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원도심 소멸] ④ 지방소멸대응기금 제대로 쓰이나…실효성 논란
기금 배분방식, 지원 규모와 관련된 비판도 나와 개선 필요
![부산 영도구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11/17/yonhap/20221117080031947qpxz.jpg)
[※ 편집자 주 = 부산은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부산의 초고령사회 진입은 전국 7개 대도시 중 처음입니다. 이런 부산에서도 인구감소가 가장 심한 곳은 원도심입니다. 원도심 중에서도 부산의 섬인 영도구는 미래 고령화된 부산의 모습에 가장 가까워져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소멸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학자들은 고령사회 충격을 지진에 빗대어 '인구지진'으로 부릅니다. 연합뉴스는 인구지진이 시작된 부산 영도구 지역을 중심으로 인구 소멸의 현상과 대책, 과제 등을 담은 기획물을 매일 1편씩 5차례에 걸쳐 송고합니다.]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정부가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를 겪는 지자체의 대응을 돕기 위해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신설해 올해부터 분배에 나섰지만, 기금이 실제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한 사업에 활용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17일 부산 원도심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부산에서는 인구소멸지역으로 지정된 영도구와 서구, 동구가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받았다.
서구 140억, 영도구 126억, 동구 112억으로 모두 378억원이 배분됐다.
올해부터 전국 인구감소 지역 89곳과 관심 지역 18곳에 지원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은 매년 1조원 규모로 향후 10년간 지원될 예정이다.
문제는 기금을 지원받은 원도심 지자체가 계획하는 사업 가운데는 인구 관련 대책으로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 드는 사업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영도구는 기금으로 진행하게 될 7개 사업 가운데 하나로 '영도어울림문화공원 원도심 치유문화 거점화' 사업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사업에는 올해 받은 기금 중 31억원을 사용하고 향후 2년간 받게 될 기금 중 48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총 79억원의 기금이 들어간다.
![기금 79억 시설 리모델링에 투입 [영도구 제공 문서 촬영, 재판매 및 DB금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11/17/yonhap/20221117080032121gsfj.jpg)
하지만 이 사업의 세부 내용을 보면 기존 영도구 문화·체육 시설을 리모델링하는데 대부분의 기금이 쓰이는 것을 알 수 있다.
2009년 만들어진 영도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무대장치 개보수, 객석 리모델링, 소공연장 전면 리모델링, 층별 로비 공간 리모델링, 야외 공연장 리모델링 등이다.
영도국민체육센터 실내수영장 개·보수와 어울림문화공간 냉방시스템 교체 비용으로도 기금이 쓰이게 된다.
사업의 제목처럼 '치유문화'나 '거점화'의 의미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는 알기 어렵다.
이에 대해 영도구는 주민들의 주거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사업으로 인구 붙잡기 측면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라는 입장이다.
서구의 경우 '암남공원 무장애 보행길 개선' 사업에 기금 25억원을 쓸 예정이다.
암남공원의 관광 경제 혁신을 통해 유동 인구를 유입하기 위한 정책이라고는 하지만, 이 역시 올해 처음 지급된 지방 소멸 대응 기금을 사용할 만큼 상징성 있고 주요한 사업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관광 보행길 조성 사업에 쓰이는 기금 [서구 제공 문서 촬영, 재판매 및 DB금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11/17/yonhap/20221117080032255gfei.jpg)
동구의 경우 112억원의 기금으로 좌천초등학교 폐교 부지에 '어울림파크 복합플랫폼' 건립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세부 계획서를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초 기금을 신청할 때 제출한 계획서가 있지만, 내용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동구 관계자는 "제출한 계획서는 있으나 중간에 세입 조치를 다른 방식으로 변경하고 사업 계획에 대한 조정을 진행하고 있어 아직 세부 사업을 담당한 부서가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준비 작업을 더 꼼꼼하게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부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개괄적인 현황만 공개 [차근호 기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11/17/yonhap/20221117080032440zlue.jpg)
차재권 부경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기존에 예산으로 하던 사업을 소멸대응기금이라는 기금으로 대체한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 같아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의미를 잘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원도심은 교육·보육 분야가 특히 취약한데 이에 맞는 특화된 대책도 없는 것 같아 좀 더 진지한 고민을 통해 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금의 분배 방식에 대해서도 논란은 나온다.
기금은 매년 지자체 사업계획서를 평가해 전체적으로 등급을 매긴 뒤 등급에 따라 기금 지원 규모를 달리한다.
기금의 규모가 매년 유동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일부 지자체들이 대형 시설사업 위주의 장기적인 기금 투입을 요구하는 사업만 잇따라 편성하다 보니 향후 기금 삭감 시 사업 중단 가능성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구 정책 전문가는 "올해는 첫해라 사업투자 계획서 준비 기간이 짧았고, 지방선거가 끝난 지 한 달 만인 5월에 접수가 이뤄져 대부분 지자체가 부랴부랴 준비하거나 방향을 수정했다"면서 "대형 시설 위주의 사업들이 인구와 관련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계획이 만들어졌는지 의문이고, 장기 사업의 경우 매년 사업계획서가 동일하게 제출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워 기금 삭감 등 사업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현재 이런 평가 방식만을 유지하면 지자체 또한 단기 위주의 사업밖에는 편성할 수 없어 기금의 실효성을 살릴 수 없기 때문에 기금 지급 방식 변경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도 "정부도 현재 기금 배분 기준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하려고 노력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현재의 방식으로는 기금의 실효성을 살리기 어렵다는데 저도 동의한다"고 밝혔다.
지방소멸대응기금 규모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차 교수는 "지역이 소멸하는 상황에서 100개가 넘는 지자체에 매년 1조밖에 지원하지 않는다는 게 사실 '언 발에 오줌 누기'와 같은 상황이라 더 큰 규모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면서 "기금의 배분에서도 나눠먹기식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 아니라 살릴 곳부터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등 우선순위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ady@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李대통령, 시장서 '팥붕' 먹방…金여사, 아이들에 나눠주기도(종합) | 연합뉴스
- 이란 "네타냐후 살아있다면 살해"…미확인 사망설 부채질 | 연합뉴스
- '왕을 지킨 남자' 사육신 후손들 갈등에…올해도 '두쪽' 제사 | 연합뉴스
- '벌집구조' 소공동 캡슐호텔 합동감식…50대 日여성 의식불명 | 연합뉴스
- 십센치, 싱가포르 공연 뒤 전액환불 결정…"최상 컨디션 아녔다" | 연합뉴스
- 119에 구조요청 했지만 주검으로…슬픔에 잠긴 30대 공무원 빈소 | 연합뉴스
- 인천 아파트 옥상서 피뢰침 용접하던 70대 관리실 직원 추락사 | 연합뉴스
- 술 취해 점주와 시비 붙자 둔기로 폭행한 60대 영장 | 연합뉴스
- 이란 여자축구대표팀 4명 추가로 호주 망명 철회…2명만 남아(종합2보) | 연합뉴스
- 스토킹 살해 40대 입원 치료로 조사 난항…체포영장 신청(종합)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