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녹취록 공개 전 '긴급 지시'…"'휴민트' 넓혀"

장민성, 강민우 기자 입력 2022. 11. 16. 20:24 수정 2022. 11. 1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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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태원 참사 이틀 뒤, 경찰이 시민단체 움직임과 여론 동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서 만든 내부 문건을 저희가 얼마 전에 전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 뒤에도 경찰이 국회와 언론을 상대로, 경찰 책임론에 대한 정보 수집 활동을 강화하려 했던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경찰 정보 수집은 국민을 위해서만 해야 한다는 원래 목적에 맞는건지, 지금부터 하나씩 따져보겠습니다.

먼저 단독 입수한 경찰 내부 회의 내용, 장민성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장민성 기자>

이태원 참사 4시간 전부터 다급한 요청이 쏟아졌던 경찰 112신고 녹취록.

그런데 이 녹취록 공개 11분 전, 경찰청 정보국 한 부서의 단체 대화방에 부서장 지시사항이 공지됩니다.

오후 5시에 신고 녹취록이 공개될 예정이라며, 언론과 주요 관계자들의 반응을 텔레그램으로 보고하라는 내용입니다.

비난의 화살이 경찰에 쏠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경찰 책임론에 대한 정보 수집 활동을 주문한 건데, 사흘 뒤인 지난 4일, 윤희근 경찰청장과 정보국 지휘부가 모여 회의를 하고서는 더 구체화한 지시가 전달됩니다.

[A 총경 (11월 7일 경찰청 정보국 내부 회의) : 청장님이 걱정하시는 게 첫 번째가 이겁니다. 국회 협력관 있잖아요? 거기하고 이 대변인실의 언론 대응을 보면 생각보다 역할을 전혀 못 하고 있어요.]

경찰 정보관들이 과거 국회나 언론사를 담당했을 때와 비교하면 현재 역량이 떨어져 있다고 지적한 뒤, 정보국이 더 큰 역할을 하기 위해선 '휴민트', 즉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A 총경 (11월 7일 경찰청 정보국 내부 회의) : '휴민트'를 좀 더 넓혀가는 노력이 좀 필요하다. 청장님께서 어떤 말씀 하셨냐면 지역 안전 정보활동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정보가 과연 제 역할을 했느냐 이 얘기를 하셨어요.]

그러면서 주요 언론사, 그 가운데서도 간부들을 상대로 한 적극적인 접촉을 당부합니다.

[A 총경 (11월 7일 경찰청 정보국 내부 회의) : 저도 당장 오늘은 ○○○, 내일은 □□□ 점심을 먹습니다. 그냥 예를 들면 아는 기자한테 들어보면 이 정보의 어떤 신빙성이 굉장히 떨어져요.]

정보관들로부터 '수시로 보고'가 이뤄지고 있다는 언급도 나옵니다.

[A 총경 (11월 7일 경찰청 정보국 내부 회의) : 수시 보고를 해 주시는 거 너무 고맙고, 조금 더 어떤 신빙성이나 첩보의 가치성, 이런 것들을 감안해서 해주시면 감사하겠다.]

그러면서 "이제 인사 시즌"이라는 말로 회의는 끝을 맺습니다.

[A 총경 (11월 7일 경찰청 정보국 내부 회의) : 연공서열 가지고 근무 평정을 하다 보면, 모든 게 다 연공서열화 되니까. 근무 평정이라는 게 대부분 항목이 다 있거든요?]

(영상취재 : 조춘동·최준식, 영상편집 : 원형희, CG : 조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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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와 함께 경찰은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이 국회와 업무 협조를 위해서 두고 있는 국회 협력관들의 운영 현황을 파악하라는 지시도 내렸습니다. 그뿐 아니라 협력관들에 대한 안팎의 평가까지 수집하도록 지시해서 사찰 논란도 일 걸로 보입니다.

이어서 강민우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강민우 기자>

국회 협력관 운영실태 파악이라는 제목의 지난 8일, 경찰청 정보국 내부 문건입니다.

각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이 국회를 상대로 두고 있는 협력관의 운영 인원과 소속 부서, 활동 예산 규모 등을 파악해 열흘 뒤인 오는 18일까지 제출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각 기관 협력관들이 소관 상임위만 담당하는지, 국회 전반의 정보 수집을 담당하는지, 활동 방식을 파악하는 건 물론 이들에 대한 '대내외 평가'를 수집하라는 항목도 있습니다.

각 기관 내부에서 협력관이 요직인지, 또 협력관 근무 후 선호 보직으로 이동하는지 등 조직 내 지위와 함께, 국회 협력관들 사이에서의 업무능력 및 친분 평가와 국회 보좌진들 사이에서의 평가까지 파악해서 보고하라는 겁니다.

이런 지시는 경찰청 정보국 부서장이 국회 관련 정보 활동을 강조한 지 하루 만에 내려졌습니다.

[A 총경 (11월 7일 경찰청 정보국 내부 회의) : 언론과 국회를 우리가 출입 못하고 담당이 없다고 해서 만나지 말라는 게 아니에요.]

사찰로 비치는 걸 우려한 듯, '논란 소지 없도록 파악 부탁한다'는 당부도 적혀 있습니다.

SBS 취재 결과, 이 지시 이후 경찰청 정보관들이 정부 기관에서 파견된 협력관들을 실제로 접촉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 기관의 국회 협력관은 "지난 11일, 경찰 정보관이 식사를 같이하자고 연락 와서 만났다"고 했고, 야당 소속 한 보좌관도 "최근 정보 경찰이 찾아와 국회 협력관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흥기·조창현, 영상편집 : 이승희, CG : 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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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정치부 장민성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민감한 정보국 내부 회의 내용…출처는?

[장민성 기자 : 우선 제 이메일로 공익 제보가 왔습니다. 제보자는 다만 본인의 신원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제보자는 SBS 취재진에게만 제보를 했다,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이 사안을 확인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얘기를 했고요, 여러 차례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순차적으로 관련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경찰과 국회 그리고 정보부처 협력관들을 상대로 이 사실 관계도 확인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Q. 경찰청 정보국 입장은?

[장민성 기자 : 경찰청장의 지시 내용을 전달하고 내부 회의를 주재한 정보국 소속의 A 총경은 한마디로 "논란의 소지는 있을 수 있지만, 위법한 활동은 아니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공공기관들의 국회 협력관 운영 실태를 파악하라고 지시한 건 "다른 부처들의 협력관 운영 실태에서 벤치마킹할 부분이 있는지 그걸 파악해서 경찰의 국회 협력관 제도를 조금 더 잘 운영해 보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협력관 개인에 대한 평가가 '사찰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해서는 "사찰의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 "협력관 개인이 아닌 팀에 대한 평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고 적법한 범위 안에 있는 정보 수집 활동이었다."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Q. '사찰 의혹' 제기될 듯…법적 문제는?

[장민성 기자 :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보면 경찰의 정보 수집 목적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 보호'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정보 활동의 범위도 '공공 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으로 한정됐습니다. 정보국이 내부 회의를 잇따라 열고 정보 수집을 내린 이달 초 이 시기는 경찰에 대한 참사 책임론에 불이 붙던 시기였습니다. '비난의 화살이 경찰로 쏠릴 수 있다', 이런 이유를 들면서 개인들에 대한 평가 정보까지 수집하라고 지시한 것이 국민과 공공안녕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위기에 처한 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논란이 일 수밖에 없습니다.]

(영상편집 : 박정삼)

▷ 이임재 "당시 상황 몰랐다" · 류미진 "상황실 부재는 관례였다"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6973544 ]
▷ 특수본, 이상민 수사 검토 "직접 책임 확인 중"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69735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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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성, 강민우 기자m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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