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부산엑스포 유치 기금 갹출 논란
대상 기업 “최태원 회장, 민간 유치위원장 되며 추진…부담감 호소”
상의 “전경련 때와 달라…각 기업 의견 듣고 추진, 투명하게 관리할 것”
대한상공회의소가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활동을 위해 10대 그룹에 총 311억원을 걷기로 임시회의를 열어 결의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삼성과 SK가 각 70억5000만원을, 현대자동차가 47억원 등을 내기로 결정됐다. 기업들은 갑작스러운 특별회비 납부 제안에 “준조세 아니냐”는 등 불만도 드러냈다.
경향신문 취재에 따르면 대한상의는 지난 9월7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임시 의원총회를 열어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과 관련해 3가지 안건을 논의했다. 이 안건 중에는 특별회비 납부 안건이 있었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특별회비 납부(안)’ 문서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10위 내에 속하는 회원사는 총 311억원의 금액을 특별회비로 납부한다”고 적혀 있다. 311억원은 자산총액 1위사인 삼성과 상의 회장이자 유치위원장이 소속된 SK가 각각 22.7%를 부담하고, 나머지 8개 그룹이 자산총액 비율로 분담하기로 정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이자 부산엑스포 민간 유치위원장이다.
문건에는 각 그룹별 자산총액과 분담비율, 부과액이 표로 정리돼 있다. 이에 따르면 삼성과 SK는 70억5000만원씩 부담하기로 했다. 이어 자산총액 순으로 현대차 47억원(15.1%), LG 30억5000만원(9.8%), 롯데 22억원(7.1%), 포스코 17억5000만원(5.6%)이다. 또 한화 14억5000만원(4.7%), GS 14억원(4.5%), 현대중공업 13억5000만원(4.3%), 신세계는 11억원(3.5%)이 배정됐다.
삼성전자는 그룹에 배당된 70억5000만원 중 47억2300만원을 맡았다. 삼성전자는 특별회비를 낸 사실을 지난달 27일 공시했다. 10개 그룹사 중 유일하게 삼성전자만 공시했다. 삼성은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에 연루된 이후 10억원 이상의 기부금은 공시하도록 내부규정을 두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미르·K스포츠재단을 활용해 기부금을 걷었고,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사태를 빚었다.
기업들은 절차상 문제가 없었지만 예고에 없던 특별회비를 걷는 상황이 썩 달갑지만은 않다는 입장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기존 대한상의 사업비에는 반영돼 있지 않던 돈”이라며 “최 회장이 민간 유치위원장이 되면서 갑자기 걷게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자발적이라지만 사실상 준조세 성격으로 받아들일 수밖에는 없는 강제성이 아무래도 있다”고 털어놨다.
대한상의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전경련 때와는 다르다”고 해명했다. 우태희 상근 부회장은 “외부 요청이나 압력 없이 민간유치위원회 차원에서 각 기업들의 자율적 의견을 듣고 추진한 것”이라며 “특별회비 납부 및 비용 처리 결과는 투명하게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유치 활동이 끝나면 특별기금 사용 내역 등에 대해 외부 감사를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순봉·이재덕·박상영 기자 gabgu@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팔 스쳤다고···4세 아이 얼굴 ‘퍽’, 할머니 팔 깨물었다
- 이 녀석 죽이려고 63억 썼는데···“이런 지독한 놈은 처음”
- [공식] 지연·황재균, 결국 이혼 인정…“합의 하에 조정 절차 중”
- [단독] ‘김건희 논문 의혹’ 증인들, 국감 앞서 출국…요양·가정사 이유 불출석도
- [단독] 근무 때 옷 벗고 태닝하고, 불법체류 여성 노래방 불러내고…해경 ‘얼빠진 비위’
- 이준석 “윤 대통령과 치맥회동, 명태균 기획 아냐” 반박
- [단독] “잘 먹어야 잘 싸운다” 말해 놓고...내년 병사 급식 단가 동결·간식비 삭감
- “멀쩡하던 스마트폰이 벽돌 됐다”…구형 갤럭시폰 ‘무한 부팅’ 대란
- ‘20대 여성 BJ 살해’ 40대 징역 25년…“반성 찾아볼 수 없어 엄벌 불가피”
- [단독]“평생 못 본 아빠 대신 내라구요?”···상속포기해도 계속되는 응급실 의료비 대납 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