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줄 막히고 미분양 늘고… 경기 악화에 주택사업장 ‘공매’ 속출

최온정 기자 2022. 11. 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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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조달 문제와 미분양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축 사업장이 줄줄이 공매에 나오고 있다.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공매로 넘어간 사업장이 속출하는 모습이다.

16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운영하는 공매포털 온비드에 따르면 경남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165-3~6번지 일대 4597㎡규모 토지에서 진행되는 공동주택 및 근린생활시설 신축 사업이 최근 공매로 나왔다. 감정가격은 225억원이다.

지난 3일 공매로 넘어간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165-3~6번지 일대 공동주택 및 근린생활시설 신축 사업장 전경./네이버 거리뷰

창원역세권에 위치한 이 사업장은 다인건설이 시공을, 다인건설의 계열사인 로얄홀딩스주식회사가 시행을 맡았다. 이 사업장에는 ‘다인로얄팰리스’라는 이름을 단 오피스텔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정률 20% 상태로 공매에 넘어갔다.

해당 물건의 담보신탁을 맡은 코람코자산신탁 관계자는 “위탁자인 시행사와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이 오피스텔은 사전예약 방식으로 분양이 진행됐는데, 사업이 중단되면서 일부 수분양자를 제외한 대부분이 환불을 받았다”고 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남면 신화리 1604-5번지 일대에서도 오피스텔 및 근린생활시설을 짓는 용도로 건축허가를 받은 토지 3826㎡가 지난달 공매로 나왔다. 최초 감정가는 234억원이었지만, 5차례 유찰 끝에 139억원에 낙찰됐다.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는 대구에서도 공사중단 이후 공매로 나온 사업지가 속출하고 있다. 대구 중구 태평로2가 37-3번지 일대에서는 지난 5월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430가구 규모 아파트 건설 사업이 지난달 공매로 나왔다. 이후 이달 10일까지 8차례 공매를 진행했지만, 모두 유찰됐다.

대구 중구 동산동에서 도원동산개발이 추진했던 주상복합 아파트 재개발 사업도 지난 5월 공매로 넘어갔다. 지난해 8월 사업승인을 받아 사업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도원동산개발이 채무불이행을 상태에 빠지면서 공매로 나왔다.

공사 중단으로 인한 공매 위기는 수도권으로 번지고 있다. 인천광역시 웅진군 영흥면 내리 1212-3번지 일대에서는 연면적 1만8235㎡규모 숙박시설인 ‘쎄시오 리조트’를 짓던 중 공사가 중단되면서 리조트가 들어서는 토지 9960㎡가 지난 8월 공매로 나왔다. 이후 12차례 공매가 진행됐으나 모두 유찰돼 아직까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 사업장은 군인공제회 자회사인 공우이엔씨가 시공사를 맡았으며, 2015년 건축허가를 받아 토목공사를 진행하던 중이었다. 리조트는 2개 동으로 구성되며, 각각 지하 2층~지상 4층, 지하2층~지상3층으로 지어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내외 여건 악화로 시공사가 사업을 포기하면서 현재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하도급 업체들이 유치권 행사를 하고 있다.

화성시 장안면 사랑리 일대에서도 총 1595가구(4개동, 지하1층~지상 26층)를 짓는 공동주택 사업장이 지난 7월 공매로 나왔다. 시공사인 반도건설은 지난 5월까지도 토목공사를 진행했고 본 PF 대출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올해 2월로 예정됐던 분양이 지연되면서 시행사인 장안개발의 채무불이행이 발생했고, 공매로 넘어갔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지속하는 와중에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의 자금경색이 심화해 공매로 넘어가는 사업장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부동산 PF 대출 잔액이 112조원을 넘어서면서 자금경색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자금조달에 실패해 공사가 중단된 사업장이 공매로 나오는 사례가 작년과 비교해 상당히 증가했다”면서 “지금 공매에 나오는 물건은 올해 상반기에 문제가 된 것들인데, 금리인상과 PF 대출시장 경색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만큼 앞으로 공매로 나오는 사업장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시행업계의 도산 우려는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시행업계 관계자는 “자금조달과 금리인상 등 문제로 진행하려는 사업들을 지연하는 시행사가 많다”면서 “특히 중소 중견시행사의 경우 신용도 문제로 자금조달이 쉽지 않아 도산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개발은 성공할 경우 수익이 크지만 그만큼 위험이 따르는 사업”이라면서 “현재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접어든 만큼 사업 여건 악화로 공매로 넘어가는 사업장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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