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한미일 파트너십’ 실행 잘해야 한다

2022. 11. 1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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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외교 청사진 ‘3국 프놈펜 성명’

동북아 넘어 글로벌 협력 확인

中 배려한 ‘포용’은 尹정부 의지

한·중 정상회담에도 중국 불변

北 도발을 합리적 우려로 포장

비용 발생해도 가치동맹 견지

아세안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지난 11∼15일 잇달아 열렸다. 첨예한 미·중 갈등과 북한의 연속 도발 등으로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마주한 중요한 다자 만남 외교 무대였다. 결과적으로 한국과 함께할 동반자가 누구인지를 다시금 확인시켜준 계기였다.

이번 외교 여정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인도·태평양 한·미·일 3국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이다. 미·중 갈등으로 더는 ‘전략적 모호성’이 유효하지 않은 국제정세를 애써 외면했던 전임 정부와 다르게 윤 정부는 국제사회의 원칙과 규범에 기초한 한국판 인·태 전략을 성명에 실었다. 일각의 주장과 달리 중국을 노골적으로 배척하거나 미·일과 완전히 동조한 건 아니다.

우선, 인도·태평양을 수사(修辭)하는 표현에 ‘포용’이 들어갔다. 미국과 일본은 인도·태평양을 언급할 때 ‘자유롭게 개방된’이라는 두 단어만 사용한다. 중국이 역내에서 보여준 행태를 명확히 겨냥한 개념이다. 반면, 포용이라는 단어는 특정 세력을 배척하지 않는 수용성이 담겨 있다. 이 단어는 윤 정부 출범 직후부터 사용된 바 있으므로 공동성명에 한국의 입장이 포함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성명 말미에 ‘각국이 다양한 전략’이 있음을 인정함으로써 한·미·일 간의 일부 전략적 차이를 수용한다.

중국을 사실상 견제하는 내용도 적지 않지만,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규범, 국제법 안에서 언급된다. 성명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불법적인 해양 권익 주장과 매립지역의 군사화, 강압적 활동’으로 규정한다. 2016년 국제중재재판소가 이 지역 내 중국의 행위를 해양법협약 위반으로 판결한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성명에 포함된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도 국제협약에 규정된 권리다.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대만 문제는 3국이 ‘대만 관련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서 사실상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되,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는 원론적 입장이 표명됐다. 경제 분야도 국제사회의 규범에서 벗어나는 내용이 없다. 경제안보에 대한 3국 대화는 중국을 배타적으로 견제한다는 내용과 목표가 없다. 기술 증진, ‘신뢰에 기반한 데이터의 자유로운 흐름’, 핵심 및 신흥기술 개발도 관련 국가 간 협력할 수 있는 합법적 영역이다.

북핵 문제도 국제사회 원칙을 재확인한 수준이다. 유엔안보리 결의안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명백한 불법으로 규정한다. 3국 공동성명 역시 ‘강력히 규탄’했다. 더불어 유엔 결의에 포함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재확인했다. ‘북한과 평화롭고 외교적인 해결을 위한 대화의 길은 여전히 열려’ 있음도 천명했다.

그러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중국의 태도는 적대적이다. 특히,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노골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대표적인 발언은 “경제 협력을 정치화하고 안보화(안보와 경제 연계)하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세계 공급망 재편과 핵심 기술 개발에 대한 한·미·일 3국의 협력 등을 겨냥한 발언이다. 한국으로서는 사드(THAAD) 배치를 이유로 한 중국의 경제 보복이야말로 ‘경제를 안보화’한 직접적이고 대표적인 사례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 발표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미국이 제기한 북한 도발과 핵실험 억제를 위한 협력 요청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회담 이후 왕이 외교부장은 “한반도 문제의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직시하고 각측의 우려, 특히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를 균형적으로 해결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 원칙과 규범을 모두 어기는 북한의 도발을 ‘합리적 우려’로 포장한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해도 중국이 문제 제기할 가능성은 없다.

미·중 정상회담이 우호적 분위기에서 마무리됐어도 근본 태도 변화는 없다. 특히, 시 주석은 중국식 특색 사회주의를 강조하면서 “이후에도 계속 존재할 것”이라며 체제 경쟁을 선언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이번에 발표된 인·태 전략의 원칙을 준수하며, 시행할 때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가치와 규범을 공유하는 국가와 동행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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