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진영논리와 잃어버린 5년

이관범 기자 2022. 11. 1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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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시절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처지는 당시 문 정부와 경제계의 소통 방식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로 꼽혔다.

문 정부의 '부동산 폭등 사태'는 전형적인 진영 논리가 불러온 참사다.

그런데도 우리가 되돌아봐야 할 이유는, 혹시나 '진영 논리'에 빠져 후폭풍을 간과한 채 레고랜드 개발을 추진해온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 회생신청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는지 깊이 반추해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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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범 경제부 차장

문재인 정부 시절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처지는 당시 문 정부와 경제계의 소통 방식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로 꼽혔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후원을 주도해 온 경제단체인데도 5대 경제단체 중 유일하게 올림픽 개막식 행사(2018년 2월 9일)에 초청받지 못했다. 대통령 해외 순방이나 경제단체장 간담회 등에서 번번이 배제돼 ‘전경련 패싱’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한번 찍히면 헤어나올 길이 없는 소통 방식에 재계는 ‘입’을 닫아야 했다.

문 정부의 ‘부동산 폭등 사태’는 전형적인 진영 논리가 불러온 참사다. 부유층과 서민층의 갈라치기에 초점을 맞춘 부동산 정책은 수요와 공급의 기본적인 경제 원리조차 무시한 채 지지층 결집용으로 전락했다. 양도소득세는 한껏 올리고, 재건축은 막았다. 재건축 아파트 보유자는 매도가 금지되는 재산권 제한까지 받았다. 공급은 틀어막은 채 규제만 남발하자 부동산 가격은 역대급으로 폭등했다. 무주택자나 젊은이는 열패감에 시달려야 했다.

중도의 자세로 통합적이고 과학적으로 다뤄야 할 경제·산업 정책도 진영 논리에 망가지기는 매한가지였다. 정권 창출의 지분을 나누는 데 급급해 노동계, 시민단체의 진영 논리를 앞세운 규제 일변도의 경제·산업 정책은 ‘잃어버린 5년’을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성장 엔진은 차갑게 식고, 원자력 발전 등과 고도의 산업 경쟁력은 허물어져 있다.

철 지난 문 정부 시절을 지금 복기하는 이유는 현 정부도 전철을 밟고 있지 않은지 자문할 필요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여권의 강변대로 단기금융 시장 경색의 방아쇠로 작용한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는 그 자체가 채권 시장을 얼어붙게 한 근본적인 요인은 아니다. 급격하게 금리가 오르지 않았으면 채권 수요가 급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동산 시장과 경기가 나빠지지 않았으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실 우려도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되돌아봐야 할 이유는, 혹시나 ‘진영 논리’에 빠져 후폭풍을 간과한 채 레고랜드 개발을 추진해온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 회생신청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는지 깊이 반추해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는 신뢰가 무너지면서 시작된다. 금융은 기본적으로 여러 사람의 돈을 끌어다가 돌리는 연속이다. 디딤돌 하나씩 건너면서 가야 하는데 멀쩡하다고 생각한 디딤돌이 망가지면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채무 상환 약속의 중요성을 망각하거나 간과해 깨는 순간 큰 사고가 일어난다.

경제계에는 현 정부와 직전 정부의 다른 점으로 ‘경청’과 ‘행동력’을 꼽는 인사가 많다. 한 박자 늦긴 했지만, 레고랜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부처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예상을 뛰어넘는 유동성 공급 대책을 제시한 것은 시장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시장과 경제 문제만큼은 철저하게 ‘국익’과 ‘협치’를 중시해야 한다. 진영 논리에 휘둘리면 결국 지난 정부의 과오를 되풀이하고 말 것이다. ‘진영 논리의 함정’을 극복하지 못하면 ‘골든타임’을 놓친 채 더 큰 위기를 맞을 것이다. 이번 사태를 닥쳐오는 세계 경기침체를 이겨낼 ‘예방주사’로 삼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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