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신고 육성으로 들어본 ‘18시 34분 이태원’
[앵커]
참사가 났던 그 날 밤, 위험 신호는 이미 4시간 전부터 울렸습니다.
KBS가 보도한대로 '압사'를 언급한 첫 112신고가 저녁 6시 17분에 있었고, 또 다른 신고자는, 6시 34분에 이태원 그 골목을 지목하며 "위험하다, 압사당할 것 같다"는 얘기를 구체적으로 전했습니다.
쏟아져 나오는 사람을 통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결과적으로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버린 이 신고, KBS가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 들려드립니다.
석민수 기자입니다.
[리포트]
10월 29일 저녁 6시 34분, 가족과 이태원을 찾았던 박 모 씨가 112에 전화를 건 건, 다급하게 '위험'을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신고자 : "해밀톤 호텔 그 골목에 이마트24 있잖아요. 지금 사람들하고 올라가고 내려오고 하는데 너무 위험하거든요."]
'압사' 가능성도 직접적으로 언급합니다.
[신고자 : "그러니까 사람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오니까 압사당할 것 같아요."]
[경찰관 : "사람들이 교행이 잘 안 되고 막 압사, 밀려서 넘어지고 그러면 큰 사고 날 것 같다는 거죠?"]
신고자 본인도 골목에 갇혔다 가까스로 탈출한 상황이었습니다.
[박○○/저녁 6시 34분 112 신고자 : "모여 있는 젊은 친구들보다 체구가 키가 작으니까 분명히 그런 대나무 숲속에 파묻힌 저 자신이 무섭고..."]
이 당시의 '공포'는 신고 녹취에서도 그대로 전해집니다.
[신고자 : "네네. 지금 너무 소름 끼쳐요. 그 올라오는 그 골목이 굉장히 좁은 골목인데... 이태원역 1번 출구에 사람들이 다 나와서 그 골목으로 다 들어가요."]
[경찰관 : "이태원 역에서, 아 그쪽에서 골목에서 빠져나가는 사람들 막 인파로 섞여서?"]
신고자는 '통제'라는, 해법까지도 제시했습니다.
[신고자 : "지금 아무도 통제 안 해요. 이거 경찰이 좀 서서 통제해서. 인구를 좀 뺀 다음에 그 다음에 안으로 저기 들어오게 해줘야죠."]
[경찰관 : "네 알겠습니다. 경찰관이 출동해서 확인할게요."]
그러나 출동한 경찰은 사고가 날 만큼 위험하진 않다며 신고 건을 종결 처리했습니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그때 손을 썼더라면...' 하는 통한이, 신고자 마음에는 두고두고 남게 됐습니다.
[박○○/저녁 6시 34분 112 신고자 : "정말 속마음으로 '인간 띠라도 만들어서 경찰 올 때까지 기다릴까?'라는 그 생각을 했거든요. (참사가 터지고) 제가 염려했던 부분하고 너무 일치하는 부분을 보고서, 허탈하고..."]
KBS 뉴스 석민수입니다.
영상편집:여동용/그래픽: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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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민수 기자 (m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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