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 재산이 한순간에”…깡통전세 폭증, 보증사고 ‘연 1조’ 우려

조성신 2022. 11. 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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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사고금액 한달새 40%↑
공식집계 이외 실제론 더 많을 듯

올해 7~10월 강제경매 598건
서울 강제경매 57% 빌라 밀집지
부동산 경매가 열리고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입찰법정 앞이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본격적인 집값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전세금 반환 사고가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달에는 사고 금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파른 집값 하락세로 매매값과 전셋값 격차 축소로 깡통전세가 늘면서 전세보증 사고금액이 한달 사이 40% 가까이 급증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누적 사고금액은 8000억원에 육박해 연간 1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7일 한국부동산원이 부동산테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 보증 사고금액은 1526억2455만원으로, 9월(198억727만원) 대비 39.8% 늘었다. 전년 동기(527억원)와 비교하면 3배가량 급증한 수준이다.

2013년 9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전세금반환보증상품을 출시한 이후 역대 최대치다. 고점 경신은 지난 7월(872억원)이후 4개월 연속이다.

같은 기간 사고 건수는 523건에서 704건으로 34% 늘었고, 사고율은 2.9%에서 4.9%로 2.0%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보증사고 704건 중 652건(92.6%)은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서울 239건, 인천 222건, 경기 191건 순이다.

서울 25개 구 중에서는 93건의 보증사고가 발생한 강서구가 최다였으며, 이어 구로구 27건, 동작구 21건, 양천구 19건, 금천구 16건 순으로 집계됐다. 지방에서 발생한 보증사고는 52건이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금액은 7992억원으로 작년 동기(4507억원)보다 77.3% 늘었다. 사고금액이 빠르게 늘고 있어 올해 1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HUG 전세보증상품 가입 기준으로 집계한 금액이어서 실제 전세사고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전세보증사고는 HUG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가 전세 만기 후 한달 내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를 의미한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75.4%로 올해 9월(75.2%)보다 0.2% 포인트 상승했다. 전세가율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로, 이 비율이 높아 전세가가 매매가에 육박하거나 추월하면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커진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는 원인으로는 연립, 빌라 중심의 전세사기와 주택경기 침체발(發) 깡통전세 확산이 꼽힌다. 집값이 전셋값 수준이면 집주인이 주택을 팔아도 보증금을 마련할 수 없는 것이다.

깡통전세 증가에도 세입자들의 대표적인 안전장치인 전세보증보험의 가입 기준은 강화되는 추세다. HUG의 전세보증보험 보험료는 0.1%로 저렴하게 전세금 반환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다만, 국토교통부는 지난 9월 HUG 전세보증보험 가입 문턱을 높였다. 전세금 반환 보장으로 사고위험이 큰 전세물건들까지 무분별하게 거래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서다. 향후 전세금반환보증상품의 가입 기준은 현행 공시가격 150% 이하에서 140% 이하로 10% 포인트 낮아진다.

강제경매 신청 임차인도 증가 추세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강제경매를 신청하는 임차인도 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매달 평균 150건씩 관련 경매 신청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옥션 자료를 보면, 올해 7~10월 전국에서 임차인·HUG가 신청한 강제경매 건수는 총 598건(7월 145건·8월 156건·9월 142건·10월 155건)으로, 매달 150건가량 신청이 이뤄졌다 .이달은 1~11일 기준 99건으로 전월 대비 신청 건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들이 보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후 경매로라도 구제를 받기 위해 강제경매에 나선 것이다. 전세보증보험에 가입된 경우 HUG가 임차인에게 대위변제한 뒤 강제경매 절차를 진행한다.

서울에서는 중·저가 빌라 밀집지역에 강제경매 신청이 몰렸다. 서울 소재 법원 중 올해 7월 이후 강제경매가 가장 많이 진행된 곳은 남부지법이었다. 202건 중 116건(57.42%)이 남부지법에서 이뤄졌다. 남부지법 관할 지역은 강서구, 양천구, 구로구, 금천구, 영등포구다. 앞서 강서구 화곡동, 금천구 독산동, 양천구 신월동 등 빌라 밀집 지역은 깡통전세 위험군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경매 업계는 임차인 본인과 HUG 외에도 주택금융공사, 서울보증보험 등 강제경매를 신청할 수 있는 주체가 더 있는 만큼 통계에 잡힌 건수보다 피해 규모가 더욱 클 것으로 보고있다. 보증금을 떼였지만, 비교적 소액이라 대응을 포기하거나 선순위 채권이 있어 경매 신청에 나서지 않는 경우도 현장에서는 부지기수다.

문제는 최근 전세 물건 적체로 전셋값이 떨어지고 신규 전세 가격이 직전 계약 가격을 밑도는 역전세 주택도 늘고 있는 만큼 강제경매 신청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여기에 집값이 약세를 보이며 집을 팔아도 전세 보증금보다 모자라는 깡통주택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산 투자자들은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른 세입자를 구해 보증금을 내주는데, 전셋값이 하락하는 경우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된다”며 “매매와 전세가 함께 내리는 부동산 하락기에는 강제경매 신청 건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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