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서민이 종부세 최종피해자 … 稅상승분 절반, 월세 전가
내주 종부세 폭탄
전임 문재인 정부의 보유세 강화 정책에 따라 올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하는 국민이 120만명으로 제도 도입 이후 최고치에 달할 전망인 가운데 늘어난 세금 부담이 전·월세 가격에 전가되며 938만 무주택 가구가 '불똥'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전국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연말 종부세 '폭탄'을 맞는 납세자가 급증하며 집단적인 조세저항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팽배하다.
16일 민간 경제 연구기관인 파이터치연구원이 2000~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22개국 주택, 월세 가격,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율 등을 바탕으로 세금 증가가 월세에 미치는 영향을 회귀 분석한 결과 보유세가 1% 늘 때 월세는 0.06% 오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종부세 평균 세액은 601만원으로 전년(269만원) 대비 332만원 올랐다. 지난해 종부세가 332만원 늘면서 월세는 20만원 올라가는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국내로 시점을 좁혀 보면 보유세 인상이 전·월세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진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최근 '보유세 전가에 관한 실증연구' 논문을 발표하며 임대인이 부담하는 보유세가 1% 늘면 세금 증가분의 29.2~30.1%가 전세 보증금 형태로 임차 가구에 전가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보유세 상승분이 월세 보증금 인상에 전가되는 비중은 46.7~47.3%로 더 높았다.
문제는 올 들어 금리가 치솟자 눈덩이처럼 커진 금융비용 부담에 무주택자들이 전세에서 월세로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월세 수요가 대폭 늘었는데 임대인의 보유세 부담까지 전가되며 무주택자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가격은 125만8000원으로 1년 새 10.4% 뛰어올랐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종부세를 강화하면 다주택자들은 월세 가격 등을 높여 세 부담을 분산하게 된다"며 "주택 공급이 부족한데 세금만 올려놓으면 결국 타격은 무주택자들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지현 파이터치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종부세는 당초 부자들에게서 더 많이 거둔 세금을 서민들에게 나눠주는 의미로 소득 재분배 효과를 위해 도입됐지만 실질적으로는 저소득층에게 조세를 전가시키는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다"며 "2018년 수준으로 종부세 세율을 환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종부세 납부자(120만명)가 급증하며 종부세가 부유세라는 주장은 힘을 잃고 있다. 주택분 종부세 납세자가 100만명을 돌파한 것은 2005년 당시 노무현 정부가 종부세를 도입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주택분 종부세를 내라고 통보받은 국민은 94만7000명이다. 이의신청 등을 거쳐 실제로 세금이 부과된 인원은 93만1484명으로 집계됐다. 불과 1년 새 종부세를 내야 하는 국민이 29%나 증가한 셈이다.
주택 소유자(1509만명) 중에서 종부세를 내는 개인 비중도 올해 약 8.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 초인 2017년만 해도 종부세를 내는 개인 비중은 2.4%에 그쳤지만 가파른 공시가에 세율 인상이 겹치며 납부 대상이 크게 늘었다.
국민들의 집단 반발에 종부세의 법적 안정성은 흔들리고 있다. 급격히 늘어난 종부세 내역이 지난해 말 고지되자 세금 폭탄에 놀란 납세자들은 올 상반기부터 무더기 행정심판을 조세심판원에 제기했다. 올해 국무총리실 산하 조세심판원에 접수된 종부세 불복 심판 청구는 9월 기준 3843건으로 전년(284건) 대비 14배 급증했다.
하지만 종부세 완화의 목줄을 쥔 국회가 세 부담 완화법을 통과시킬지는 미지수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자 감세'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하며 다주택자 종부세율 인하안 등을 담은 정부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면 기재부 재산세제과장은 "과도한 종부세 부담으로 인해 납세자 수용성이 낮아졌고, 주택 과세 형평이라는 종부세 도입 취지도 훼손되고 있다"면서 "부동산 시장 하향 안정세와 금리 인상 추세를 고려할 때 지금이 과도하게 강화된 종부세를 정상화할 적기"라고 말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종부세에 대한 국민들의 조세저항이 폭증했다"며 "이대로 가면 내년에는 부동산 가격 하락과 맞물려 국민이 체감하는 세금 증가폭이 확대돼 더 큰 조세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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