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금호강변 둑 보강, 되레 하천 생태계 망친다”

백경열 기자 2022. 11. 1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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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청, 대구 매호동·효목동 구간 자전거도로 건설 등 정비
환경단체 “수해 걱정이라면 홍수터 만들어야” 사업 철회 촉구

환경당국이 대구 금호강변의 제방(둑)을 보강하고 자전거도로를 건설하는 등의 정비사업을 추진하자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환경파괴가 우려되는 생태 민감지역에서 사업 타당성이 낮은 토건 공사가 이뤄지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1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은 2025년 3월11일까지 국비 283억2900만원을 들여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지난 3월28일부터 진행됐다. 현재 지주 등을 상대로 토지보상이 이뤄지고 있다.

금호강변과 인접한 대구 수성구 매호동에서 동구 효목동 일대까지 5.56㎞ 구간이 사업 대상지역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크게 2구간으로 나눠 사업을 벌인다. 먼저 제방이 있는 구간(3.97㎞)에는 보강 공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제방 폭을 현재 4~5m에서 7m 수준까지 넓히는 게 주요 내용이다.

낙동강청 측은 제방 비탈의 경사도가 하천 기본계획상 설계기준보다 낮아 보강하기 위해 공사를 벌인다고 설명했다. 낙동강청 관계자는 “해당 구간은 평소 제방 위로 차량과 자전거, 사람이 한꺼번에 오가면서 안전사고 위험도 있었다”며 “둑을 넓혀 차량과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곳을 분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낙동강청은 또 하천환경 정비사업을 통해 금호강변 1.59㎞ 구간에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산책로 연결도로(폭 3.5m)를 새롭게 만든다.

이에 환경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영남자연생태보존회 등이 연대한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와 ‘낙동강네트워크’는 지난 15일 경남 창원 낙동강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 낙동강청이 국가 하천 금호강의 생태계를 망치고 있다”며 사업 철회를 촉구했다.

환경단체는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제방의 폭을 넓히려는 곳의 경우 민가가 거의 없다는 점을 들었다. 현장이 주로 농지로 구성돼 있고 그 면적도 넓지 않은 데다, 물길이 들이치는 수충부가 아니어서 수해가 우려되는 지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정작 수해가 걱정이라면 차라리 그 공사비로 농지를 매입해 홍수터로 삼는 게 더 근본적인 처방”이라며 “선진국에서는 제방을 쌓기보다 넓은 홍수터를 만들어 강물도 저장하고 유속도 줄여 더 큰 수해를 막는 방식으로 하천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는 또 현재 강 건너편에 자전거도로가 잘 만들어진 데다 강을 건널 수 있는 교량까지 설치돼 이미 자전거 동호인들이 이용하기 충분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기존 자전거길을 놔두고 생태 민감지역에 또다시 도로를 내겠다는 환경부의 움직임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대구지방환경청은 해당 사업구역에 대해 지난 5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수달과 새 등 법정보호종이 발견되자 낙동강청에 사업 추진 시 전문가에게 자문해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 등을 전달했다.

낙동강청은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확인한 결과 수달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낙동강청 관계자는 “자전거도로의 경우 인근 파크골프장에서 다리 구간까지 이어져 있지 않아 (자전거 이용자들이) 하천을 건너야 했다”면서 “이와 관련한 대구시와 주민들의 민원도 있었기 때문에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단체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 “생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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