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 50대에도 치매에 걸릴 수 있나요? 초로기 치매란?

전소연 충남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2. 11. 1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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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연 충남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노인정신건강클리닉에서 진료하고 있지만, 종종 50대 초중반의 환자들이 기억력이 떨어진다며 배우자 또는 자녀와 함께 오는 경우가 있다. 이 연령대에서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하면, 양성 건망증 정도지만 치매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내원하거나 우울증이 심한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실제로 기분저하나 다른 신체적인 질환 없이 인지기능이 두드러지게 떨어져 치매로 진단되는 경우들이 있다.

치매는 노인성 질환으로 70대 이상에서 발병한다고 여기기 쉬우나, 65세 미만 에서 나타나는 초로기 치매(조기발병 치매)도 적지 않다. 중앙치매센터가 발표한 '2021 대한민국 치매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치매 환자 91만 2000여 명 중 초로기 치매 환자는 8만 2000여 명으로 약 9.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전체 치매 환자 10명 가운데 1명은 초로기 치매라는 것이다.

초로기 치매의 원인질환은 다양하나, 대부분 노년기 치매보다 뇌세포의 손상 속도가 더 빠르고, 인지기능 저하의 속도가 빠르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초로기 치매환자는 40-50대로 사회활동이 가장 왕성하고, 아직은 독립하지 않은 자녀를 둔 경우가 많아 그 환자의 가족들도 심리적·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초로기 치매의 원인질환 중 가장 흔한 3가지인 알츠하이머 치매, 혈관성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려고 한다.

첫 번째 알츠하이머 치매다. 노년기 치매와 마찬가지로 초로기 치매에서도 알츠하이머 치매가 가장 흔한데 가족력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가족성 알츠하이머 치매는 초로기 알츠하이머 치매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부모 중 어느 한쪽이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는 알츠하이머병 관련 유전자변이를 갖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다른 인지기능 (지남력, 시공간능력, 언어능력 등)보다 기억력 저하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두 번째로,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생기는 혈관성 치매는 중년기부터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심부정맥, 음주 등 뇌혈관위험인자가 있고, 이것이 잘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 발생한다.

세 번째로 전두측두엽 치매는 전체 치매의 약 2-5%를 차지하나 초로기 치매의 12-15%를 차지하는 만큼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생한다. 감정조절과 판단력을 담당하는 전두엽과, 언어를 담당하는 측두엽이 손상되어 나타나는데, 전두엽이 침범되는 행동변이형 전두측두엽치매는 주로 40-50대에 발생하게 된다. 이 치매는 이른 나이에 발병하기도 하나 기억력 저하보다는 감정 및 충동 조절의 어려움이 초기 증상이기 때문에 치매보다는 갱년기 증상이나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로 인한 반응 정도로 생각하고 병원에 늦게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50대 후반인데, 이미 당뇨를 진단받았고 조절이 비교적 잘 되던 편이나, 2년 전부터 식욕 및 식단조절이 어려워 당화혈색소가 13 이상(6.5 이상이면 당뇨로 진단)으로 측정되고 쉽게 화를 낸다며 우울증인 것 같다고 내원한 환자가 있었고, 검진 결과 전두측두엽치매였다. 또한 다정다감하던 배우자가 감정이 결여되고 말수가 줄어들고 평소 같으면 하지 않을 법한 행동을 보인다며 오는 경우도 많다. 아직 공인된 치료약은 없지만, 진단을 제대로 받는다면 증상 조절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약들도 있고, 적절한 치료 개입을 통해 환자 및 보호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65세 미만이라 하더라도 기억력 저하로 인해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 불편함이 지속되고, 주변에서 힌트를 줘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치매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또한 기억력 저하는 두드러지지 않더라도 젊었을 때 보이지 않았던 감정 및 충동 조절의 어려움을 보인다면 노인정신건강전문의를 찾아 우울증 비롯 인지기능저하에 대한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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