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국영 상점 확대에 대한 4가지 해석 [유레카]

박민희 2022. 11. 1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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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공사의 공동식당에 모여 함께 밥을 먹고 함께 노동하며, 국영상점에서 배급표로 생필품을 사고, 직장(딴웨이)에 속한 탁아소와 양로원, 의료시설을 이용하는 일상.

마오쩌둥 시대를 상징하는 이런 풍경이 21세기 중국에 되돌아오는가? 시진핑 3연임 시대가 막을 올리자마자 논쟁이 뜨겁다.

10월31일 중국 주택건설부와 민정부는 전국 각 시·구 정부가 공동식당, 상점, 유아원, 탁아소, 양로원, 의료시설을 갖춘 '완전한 거주단지'(完整社區)를 시범 건설하도록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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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인민공사의 공동식당에 모여 함께 밥을 먹고 함께 노동하며, 국영상점에서 배급표로 생필품을 사고, 직장(딴웨이)에 속한 탁아소와 양로원, 의료시설을 이용하는 일상. 마오쩌둥 시대를 상징하는 이런 풍경이 21세기 중국에 되돌아오는가? 시진핑 3연임 시대가 막을 올리자마자 논쟁이 뜨겁다.

지난달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가 끝난 뒤, 국영 상점인 공소사(供銷社·공급판매합작사)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대도시에서 확대되고 있다고 관영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 ‘국영식당’이 영업을 시작했다는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10월31일 중국 주택건설부와 민정부는 전국 각 시·구 정부가 공동식당, 상점, 유아원, 탁아소, 양로원, 의료시설을 갖춘 ‘완전한 거주단지’(完整社區)를 시범 건설하도록 지시했다.

공소사는 마오쩌둥 시대인 1950년대에 정부가 직접 농촌에서 농산물을 구입해 전국에서 배급하고, 농민들에게 비료와 농기계 등을 공급하는 조직으로 시작됐다. 대약진과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국영상점 역할까지 맡게 되었다. 중국인들에게 공소사는 ‘쌀표나 면표 등을 가져가 물품으로 교환하던 시대’의 상징이다. 개혁개방 이후에도 명맥은 유지되었지만,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가게와 마트, 전자상거래가 확대되면서, 공소사는 구시대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뒤 공소사의 역할을 강조하기 시작했고, 특히 올해는 당의 지지와 관영언론의 대대적 홍보 속에 공소사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계획경제 시대로 돌아가느냐’는 논쟁을 일으켰고, 민영기업과 소상인들에게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경제에서 이처럼 국유 경제의 역할이 강화되는 배경에 대해 4가지 해석이 있다. 우선, 미-중 패권 경쟁과 중국의 성장률 둔화 등으로 불안을 느끼는 중국공산당이 경제·사회 전반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더욱 강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국제경제와의 ‘디커플링’ 가능성에 대비하면서 식량 안보와 생필품 자급자족을 추진하려 한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대만과의 무력 통일을 염두에 둔 일종의 ‘전시체제’ 준비라는 해석이다. 네번째로, 시진핑 주석이 강조하는 ‘공동부유’ 정책을 띄우면서, 국가 자본주의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일 수도 있다.

중국 경제 전문가인 이현태 인천대 교수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60~70%를 민간기업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계획경제로 돌아가거나 국유기업의 역할을 과도하게 확대해 스스로 성장 동력을 없애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안보를 경제 성장보다 우위에 두려는 시진핑 3기의 중국이 어디까지 국가의 통제를 강화할지를 주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중 경제관계뿐 아니라 동북아 평화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박민희 논설위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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