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증거인멸 교사 자백..법원 “구속 후 검찰과 딜, 여러 의문점 있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해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 수사 때 자신의 배우자에게 휴대전화 파기를 부탁했다고 인정하는 내용의 자술서를 검찰에 냈다. 검찰은 이 자술서를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유 전 본부장 배우자 재판에 증거로 냈는데, 법원은 “여러가지 의문점이 있다”고 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주진암 부장판사 심리로 17일 열린 유 전 본부장 배우자 A씨의 증거인멸 사건 재판에서 유 전 본부장의 자술서를 증거로 신청했다. 자술서는 유 전 본부장이 A씨에게 휴대전화 파기를 부탁해 증거인멸을 교사했다고 인정하고 뉘우친다는 내용이다. 유 전 본부장 본인도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기소된 상황에서 자백을 한 것이다. 유 전 본부장 측은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증거인멸을 교사한 일이 없고, 설령 그와 같은 일이 있더라도 법리상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증거 신청은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A씨가 지난 6월 기소된 뒤 재판이 두 차례 열렸고, 당초 이날 재판이 종결될 예정이었다. A씨 변호인은 법정에서 “유 전 본부장의 입장 변화를 어제 받아봐서 혼란스럽고 당혹스럽다”며 “그 부분과 관련해 검토해볼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했다. A씨는 휴대전화를 파기한 것은 맞지만 증거를 인멸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주 부장판사는 A씨 사건이 일반적인 증거인멸 사건과 다르다며 여러가지 의문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주 부장판사는 “당시 언론이 시끄러웠고 어떤 형태로든 검찰 수사가 있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증거를 인멸할 것이면 자기가 직접 하지 굳이 피고인(A씨)에게 해달라고 한 것이 이상하다”고 했다.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경우 성립하기 때문에 유 전 본부장이 스스로 파기했다면 문제가 안 됐을 것이라는 취지이다. 주 부장판사는 또 “중요한 증거자료가 있는 휴대전화였다면 자기 방어수단이 될 수도 있는데 버려달라고 했다는 것도 이상하다”고 했다.
주 부장판사는 이어 “수사기록을 보니 유동규가 자기가 구속되고 난 다음 검찰하고 딜을 하더라”라며 “핸드폰을 갖다줄테니 불구속 수사하자고 하면서 핸드폰은 지인에게 맡겨놨다, 누군지는 말 못하겠다(는 부분이 나온다)”고 했다. 또 “피고인(A씨)이 핸드폰을 깨서 버렸다고 하니 유동규가 화를 냈다는데, 버린 것을 갖다달라고 한 것도 이상하다”며 “사건의 사실관계 자체에 의문이 든다”고 했다.
주 부장판사는 “피고인(A씨)의 변소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정치적인 문제가 (얽혀)있고 수사에 착수될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핸드폰을 깼다는 것도 이상하다”고 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휴대전화 2개 중 1개는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통화 후 직접 버렸다고 설명했다. 또 A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20년, 30년을 기다리겠다’고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며 유 전 본부장 건이 형사사건화할 것을 알면서도 휴대전화를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최근 유 전 본부장 등의 진술을 토대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비리로 구속 기소됐으나 지난달 20일 풀려났다. 민주당은 ‘검찰이 석방을 대가로 유 전 본부장에게 불법 대선자금 관련 진술을 얻어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은 ‘허위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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