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납품단가 연동, 법 말고 인센티브로
◆ 기고 ◆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자재 등 가격이 급등할 경우 가격 상승분을 자동으로 납품대금에 반영하는 제도이다. 현행 납품대금 조정협의제가 조정 신청에 따른 협의 절차라면 납품단가 연동제에서는 별도의 협의 절차 없이 원자재 가격 상승이 납품대금 변경으로 직접 연동된다. 최근 국제 부품 공급망의 어려움으로 부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이러한 납품단가 연동제에 관한 논의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이를 법제화하기 위한 관련법 개정안도 이미 국회에 제출된 상황이다.
주로 대기업의 하청 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이 납품단가의 급등으로 입게 되는 피해를 방지하고자 납품단가 연동제가 주장되고 있지만 현재 그 반론도 적지 않다. 양자의 입장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납품단가 연동제 자체와 이의 법제화를 구분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납품단가 연동제 자체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이를 납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여 피해를 보는 중소기업을 보호하려는 것이므로 원·하청 계약 당사자가 상호 합의하여 계약에 이를 반영한다면 언제든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이번 법 개정안과 무관하게 이미 납품단가 연동제를 반영한 하도급 계약을 시행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납품단가 연동제의 법제화는 전혀 다른 문제로서 계약상 의무 없는 당사자에게 강제적 또는 의무적으로 그 준수를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법한 수단으로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결과를 초래한다. 예컨대, 납품단가 연동제의 법제화에 의한 의무화는 관련 법률이 보장한 계약 당사자의 대등한 법적 지위와 민사법상 계약 자유의 원칙과 같은 계약의 일반 원칙을 위반한다. 또한 사적 자치와 경제 자유의 원칙, 과잉 금지,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 침해 금지, 평등권 침해 금지 등의 헌법상 일반 원칙에도 위반하는 등 심각한 법률적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법제화에 의하여 강제적으로 납품단가를 연동시키는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은 자칫 중소기업의 보호가 미명에 그치고 법질서만 어지러워질 수 있다. 특히 현재의 법 개정안은 문제점에 대한 깊은 검토 없이 그 도입만 고려하다 보니 법안 자체의 흠결과 오류도 존재한다. 만일 이대로 법제화가 이뤄진다면 바로 이어서 의무화로 인한 계약 침해를 이유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것은 자명하다. 결국 납품단가 연동제의 법제화는 관련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없으므로 현재의 법 제도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
오히려 납품단가 연동제에 관한 바람직한 해결 방안은 법치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의 기본 원칙이 존중되는 바탕에서 납품단가 급등에 따른 중소기업의 보호라는 목표를 충족하여야 한다. 따라서 납품단가 연동제는 법제화 대신에 최근 정부의 시범운영 계획처럼 계약 당사자 간 자율적인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다만 계약 당사자가 납품단가 연동제를 자율적으로 채택하도록 기다리고 있는 것은 실질적인 문제 해결이 못된다. 지금까지 납품단가 조정에 미온적이었던 대기업이 납품단가 연동제 채택이 자신에게도 유익하다는 판단이 만들어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납품단가 연동제를 포함한 표준계약서를 원사업자가 활용하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거나 기업평가 공시에서도 이를 반영하게 된다면 기업 스스로도 납품단가 연동제 참여가 기업 이익에 부합하다는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다.
[김병태 영산대학교 법학과 교수, 미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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