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트뤼도 G20 회의에서 불편한 관계 노출…시진핑, 비공개 대화 내용 유출에 항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불편한 관계를 노출했다.
지난 16일 발리에서 G20 정상회의 마지막 일정으로 열린 연회에서 시 주석과 트뤼도 총리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포착됐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7일 보도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시 주석과 트뤼도 총리는 연회장에서 스치듯 만나 다소 굳은 표정으로 약 40초간 대화를 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트뤼도 총리에게 전날 두 사람이 나눈 대화 내용이 언론에 유출된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우리가 나눈 대화 내용이 모두 신문에 실렸다”며 “대화를 그런 방식으로 나누는 것은 적절치 않고, 우리는 그런 식으로 대화를 진행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진정성이 있다면 서로 존중하는 자세로 소통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결과에 대해선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통역을 통해 시 주석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트뤼도 총리는 발언 내용이 다 전달되기 전에 말을 끊고 “캐나다에서는 자유롭고 공개적이며 솔직한 대화를 지지한다”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중국과 함께 건설적으로 각종 현안을 논의하길 기대하겠지만 양국이 동의하지 않는 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써 웃는 표정을 짓던 시 주석의 표정이 굳어졌고 그는 “그런 조건을 먼저 만들자”고 말한 뒤 트뤼도 총리와 짧게 악수를 하고 돌아섰다.
이날 두 정상 간에 오간 불편한 대화는 전날 이뤄진 비공식 회담 내용이 언론에 노출된 것에 관한 것이었다. 시 주석과 트뤼도 총리는 전날 약 10분에 걸쳐 비공개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캐나다 정부를 통해 “트뤼도 총리가 중국의 공격적인 국내 간섭 활동에 대해 시 주석에게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 시 주석이 이에 대한 항의의 뜻을 전달한 것이다.
언론에 포착된 이날 대화 장면은 양국 간 불편한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국과 캐나다 관계는 2018년 미국이 대이란 제재법 위반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한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을 캐나다가 체포해 가택연금하면서 급격히 냉각됐다. 지난해 멍 부회장이 석방되고 중국이 억류하고 있던 캐나다인 2명이 풀려나면서 경색 국면이 조금 풀리는 듯 했지만 캐나다의 강경한 대중국 정책이 계속되면서 양국 사이에는 앙금이 계속 쌓여있는 상태다. 시 주석은 이번 G20 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앤서니 알바니스 호주 총리 등 여러 서방 정상과 회담을 했지만 트뤼도 총리와는 정식 회담을 갖지 않았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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