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상민에게 “고생 많았다” 한 윤 대통령, 민심 너무 모른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동남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영접나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고생 많았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출국길에도 이 장관 어깨를 두 차례 툭툭 치고 전용기에 오르더니 귀국길에도 각별히 챙기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순방 중인 4박6일간 이 장관은 “누군들 폼나게 사표 쓰고 싶지 않겠느냐”는 문자를 언론사와 주고받아 시민의 분노를 샀다가 국회에서 뭇매를 맞았다. 13일엔 그가 연말까지 재난안전대책을 세우는 ‘범정부 TF’ 단장을 맡아 때이른 재신임 논쟁에 휘말렸다. 이태원 참사 문책론의 중심에 있고, 잇단 설화로 동네북이 된 안전 주무 장관에게 ‘고생 많았다’는 대통령 말이 왜 나왔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이 장관이 왜 문책되어야 하는지는 시민들도 다 안다. 그는 이태원 참사에서 드러난 부실한 재난 예방·보고·대응 체계와 경찰·소방 지휘라인의 정점에 있다. 그러면서도 158명이나 억울한 희생자가 나온 참사를 늑장보고 받고, 다음날 우려할 인파나 경찰이 막을 수 있는 참사가 아니었다며 현장 상황을 오판·호도했다. 그리고 경찰을 지휘하기 위해 행안부 내에 경찰국을 신설했다던 주장과 정반대로 “(경찰이) 일절 내게 보고하는 게 없다”고 둘러댔고, ‘폼나게 사퇴하고 싶다’는 망언까지 했다. ‘참사·희생자’를 ‘사고·사망자’로 지칭한 정부 지침에서도 행안부는 자유로울 수 없다. 게다가 그는 참사 당일 행적을 밝히지 않은 유일한 고위공직자이기도 하다. 시민들은 이번 참사가 결코 희생자들 잘못이 아니라며 “국가는 어디 있었느냐”고 묻고 있다. 그 책임에 1차적으로 답할 이가 이 장관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경찰이 행안부 수사를 시작하며 “이 장관의 지휘 의무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수사에 성역은 없어야 한다. “고생 많았다”는 윤 대통령 발언이 또 다른 가이드라인이 되어선 안 된다. 앞서도 “장관 하나도 못 지키냐”는 대통령 말이 친윤석열계가 이 장관을 엄호하는 시발점이 됐다. 윤 대통령은 과거 ‘만취운전·엄마찬스’ 논란을 빚은 박순애 교육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며 “야당과 언론 공격 받느라 고생 많았다”고 했었다. 상처받은 시민이 아니라 장관을 위로하는 대통령의 말은 민심과 너무나 거리가 멀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분명해야 한다. 총체적인 재난체계 부실 책임을 대통령의 ‘죄송한 마음’ 한마디로 넘기려는 것인가. 윤 대통령은 이 장관부터 문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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