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재 전 용산서장 “서울청이 기동대 지원 두 차례 모두 거절”

윤기은·김송이·김세훈 기자 2022. 11. 1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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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시위가 많아서 지원 어렵다 답변 받아”
서울청 지휘부 업무상과실치사상 입건 가능성
이임재 전 용산서장 내주 월요일 특수본 출석
이임재 전 용산서장(왼쪽)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안위 현안질의에 참석해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옆에는 당시 서울청 상황관리관 류미진 총경./박민규 선임기자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현장 총괄 책임자였던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총경)이 국회에 출석해 “서울경찰청에 이태원 축제를 위한 경비 기동대 투입을 두 번 제안했지만 (서울청이) 두 번 다 거절했다”고 밝혔다. 용산서가 서울청에 경찰 기동대 파견을 요청했는지 여부는 경찰청 특별사수본부(특수본) 수사의 핵심 규명 대상이다. 앞서 서울청은 용산서 일선에서 비슷한 주장이 나오자 “참사 발생 전까지 교통 기동 인력을 제외한 별도의 인력 파견을 논의한 적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 총경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현안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날짜까지는 모르지만 ‘핼러윈 축제에 대비해서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기동대를 요청한다’고 서울청 주무 부서에 요청했다”며 “협력 과정에서 ‘집회·시위가 많기 때문에 지휘가 어렵다’는 답변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 후 다시 지원 요청을 했을 때 서울청에서 재차 검토가 있었으나 집회·시위 때문에 어려운 걸로 결정이 된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했다.

이 총경의 증언은 일선에서 핼러윈 축제에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우려해 추가 인력이 현장에 배치돼야 한다는 입장을 상부에 전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간 서울청에서는 “핼러윈 참사가 발생하기 전에는 기동대 인력 배치 요청을 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 총경 주장이 사실이라면 서울청 지휘부 역시 참사에 대한 법적 책임(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을 지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 총경은 김광호 서울청장 등 지휘부에 직접 기동대 배치를 요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당시 김 서울청장이 재차 검토했지만 집회·시위 대비 병력이 부족해 안 된다고 결정한 것으로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서울청이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기동대를 배치하기로 결정한 것은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오후 10시15분 이후이다. 가용 인력이 있었음에도 참사 발생 이후에야 인력을 투입한 ‘늑장 대처’였던 셈이다. 야권에서는 같은 날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집회·시위 대응에 주력하느라 핼러윈 축제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총경은 참사 당일 오후 11시가 돼서야 처음 참사와 관련한 보고를 받았다고 이날 증언했다. 그는 “무전 녹취록과 통화기록이 있겠지만, 녹사평역에 도착한 오후 9시57분쯤 (용산서) 112상황실장에게 상황을 물었더니 ‘사람이 많고 (교통이) 정체되고 있으나 특이사항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이태원 참사 당시 아무 보고를 받지 못했다. 처음 보고를 받은 것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쯤”이라고 했다.

이 총경은 “참사 당일 오후 11시20분 대통령실에서 걸려온 전화를 왜 받지 못했냐”는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제 통화기록을 복기해보면 오후 11시20분쯤 행정안전부에서 전화가 왔는데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겨를 없이 지휘하느라 (대통령실) 전화를 못 받았다”며 “6분 후 다시 전화해서 현재 10여명이 CPR(심폐소생술) 중이라고 간단히 상황 보고 드렸고, 상황파악 및 대처하겠다 보고를 드렸다”고 했다.

이 총경은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민생 현안보다 경비에 집중했던 것 아니냐”고 묻자 “특정 업무에만 집중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당시에 집회·시위가 있었고, 현장 대처를 분명히 하라는 지령이 있었다. 그다음에 핼러윈 현장에 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대통령실 이전 등으로 경비 관련 업무가 전반적로 늘어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다 그런 것은 아니고 경호나 경비 쪽에 일정 부분 (업무가) 늘어났다고 생각한다. 다만 거기에 맞춰 인원이 보충됐다. 현장에선 그러나 많이 부족하다 느꼈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 전 서장은 관용차를 타고 현장 진입을 시도하다 현장 도착이 50분간 지체된 점을 인정했다. 소방에 참사 첫 신고가 들어온 오후 10시15분 이태원 엔틱가구 거리에서 뒷짐을 진 채 걸은 데 대해서는 “그때까지 정확한 현장 상황 몰랐다”고 했다.

이날 국회에는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총경)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사고 당시 서울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했다. 류 총경은 소방본부가 112 상황실에 ‘공동 대응’을 두차례 요청한 점에 대해 “오후 11시39분 상황실 직원으로부터 상황관리관 전용폰으로 연락을 받고 그때 알게 됐다”며 “용산서장이 서울청장에게 보고를 해서 서울청장이 현장으로 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청장이 현장으로 나가고 있기 때문에 가용경력을 현장으로 배치하는게 급선무라고 생각했고, 가용경력을 먼저 보낸 다음에 상황을 서울청장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 전엔 아무도 전화나 찾아오지 않았냐”고 묻자 류 총경은 “종합상황실에 30~40명 있었고, 분석요원 10명 정도 있고, (상황실) 팀장이 있고, 상황 대응하는 직원들이 있었다. 이전까지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동시다발 신고가 예상되는 경우 접수자가 상황팀장에게 보고 하고 상황팀장이 전체 근무자에게 정보를 공유하도록 매뉴얼에 나와 있다’고 지적하자 류 총경은 “저의 주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그 부분에 정확하게 모르고 있었다”고 답했다.

류 총경은 참사 당일 당직자임에도 상황을 보고받기 전까지 5층 상황실을 비운 이유에 대해 “아침에 (당직자에게) 교양을 하고 이후 (10층 인사관리관) 사무실에서 상황대기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 전 서장과 류 총경은 특수본에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된 상태다. 이 전 서장은 “특수본 소환 통보를 받았느냐”는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받았다. 조사 시기는 다음주 월요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특수본은 직무유기 혐의를 받고 있는 류 총경도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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