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킹이 사람 대신 방사선 측정… 달 기지 건설 첫 걸음

이준기 2022. 11. 1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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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캡슐, 2800도 온도 견뎌
센서부착 3개 마네킹 피폭 측정
2024년 비행사가 '달 궤도' 탐사
아르테미스-1 임무 수행을 위해 달을 향해 발사된 역대 최강의 로켓으로 평가받고 있는 'SLS' NASA 제공
아르테미스-1 임무에서 로켓 역할을 한 'SLS 발사체'
SLS에 탑재된 유인 우주선 '오리온 캡슐'

17일 발사에 성공한 '아르테미스-1' 임무는 유인 달 탐사에 앞서 가장 강력한 로켓 'SLS(우주발사시스템)'와 유인 우주선인 '오리온 캡슐'의 안전성과 기능 검증이 최우선이다.

SLS는 첫 위용을 드러낸 지난 3월 이후 최종 기능점검 절차인 비연소시험(WDR) 과정에서 세 차례 연료주입에 실패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후 공식 발사 일정이 8월 29일로 정해졌으나, 발사 직전 연료 주입 도중 4개 엔진 중 한 곳에서 결함과 함께 단열재 균열현상이 생겨 발사가 연기됐다. 이후 기상 악화와 액체수소 누출, 다시 허리케인 등의 악재를 거친 4전 5기 끝에 발사에 나서게 됐다.

오리온은 SLS 로켓에 실려 달 궤도에 진입한 후, 다시 지구의 바다로 귀환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오리온은 지구 재진입 때 발생하는 최대 시속 4만㎞라는 엄청난 속도와 지구 대기권 진입 시 2800도가 넘는 온도 등 극한 환경을 견뎌내야 한다.

아폴로 미션을 수행한 '새턴Ⅴ' 이후 가장 강력한 로켓으로 개발한 SLS는 약 880만 파운드(400만㎏)의 발사 추력을 갖고 있다. 유선형인 새턴Ⅴ 로켓과 달리 SLS는 우주왕복선처럼 1단 로켓인 코어 스테이지(core stage) 양옆에 한 쌍의 고체 로켓 부스터를 달아 추력을 높였다.

이번 무인 비행부터 달에 착륙하는 아르테미스Ⅲ까지 이용될 SLS는 '블록1' 모델로 27t까지 달로 실어나를 수 있도록 개발됐다. 이후 5차례에 걸쳐 블록1보다 약간 더 성능을 높인 '블록1B' 모델을 이용한 뒤 '블록2' 모델로 전환하는데, 추력이 920만 파운드로 더 강력해져 달까지 46t의 화물을 운송할 수 있게 된다. 우주발사체만큼 중요한 우주선인 오리온은 2014년 지구 궤도를 4시간에 걸쳐 돈 뒤 귀환하는 약식 시험비행을 마쳤으나 SLS에 탑재돼 본격적인 우주비행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NASA는 총 26일에 걸쳐 비행하도록 일정을 짰다. 사람 대신 탑승한 3개의 마네킹도 특별한 임무를 갖고 달로 향했다. 오리온 캡슐용으로 개발된 우주복을 입은 채 사령관석에 앉은 '무네킹 캄포스' 이름의 마네킹에는 방사선 측정 센서가 달려 있어 향후 유인 우주선 탑승 시 우주 방사선 피폭 정도를 측정한다. 좌석에는 우주선의 가속과 진동 등을 측정하는 센서가 부착됐다.

'헬가'와 '조하르'란 이름의 상반신 마네킹은 여성의 뼈와 장기, 연조직 등을 모방한 물질로 만들어졌다. 5600개의 센서와 34개의 방사능 감지기 등이 달렸고, 조하르는 방사선 차단 조끼도 착용했다. 오리온 우주선이 우주비행사를 우주 방사선에서 보호할 수 있는지, 장기간의 우주 비행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등을 확인하게 마네킹 탑승의 가장 큰 목적이다. 이날 발사에서 눈길을 끈 것은 오리온 캡슐에 NASA의 마스코트인 '스누피 인형'이 마네킹과 함께 탑승한 장면이었다.

아르테미스-1 임무가 성공하면 2단계인 아르테미스 2에서는 2024년 우주비행사 4명을 태운 오리온 캡슐이 달 궤도를 돌아 지구로 귀환하는 유인비행에 도전한다. 이어 2025년이나 2026년에는 3단계인 아르테미스 3에 도전한다. 우주비행사 4명 중 2명이 달의 남극에 착륙해 일주일간 탐사활동을 벌인 뒤 이륙해 다시 지구로 귀환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임무 명칭은 그리스 신화의 태양신 아폴로의 쌍둥이 누이이자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의 이름을 딴 '아르테미스'로 정했다. 미국의 달 프로젝트였던 '아폴로 계획'의 후속임을 알리면서 여성 우주인이 처음으로 달 표면에 발을 딛는다는 점을 강조한 작명이다.

아르테미스 임무에는 미국을 포함해 20여 개국이 참여하는데 우리나라는 지난해 5월 뒤늦게 10번째 아르테미스에 참여했다. 아르테미스 참여에 따라 우리나라는 지난 8월 처음 발사된 달 궤도선 '다누리'에 미국 나사가 달의 영구음영지역을 관측하기 위해 제작한 카메라 '섀도캠'을 장착해 달을 향해 항행 중이다. 문홍규 천문연 우주탐사그룹장은 "아르테미스 임무는 인류가 달에서 거주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고, 달 기지를 건설하기 위한 첫 관문이 될 것"이라며 "달을 발판으로 삼아 화성까지 나아가는 심우주 탐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새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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