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보따리 푸는 장진… 연극 ‘서툰 사람들’ 10년 만에 다시 무대로
갈수록 살벌하고 팍팍해져서 편하게 활짝 웃을 일이 드문 세상에 장진(51)이 오랜만에 웃음보따리를 풀어놓는다. 품격있는 코미디 연극 ‘서툰 사람들’을 10년 만에 들고 나온 것.
지난 15일 종로구 아떼오드 연습실에서 기자들과 만남 장진은 이렇게 말하며 “30년 전 작품이라서 지금 시대에 통용되지 않는 건 바꿨다”고 했다. “스물셋의 저는 뭐 이리도 해맑았는지…착하기만 한 인물들이 나오는 이 작품이 꼴도 보기 싫은 적도 있었죠.(웃음) 그러나 이 서툴고 어수룩한 주인공들을 보며 실컷 웃고 나면 관객들에게 이 살벌하고 팍팍한 세상도 살아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장진은 “영화는 찍어놓고 보면 항상 편집할 때 아쉬운데, 연극은 (공연이 계속되며 수정할) 기회가 있기에 손 놓고 싶지 않다”며 “어릴 때 쓴 작품이라 그런지 내 입장에선 아쉬움이 많았다. 10년 전에도 많은 관객이 좋아해 줬지만 늘 수정할 곳이 보인다. 공연 마지막 날까지 고칠 것 같은 작가로서 미완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연극 ‘서툰 사람들’은 순박하고 어수룩한 도둑 ‘장덕배’가 엉뚱하고 발랄한 젊은 교사 ‘유화이’의 집에 도둑질하러 들어갔다가 갇히면서 벌어지는 유쾌한 소동을 그린다. 이번 공연도 직접 연출을 맡은 장진은 도둑과 집주인 사이의 소동극이라는 상황은 놔둔 채 불필요한 장면을 빼고 단어나 표현도 손봤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인물들의 정서와 표현 방식이 30년 전 방식이라고 느껴질 때 이걸 수정하는 건 정말 어려웠어요. 요즘 시대를 단순히 흉내 내는 게 목표는 아니니까요. 지금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는 10년 만에 이 작품을 다시 꺼내 든 이유도 소개했다. “지금 시점이 기로예요. 이 작품을 인생에서 버리느냐, 계속 가져가냐 하는 문제죠. 이 시기를 넘기면 작품 자체가 못 나와요. 제가 아니면 누가 이 작품을 건드리겠어요. 저 역시 50대 중반에 연출할 작품이 아니죠. 제겐 마지막인 것 같아요.”
이 작품은 평범하지만 엉뚱한 캐릭터들의 재치 있는 대사와 엇박자 유머로 웃음을 선사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규칙과 질서를 과감히 깨고 균열을 만드는 코미디죠. ‘서툰 사람들’도 상황과 다른 예외적 선택과 말에 기대는 점이 비슷해요. 우리는 이 친구들의 서툰 모습을 보면서 깔깔대고 자기도 모르게 정이 생기죠. 관객들이 작품 속 시선을 재밌게 바라봐주면 좋겠어요.”
“새로운 배우들을 만나고 싶었어요. 연극을 많이 보면서 저 배우가 ‘서툰 사람들’을 했을 때 모습을 상상해봤습니다. 제가 배우들에게 구혼한 것이지요. 저와의 작업을 통해 좋은 배우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입니다. 20~30년 전 함께한 배우들이 잘되고 그 덕분에 저도 칭찬받은 건 즐거운 기억이에요.”
장진은 “좋은 작품에는 당연히 좋은 관객들이 온다고 믿는다”며 “어떤 배우가 이 무대를 빛낼지 궁금해했으면 좋겠다. 새로운 배우를 만나는 기분으로 와달라”고 당부했다. 내년 2월 19일까지 공연.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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