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명복 빈다” 편지에도 서울시 공무원들 ‘부글’…내부부터 추슬러야
공무원 사망 계기 “고위직 책임 회피…안전총괄실만 이태원 참사 책임” 반발 거세
국회 자료 요구에도 무응답…“수뇌부 교통정리·공정한 인사 필요” 지적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1일 안전총괄실 과장급 공무원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사건에 대해 “서울시 수장으로서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석연찮은 사망의 배경을 둘러싸고 내부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시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한 사후 대응 과정에서 오 시장에 대한 책임론을 차단하는 데에 급급했고, 숨진 공무원이 참사 관련 업무를 담당했는데도 “(참사 업무와) 관련이 없다”고 최초 해명하는 등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안전총괄실의 업무 특성상 현장 사정에 밝고 중량감 있는 간부가 배치되어야 함에도, 졸속으로 공석 메우기에 급급했던 지난 정기 인사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숨진 공무원의 발인일이었던 지난 14일 시청 공무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소중한 동료 한 분이 정말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나갔다”며 “어떤 중압감이 그분을 짓눌렀을지 한없이 안타깝다”고 추모했다. 이어 “여전히 조직 내·외부의 자료 요구와 참사 사후 수습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직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며 “힘겨운 업무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을지 근본적으로 고민하겠다”고 약속했다. 오 시장은 또 “우리 안에 어떤 불합리가 있는지 살펴보는 계기로 삼겠다”며 “직원들의 속내를 듣고 긴밀히 소통할 수 있는 방식도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오 시장이 직원 민심 달래기에 나섰음에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엔 오 시장과 시청을 비난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태원 참사 향후 대응 계획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는 ‘시장단’에 대한 공무원들의 거부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사망한 간부가 공무원 부부이고 평소 성실하게 근무해온 점도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한 시청 공무원은 “고위 간부들이 책임을 피하려는 태도로 일관하면서 사명감으로 일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청 간부도 “참사 대응 체계에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는데도 안전총괄실에 모든 책임을 지우려는 의도가 보인다”며 “행정2부시장 산하 선임 부서인 안전총괄실의 격에 맞지 않게 그동안 인사철마다 많은 문제가 있었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난 8월 12일 자로 최진석 안전총괄실장과 장영민 안전총괄관을 급하게 발령냈다. 애초 실장과 총괄관 보직 모두를 공석으로 뒀다가 같은 달 8~9일 이어진 폭우 대응에 지장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자 ‘뒷북 조치’를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도시계획과장에서 2020년 7월 부이사관(3급)으로 승진해 도시계획국장을 맡고 있던 최 실장이 갑자기 1급 실장직 직무대리를 하게 됐다. 장 총괄관은 올해 6월까지 노동정책담당관(4급)으로 일하다 부이사관 승진 예정자가 됐는데, 안전 업무 현장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발령을 받았다. 이렇게 보직 경로·서열 등을 무시하는 인사가 이뤄지는 바람에 두 간부는 한동안 조직 체계를 잡는 데 애를 먹은 것으로 전해진다.
시 내부의 책임 회피·거부감은 외부로도 고스란히 표출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태원 참사 관련 사실관계를 확인하려는 언론들의 문의에도 불성실하게 대응해 원성을 샀다. 국민을 대표해 국회에서 자료를 요구해도 무응답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한 국회의원실 보좌관은 “요즘 서울시에 자료를 요구하면 생전 안 온다”며 “공무원들이 번거롭지 않게 특정 부서와 자료 내역을 정확하게 요청해도 불통”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시는 이런 내·외부의 비판적 반응을 의식한 듯 ‘직원 마음 다독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오 시장이 이메일을 통해 직원들을 공개 위로한데 이어, 김의승 행정1부시장도 직원들에게 감사 메시지를 담아 간식을 돌리기도 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오 시장이 민선 8기 역점 사업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의 호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태원 참사 대응에 있어 수뇌부가 직접 교통정리를 하고 성과·신상필벌에 기초해 공정한 인사를 해야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노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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