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별 게 다 영업비밀? 퇴사 시 챙겨야 할 것과 챙기지 말아야 할 것[로앤톡]

윤예림 기자 2022. 11. 1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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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예림 변호사|법무법인 길도



중소기업 사장님들을 만나면 한결같이 거래처 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거래처가 안정적으로 확보되어 있으면 사업은 안정적으로 굴러가는데, 영업처 몇 개만 몇 개 빠지면 그 달은 휘청하는 게 현실이다. 열심히 직원 하나 잘 키워 영업처 돌게 하니까, 퇴사 후 다른 회사에 들어가거나 자기가 회사를 세워 기껏 확보한 거래처에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중소기업 직원들은 일당백을 해야 하니, 영업사원이 원자재 공급사의 연락처나 원가 가격 등도 다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일당백 하던 직원이 나가 회사를 차리면 내 사업을 통째로 뺏기는 것이랑 다름없다.

이러한 직원들에게 당장 손해배상청구하고 고소도 하고 싶지만 사실 이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는 영업비밀을 침해한 자에 대해서는 금지청구도 할 수 있고, 손해배상책임을 할 수도 있으며, 처벌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특허와 같이 보호받는 기술이나 누구나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한 디자인이야 당연히 “영업비밀”에 해당하겠지만, 거래처나 원자재 공급사의 명부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는 의문이다.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는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비밀로 관리된 생산 방법, 판매 방법, 그 밖의 영업 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라고 정의한다. 우리가 흔히 영업비밀이면 기술적인 측면만을 생각하지만, 법에서는 좀 더 폭넓게, 생산뿐만 아니라 판매,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경영상 정보까지 포함하여 영업상 비밀로 인정하는 것이다.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영업비밀을 부정한 수단으로 취득하거나 사용, 누설한 경우에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다만 거래처의 리스트라는 것이 인터넷 검색만 하면 다 나오는 정보를 모은 수준인지, 아니면 오랜 시간 노력을 들여 쌓아온 관계나 노하우를 통해 작성될 수 있는 것인지가 중요하다. 전자라면 영업비밀이 되기 어렵겠지만 후자라면 영업활동에 유용한 경영상 정보, 즉 영업비밀이라고 평가될 것이다. 원자재 공급사에 대한 정보도 원자재의 일반적인 시세에 따른 정보를 모은 수준이라면 영업비밀이 되기 어렵겠지만, 특수한 물질 내지는 제품에 대한 것이고, 공급하는 곳이 매우 한정적인, 숨겨진 거래처에 대한 것이라면 이는 영업비밀로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하여서는 무죄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배임죄는 유죄로 선고하는 때도 많다. 즉 직원이 들고나온 자료가 영업비밀까지는 아니나, 이것이 전 회사에 배임적 행위라고 인정되는 것이다.

압수수색과 포렌식 등으로 어느 직원이 회사의 컴퓨터에서 어떤 파일을 복사했는지는 수사를 하면 모두 알 수 있다. 퇴사하는 직원 입장에서는 알쏭달쏭하면 안 가지고 나오는 것이 맞다. 회사에 있는 자료보다는 회사에서 익힌 실력으로 승부 보는 것이다. 퇴사하면서 가지고 나올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내가 익힌 실력이 남는 것이다. 전 회사의 사업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윤예림 변호사(법무법인 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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