기 그룹으로 주목받아왔다. 2016년 해체한 스마프, 2019년 활동 중단을 선언한 아라시의 공백은 킹앤프린스 멤버들의 몫이었다. 음반 활동을 비롯해 드라마와 예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종횡무진 활약해왔다.

히라노 쇼, 기시 유타, 진구지 유타 등 세 멤버의 탈퇴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은 이들이 밝힌 탈퇴 사유 때문이다. 리더 기시는 이날 팬클럽 회원용 영상 메시지에서 “데뷔 때부터 해외에서 활동하는 그룹을 목표로 달려왔지만 드라마나 무대, 버라이어티를 하면서 동시에 해외에 통용되는 스킬을 몸에 익힐 재주가 저에게는 없다”며 “점점 꿈, 목표와 나 자신의 실력 사이의 갭을 느끼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해외에서 활동할 수 있는 그룹이 되기 위해 지금 상태로는 무리라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해외 활동에 대한 의견 차이가 탈퇴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팬들 사이에서는 소속사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나왔다. 소속사인 쟈니즈는 일본 최대 연예기획사로, 수많은 보이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왕국’이다. 그런 쟈니즈는 킹앤프린스를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그룹으로 만들겠다는 입장을 천명해왔다. 문제는 ‘글로벌 그룹’을 목표한다는 말과 달리 이에 필요한 변화는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당장 현지 팬들 사이에서는 K팝 그룹과의 비교가 터져나온다.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K팝 아이돌이 해외에서 성공한 배경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적극적인 소통, 초상·저작권에 대한 다소 느슨한 태도, 완성도 높은 음악과 칼군무 등이 있다.

그러나 쟈니즈의 운영 방식은 폐쇄적이다. 소속 연예인들의 개인 SNS 활동을 금지한다. 실물 음반 중심의 마케팅으로 스포티파이 등 스트리밍 서비스에는 일부 음원만 제공한다. 일본 현지 주소가 있어야 팬클럽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해외 팬 가입도 막고 있다. 쟈니즈 소속 아이돌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기 시작한 것도 비교적 최근 일이다. ‘국민 아이돌’ 아라시의 공식 유튜브 채널은 불과 3년 전 개설됐다. 음악적 변화도 더디다. 쟈니즈 특유의 ‘왕자님’ 콘셉트(반짝거리는 의상을 입고 비교적 단조로운 멜로디의 노래를 부르는 것)는 이들 음악과 안무에 그대로 남아 있다. 2010년대 후반 이후 ‘주전장’이 유튜브와 SNS로 완전히 옮겨갔음에도 쟈니즈는 과거 방식을 고집하며 ‘갈라파고스화’했다. 세계 무대 진출을 원하는 멤버들을 쟈니즈 스타일에 가둬둠으로써 결국 팀원 이탈이라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팬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히라노 등 탈퇴 멤버들의 ‘K팝행’까지 거론된다. 일부 팬들은 “(BTS 소속사인) 하이브로 가서 르세라핌의 사쿠라처럼 다시 데뷔했으면 좋겠다” “해외에 진출하려면 역시 K팝 그룹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K팝 팬들이 “그 정도 실력으로 K팝 아이돌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맞서면서 온라인에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 빅히트 제공

아이돌의 꿈을 가진 일본 청년들은 이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일본 대표 걸그룹 AKB48 출신으로 프로젝트 그룹 ‘아이즈원’을 거쳐 최근 르세라핌으로 재데뷔한 멤버 사쿠라가 대표적이다. 데뷔를 꿈꾸며 실력을 갈고닦고 있는 일본인 연습생도 적지 않다. 지난 16일 발표된 <홍백가합전>(NHK의 연말 가요 프로그램) 출연 명단에는 트와이스와 아이브, 르세라핌 등 한국 걸그룹과 JYP 소속 걸그룹 니쥬, <프로듀스 101 저팬> 출신 보이그룹 JO1이 포함됐다. 원조 아이돌 대국 일본의 현재를 보여주는 사례다.

분명한 것은 일본은 여전히 미국에 이은 음악대국이라는 사실이다. 쟈니즈는 탄탄한 내수 시장 안에서 안정적인 국내 팬덤을 구축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의 반응과 별개로 쟈니즈의 ‘오리지널리티’를 좋아하는 팬도, ‘굳이 해외 진출을 해야 하냐’고 말하는 팬도 적지 않다. 정답은 없는 문제다. 하지만 쟈니즈, 그리고 일본 엔터업계의 고민은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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