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마지막 500억원만 더 줘” 돈줄 끊겨 ‘헐값’된 회사들, 어쩌나

2022. 11. 16. 20: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사 내용과 사진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1조원 평가받다가 순식간에 2000억원으로…돈 줄 마른 스타트업들, 어쩌나”

잘 나가던 스타트업들이 ‘헐값’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수천억원의 돈이 몰리던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해 100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낸 유망 벤처기업 ‘메쉬코리아(부릉 운영사)’는 회사 가치가 5분의 1로 추락했다. 경영 자금 조달을 위해 투자자들에게 읍소까지 불사하고 있다. 메쉬코리아, 왓챠 등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 곳들이 위기를 넘기지 못하면 기존 유니콘 기업들에도 여파가 이어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1조원→2000억원 ‘부릉’…네이버·현대차에 ‘SOS’

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쉬코리아는 네이버, 현대자동차, GS홈쇼핑 등에 5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요청했다. 신규 투자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투자 주주들에게 마지막 증자를 호소한 것이다. 창업주이자 지분 14.68%를 보유한 유정범 이사회 의장 명의로 서면이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메쉬코리아 부릉 [메쉬코리아 제공]

지난 2월 메쉬코리아는 운영 자금 마련을 위해 유정범 의장과 김형설 부사장 지분을 담보로 오케이캐피탈에 고금리로 360억원을 대출받았다. 지난 15일이었던 만기를 일시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연장 과정에서 법정관리 및 M&A 진행이 언급됐다. 만약 대출금을 빠른 시일 내에 상환하지 못하면 네이버 등 기존 투자 주주들의 지분도 소각될 위험이 있다.

메쉬코리아는 이륜차 기반의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 운영사다. 지난해만 해도 1조원 수준의 기업 가치를 주장하며 1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누적 투자금만 1762억원이다. 하지만 현재 기업 가치는 2000억원 수준으로 폭락했다. 올 초 700억원에 달하는 신규 투자 유치에 나섰지만, 시중 금리 인상 및 실적 악화 등으로 실패했다. 현재는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사려는 사람이 없다. 새벽배송, 풀필먼트(물류통합관리) 등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는 사이 지난해 적자는 365억원으로 늘었다. 누적결손금은 1100억원대가 넘는다. 실적 악화로 투자가 경색되자 고강도 구조조정 및 이륜차 부문 제외 사업 정리 등을 단행했다. 아직까지도 경영권 매각에는 별 소득이 없다.

매각설 ‘왓챠’, 겨우 ‘38억원’ 조달…급한 불만 껐다

국내 토종 OTT 플랫폼 왓챠도 비슷한 상황이다. 경영난으로 인한 매각설과 함께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다.

지난 2월 박태훈 왓챠 대표가 종합 엔터테인먼트 구독 플랫폼으로 전환 '왓챠 2.0'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왓챠 제공]

업계에 따르면, 왓챠는 최근 38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창업자 중 하나인 박대훈 대표의 개인적 네트워크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현재 왓챠의 경영난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불충분한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인정된 기업 가치는 780억원 수준이다. 올 상반기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 추진 당시에는 5000억원의 기업 가치로 1000억원을 투자 받으려 했다. 1년도 채 안돼 기업가치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왓챠는 지난 2월 웹툰과 음원을 아우르는 종합 콘텐츠 구독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선언, ‘왓챠 2.0’ 확장에 나섰다. 하지만 투자 난항으로 매각설이 불거지며도 해당 프로젝트도 지연됐다. 약 8개월만인 지난달 웹툰 서비스가 출시됐다.

그 사이 왓챠의 월간이용자수(MAU)는 폭락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35만명에 달하던 왓챠 MAU는 지난달 86만명으로 뚝 떨어졌다.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등 공룡급 OTT들 사이에서 경쟁력 약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이러다 우리도?”…긴장하는 스타트업 업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 빌딩이 밀집된 모습 [헤럴드경제DB]

메쉬코리아, 왓챠 등 내로라하던 벤처기업들이 휘청이면서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팽배하다. 지난해와 전혀 다른 분위기에 당근마켓, 마켓컬리 등 이미 유니콘 반열에 오른 기업들도 안심할 수 없다. 지난해까지 적자를 감수하며 사업 확장에 힘썼다면, 최근에는 수익성 강화를 통한 내실 다지기에 주력 중이다. 일례로 당근마켓은 지난 6월 프랜차이즈 기업을 대상으로 ‘브랜드 프로필’ 서비스를 시작했다. 앞서 동네 소상공인을 제외한 대기업 광고는 받지 않겠다던 기존의 방침을 깨고 수익성 개선을 선택한 것이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벤처투자 시장은 말 그대로 꽁꽁 얼어붙었다”며 “신사업 발굴 등 잠재성 있는 곳에 도전해 성장하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jakmeen@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