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무선 이어폰, 값비싼 보청기 대용 가능”

대만 연구팀, 경증·중등도 난청 환자 21명 대상 임상시험
“무선 이어폰, 조용한 환경서 기초 보청기와 비슷한 성능”
“전문 보청기 구매 어려운 난청 환자에 훌륭한 ‘출발점’”

무선 이어폰. 게티이미지뱅크

 
보청기는 난청 치료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의료기기이지만, 착용을 주저하는 환자도 적잖다. 이는 난청의 정도에 따라 효과의 편차가 크고, 가격이 만만치 않은 데다 귀로 쏠리는 타인의 시선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는 값싼 무선 이어폰이 값비싸고 조정이 어려운 난청용 전문 보청기를 대신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주위가 조용한 환경에서는 무선 이어폰이 기초 보청기와 성능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에 전문적인 보청기를 가질 형편이 못 되는 난청 환자들에게는 무선 이어폰이 훌륭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16일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의 보도에 따르면 대만 최대 의료기관인 대북 영민 총의원 이비인후과 전문의 청옌후 교수 연구팀이 경증 내지 중등도(moderate) 난청 환자 2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팀은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2(AirPods2)’와 ‘에어팟 프로(AirPots Pro)’를 고급 보청기 및 기초 보청기와 비교했다. 

고급 보청기는 1만 달러(약 1330만원), 기초 보청기는 1500달러(약 200만원)로 고가의 제품이다. 반면 ‘에어팟2’는 129달러(약 17만원), ‘에어팟 프로’는 249달러(약 33만8000원)다. 

연구팀은 연구 대상자들이 보청기나 무선 이어폰을 착용한 상태에서 “요즘 전기료가 올랐다” 같은 짤막한 문장을 읽어주고 들은 말을 되풀이해 보라고 했다.

그 결과, 주위가 조용한 환경에서는 ‘에어팟 프로’가 기초 보청기와는 성능이 비슷하고 고급 보청기보다는 성능이 약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주위가 시끄러운 환경에서 옆쪽에서 소음이 올 때는 ‘에어팟2’가 가장 성능이 떨어졌다. 앞쪽에서 소음이 올 때는 두 종류의 에어팟 모두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음파가 이동하는 궤도와 연관이 있기 때문일 것으로 연구팀은 추측했다.

물론 무선 이어폰이 완전한 보청기가 될 수는 없겠지만 전문적인 보청기를 가질 형편이 못 되는 난청 환자들에게는 에어팟이 훌륭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 과학전문지 셀(Cell)의 자매지 ‘아이 사이언스’(iScience) 최신호에 발표됐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