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탄압 이어진 신장자치구 봉쇄 100일···“신장은 잊혀졌다”

김서영 기자 2022. 11. 1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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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3일(현지시간)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 걸린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 아래로 주민들이 검문을 통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가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라 봉쇄된 지 100일이 지났으나 여전히 목표했던 수준의 방역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최근 제로 코로나 정책을 조금씩 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다른 지역과 달리 신장 자치구에서는 당국의 탄압과 이로 인한 주민들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00일간 ‘최장기 봉쇄’에도 방역 실패···주민 고통 가중

신장위구르 자치구 구도 우루무치에는 지난 8월10일 주요 봉쇄 조치가 내려졌다. 봉쇄 초기에는 신규 감염자 수를 한 자릿수로 낮추는 성과를 잠시 거뒀으나, 지난 9월말 감염이 증가해 자치구 전역으로 확산됐다. 지난달 신장 당국은 열차와 시외버스, 전세버스 운행을 전면 중단한다는 추가 방역 조치를 발표했다.

신장은 2020년부터 여러 차례 봉쇄를 겪었다. 그중 지난 8월부터 이어진 이번 봉쇄는 이날로 100일째를 맞았다. 이는 강경한 방역 정책을 고수해온 중국에서도 가장 긴 봉쇄 조치다. 블룸버그 집계를 보면 2020년 우한시는 76일, 올해 티베트자치구 구도 라사와 상하이는 각 73일·61일간 봉쇄를 경험했다. 지난해 시안과 스자좡은 33일이었다. 신변을 우려해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생(21)은 “(신장 주민) 대부분은 봉쇄가 이렇게 오래 이어지리라고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봉쇄에도 불구하고 최근 7일 평균 확진자수는 30~5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초 신장 당국은 “강제 유전자증폭(PCR) 검사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퍼져나갔다”며 방역 실패를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자치구 내 이리(伊犁)카자흐자치주 등에서는 식량과 생필품을 공급받지 못한 주민들의 원성이 쏟아지자 당국이 사과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환자가 격리시설에서 방치돼 사망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조사가 진행 중이다.

주민들의 고통 또한 나날이 커지며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엄격한 봉쇄 조치로 인해 일부 주민들이 굶주림과 의료 서비스 부족으로 사망했으며, 당국이 한 마을에서 봉쇄에 항의하는 주민 600명을 구금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경찰을 인용해 곳곳에서 시위가 “너무 많다”고도 전했다. 온라인에 게시된 영상엔 토착 위구르족의 언어가 아닌 만다린어를 사용하는 시위대가 당국에 항의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사막을 건너 이 지역을 탈출하려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담긴 영상도 올라왔으며, 현재 격리시설에 머물고 있는 한 청년은 황무지에 있는 이 시설에 쥐도 나온다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제로 코로나’ 완화에도 소외···“신장은 잊혀졌다”

최근 중국은 ‘방역 정책 최적화를 위한 20가지 조치’를 내놓고 조심스럽게 제로 코로나 완화를 시도하고 있다. 기존에 내세웠던 ‘방역 전쟁에서의 승리’ 대신 ‘최적화된 방역’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기 시작한 것이다. 주요 대도시에서도 전체 검사가 아닌 표적 검사를 실시하는 등 빠른 정상화를 강조했다. 해외 입국자 격리 기간도 기존 7일에서 5일로 단축했고, 밀접 접촉자 또한 ‘시설격리 7일+자가격리 3일’에서 ‘시설격리 5일+자가격리 3일’로 줄었다. 이 같은 조치를 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민들의 불만과 경제적 손실을 감안했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지난 4일(현지시간)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 펼쳐진 발릭 산맥의 겨울 전경. 신화연합뉴스

그러나 신장은 이 같은 훈풍과 동떨어져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국제보건전문가인 황옌중 미국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지방 수준에서 재정과 행정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은 봉쇄를 실행할 때 충분한 지원 수단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들은 그렇게 간단하고 잔인한 조치만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책 목표와 실행 능력의 간극이 크다. 제로 코로나 정책은 저개발 지역에서는 덜 효과적이며 더 큰 인도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러한 신장의 실태가 외부로 잘 알려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소셜미디어와 뉴스 계정의 라이브 스트리밍(생방송) 도중 봉쇄 정책을 비판하는 댓글을 여러 건 올린 혐의, 이러한 댓글을 녹화해 유포한 혐의로 신장에서 남성 3명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봉쇄 정책 비판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지만 신장 당국의 경우 특히 적은 관용을 보이고 있다고 SCMP는 지적했다.

아울러 신장에 소수민족이 주로 거주하는 탓에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는 이곳의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적고, ‘우루무치’를 포함해 신장과 관련된 키워드가 일상적으로 검열을 받는 것 또한 신장을 더욱 고립시킨다. 이런 현실 속 신장 봉쇄로 인한 어려움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건 위험을 수반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한 대학생은 “중국에서는 신장과 관련된 어떤 이슈든 ‘민감한’ 것으로 분류된다. 사람들은 이미 신장을 잊어버렸다”고 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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