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 출마 선언…미 언론 “민주당원이 더 신날 것”

이본영 2022. 11. 1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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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5일 밤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2024년 대선 출마 선언을 하던 중 주먹을 들어올리고 있다. 팜비치/A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중간선거 부진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 출마 선언을 강행했다. 그의 ‘분열의 정치’가 미국을 또 흔드는 가운데 ‘뜨는 해’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의 대결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일 밤(현지시각) “미국을 다시 위대하고 영광스럽게 만들기 위해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출마 신청 서류도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냈다.

그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지지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연설에서 “우리나라는 쇠퇴하고 있다”며 “바이든이 4년을 더 통치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했다. 또 “워싱턴 기득권층은 우리를 침묵시키려 하지만 그러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며, 지난 두 차례 대선 때처럼 스스로를 부패한 기득권층에 맞서는 이들의 선봉으로 내세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기 임기 중에는 중국·러시아·이란·북한이 통제됐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회담도 거론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뒤 거의 3년간 북한은 한 발의 장거리 미사일도 쏘지 않았다. 그건 좋은 일이다”라며 “오늘날 벌어지는 일을 보면 그건 실제로 매우 좋은 일이었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예상보다 상당히 부진한 성적을 올리게 만든 ‘주범’으로 몰려 있다. 공화당은 애초 높은 물가 상승률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를 배경으로 대승을 기대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아직 1석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상원 50석을 유지해 다수당 자리를 지켰다. 공화당은 하원에서는 12석의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과반 기준(218석)에 1석 모자란 217석을 확보해 다수당으로 올라설 게 확실하기는 하지만 ‘정권 심판’을 했다고 할 수는 없을 정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책임을 뒤집어쓰게 된 것은 지난해 1월 2020년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의사당 난동 사태를 사실상 사주하고, 중간선거에서도 지난 대선은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대거 공화당 후보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지지한 후보가 펜실베이니아주의 기존 상원 의석을 민주당에 내준 데 이어 애리조나주와 네바다주에서도 친트럼프 후보들이 잇따라 패해 민주당에 상원을 헌납했다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중간선거 직전 예고한 출마 선언을 강행한 것은 뱉은 말을 취소할 명분이 없는 데다, 디샌티스 주지사의 기선을 제압할 필요 때문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해석했다. 측근들은 조지아주 상원 결선투표(12월6일)까지만이라도 선언을 미루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냉담한 반응은 여론조사로 확인된다. 중간선거 직후 유고브 조사에서 공화당원들과 공화당 성향 무당파의 42%가 대선 후보로 디샌티스 주지사를 지지한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35%에 그쳤다. 공화당 성향 주들 가운데 가장 큰 텍사스주 공화당이 의뢰해 대선 경선 참여 의사가 있는 1099명을 상대로 12~13일에 한 조사에서는 디샌티스 주지사가 43%, 트럼프 전 대통령이 32%를 기록했다. 이 조사를 한 업체의 지난달 설문에서는 46%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택했고, 디샌티스 주지사는 29%에 그쳤다.

<폭스 뉴스>와 <월스트리트 저널> 등을 보유한 ‘미디어 황제’이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이 그의 세 번째 대권 도전에 반대했다는 설도 ‘탈트럼프 분위기’를 보여준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 선언에 대한 사설에서 “그를 다시 이길 수 있는 쉬운 후보로 보기 때문에 민주당원들이 공화당원들보다 더 신날 것이라는 점은 아이러니”라고 꼬집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기에 “자아도취, 자기 통제력 결여, 보좌진 모욕, 유치한 보복”을 보여줬다고 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로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을 망쳤다”고 반응했다. 그는 여기에 의사당 난동 사태 장면 등에 “폭도들을 선동”, “부자들을 위해 경제 조작”, “여성 인권 공격” 등의 문구를 넣어 미리 만든 동영상을 붙였다.

워싱턴/ 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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