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박지빈 “살인마役 고민 많았다, 당위성 없어야”[EN:인터뷰]

황혜진 2022. 11. 1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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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황혜진 기자]

"살인마 캐릭터에는 어떠한 당위성도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배우 박지빈은 11월 5일 종영한 tvN 금토드라마 '블라인드'(극본 권기경/연출 신용휘)에서 정인성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블라인드'는 연속되는 살인사건과 함께 20년 전 과거의 진실을 파헤쳐가는 과정을 다뤘다. 과거의 죄악으로 얽힌 세 인물이 진실을 쫓아가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도 강렬한 메시지를 전했다.

극 초중반 IT 보안회사 엔지니어 정인성으로 분해 배려심 넘치고 온화한 인물을 연기했던 그는 12회 사이코패스 살인마 정윤재라는 진짜 정체를 드러냈다. 시청자들은 정윤재가 공범인 형 류성훈(하석진 분)과 함께 희망복지원 살인 사건을 일으킨 진범이었다는 반전에 경악했다.

드라마 종영을 기념해 14일 서울 중구 김청기 기념관에서 뉴스엔과 만난 박지빈은 "촬영은 8월에 끝났지만 방송이 끝나고 나서야 진짜 끝난 것 같았다. 주말에 별로 생각이 안 날 것 같았는데 금요일, 토요일만 되면 '블라인드'가 생각난다. 정말 재밌게 잘 찍은 작품"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정체가 12회~13회 때 뒤늦게 밝혀져서 너무 하고 싶었던 홍보를 많이 하지 못했어요. 현장에서 찍은 사진이 거의 다 우비를 입고 찍은 사진들이라 올리지 못하겠더라고요.(웃음) 앞에 서사를 풀다 보니까 12부가 돼서야 정체를 밝힐 수 있게 됐어요. 감독님은 원래 좀 더 빨리 제 정체를 밝히고 싶어 하셨어요."

정윤재의 정체는 동료 배우들이나 스태프들, 지인들에게조차 비밀이었다. 박지빈은 "대본 리딩 때도 제작진 분들이 아주 철저했다. 리딩 장소에 아역 배우와 성인 배우들의 이름이 자리에 다 붙어 있었다는데 나랑 몇 명만 이름이 없더라. '정인성 역과 정윤재 역'이라고 적혀 있어야 했는데 어린 윤재 표시에도 성인 윤재가 누구인지 안 써 있었다. 그래서 난 리딩 때도 당당하게 인사도 못 했다. (감독님이) 아무도 정체를 모르니까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동료 배우 분들도 정체를 모르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리딩 끝나자마자 나가려고 하는데 하석진 형이 와서 '네가 동생이라며'라고 했다. 감독님이 비밀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하나 싶었다. '맞다. 잘 부탁드린다'고 조심스럽게 인사하고 헤어졌는데 촬영이 거듭될수록 배우들 한 명 한 명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다들 저한테 조용히 와서 말을 걸더라고요. (정)은지 누나, 택연이 형까지. 배심원을 연기한 배우 분들은 원래 모르고 있었어요. 나중에 법정 신에서 은지 누나가 절 가리키며 정체를 알려줘 그때 배심원들도 알게 됐죠. 많이 놀라시더라고요. 그전까지 서로 다 의심했어요. 진실게임을 하듯이 서로 '너지?'라고 물어봤어요. 정체가 밝혀지기 전까지 정은지 누나, 하석진 형도 의심받았어요. 서로가 서로를 못 믿는, 의심만 가득한 현장이었습니다.(웃음)

살인마 역할인 만큼 연기적 고민이 적지 않았다. 박지빈은 "처음에 이런 캐릭터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감독님한테 또 한 번 여쭤봤다. 살인을 하는 센 역할인데 잘 어울릴까, 납득이 갈까 싶었다. 나름대로 형, 누나들 속에 잘 묻어 찍었던 것 같다. 감독님은 눈빛 때문에 날 캐스팅했다고 하더라. 아역 친구 섭외의 경우에도 최대한 내 눈빛과 비슷한 배우를 캐스팅했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현장에서도 감독님, 촬영 감독님, 조명 감독님들 모두 다 신경을 많이 써 주셨다. 선해 보이는데 요즘 말로 '도른 자'(돌은 자) 같은 연기를 해 줬으면 좋겠다고 해 주셔서 열심히 해보겠다고 했다. 감독님이 너무 칭찬을 많이 해줬다. 12~13부 편집 끝내고 연락해 너무 잘했다고, 고맙다고 인사를 해 주셨다. 올해 들었던 칭찬 중 최고의 칭찬이 아닐까 싶다. 작품을 하고 그런 연락을 받았다는 게 너무 뿌듯했다. 본 방송 보기 전이었는데도 뿌듯했다. 덕분에 큰 힘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살인 연기를 위해 별도로 참고한 작품이나 역할, 배우는 없었다고. 다만 캐릭터에 몰입해 인터넷 창에 '손목 묶는 법' 등 섬뜩한 내용을 검색한 적은 있다고 털어놨다. 박지빈은 "촬영 끝나고 인터넷 검색을 하려고 했는데 예전 검색 기록이 뜨더라. 촬영할 때 그런 연기를 해야 하니까 검색을 했었나 보다. 살인 연기에 매력을 느끼고 그런 건 아니었다. 다만 캐릭터를 소화하려고 하다 보니까 그런 걸 찾게 됐던 것 같다. 그 검색 기록에 스스로 소름이 돋았다. 누가 봤으면 '얘는 뭔가' 싶었을 것 같다. 많은 상상을 하며 최대한 현실에 가깝게 표현하고자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다. 시청자들이 봤을 때 너무 '뜬금포'만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다"고 말했다.

"SBS '꼬꼬무'(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도 이 사건을 다뤘더더라고요. '사이코패스 살인자 캐릭터에 당위성이 있는 게 맞나'를 가장 많이 고민했어요. 얘도 얘만의 서사가 있겠지만 시청자들에게 납득이 될 수 있게 표현되면 안 �浜ぐ� 생각했어요. 태생부터 돌연변이로 태어난, 도덕적인 부분이 없는, 그냥 나쁜 애로 그리려고 했죠. 어떠한 당위성도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제일 컸어요. 전작에서는 트랜스젠더 역을 맡았고 이번에는 살인자 역이었는데 민감한 부분이 있기에 더 조심스럽게 접근했어요. 단지 그림, 작품만을 위해 표현하는 캐릭터라기보다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입장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왜곡되지 않으면서 좀 더 드라마적 요소로 봐주실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컸죠."

5월 종영한 tvN '살인자의 쇼핑목록'에 이어 '블라인드'까지, 박지빈은 2연속 색다른 캐릭터를 맞춤옷처럼 소화하며 필모그래피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다. 박지빈은 "사실 하기 전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 해봤을 때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이 들면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뜻이니까. 도전, 변신이라고 봐주시는 시청자 분들이 계시더라. 의도한 건 아닌데 남들이 봤을 때 되게 다르게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시작했을 때는 큰 생각 없이 재밌어서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결말에 대해 만족하냐는 물음에는 "모르겠다"며 웃었다. 박지빈은 "12~13부 때 그런 이야기는 했다. 폭탄이 안 터져서 총 들고 내려갔는데 하석진 형이 있고, 내 옆에 있던 택연 형이 총을 겨누는 장면이 있다. 그때 총소리가 울리며 끝났더라면 차라리 더 죽음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가 류성준을 쐈는지, 류성준이 날 쐈는지도 모르는 채로 끝나는 거니까. 정윤재를 죽이느냐 마느냐, 죽으면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다. 류성훈과 작전 짜는 모습에서도 연민의 감정이 안 느껴지게 하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그래서 죽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아무런 공감을 못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렇게 죽는 그림을 만드신 게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이어 "이런 장르물의 경우 마니아 시청자 분들이 많이 계시기에 그분들의 평가가 괜찮다면 사실 괜찮은 거라고 생각한다. 난 오히려 시청률에 큰 변화가 없어 좋았다. 3%대를 유지한 것도 너무 감사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들더라. 장르 자체가 모든 이들이 보고 공감할 수 있는 장르, 열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만한 장르는 아니다 보니까. 많이 다크하고 많이 무거운 작품이었지만 어쨌든 보시기 시작한 분들은 끝까지 봐주셨다는 뜻이니까 그게 오히려 더 좋았다"고 덧붙였다.

함께 고생한 동료 배우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박지빈은 정은지와 택연, 하석진, 오승윤, 김법래 등 상대역들과의 합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며 "일단 택연 형은 항상 혼자 핫식스를 먹고 있는 듯한 텐션이었다. 정은지 누나랑 함께 파이팅 넘치는 영상을 많이 찍었다. 형 덕분에 현장 텐션이 높았다. 하석진 형은 약간 조용하게 항상 툭툭 뱉는 말들이 많이 재밌고 웃겼다. 정은지 누나랑은 장난을 많이 쳤다. 진짜 친한 누나, 동생처럼 편안하게 재밌게 찍었다"고 말했다.

김법래와는 남다른 인연이 있는 사이다. 데뷔작인 뮤지컬 '토미'(2001)에서 아버지와 아들 역할로 호흡을 맞춘 것. 박지빈은 "김법래 선배님은 2001년 데뷔작에서 내 아버지 역할이었다. 선배님의 작품을 보러 갔던 적은 있지만 작품에서 만난 건 21년 만에 처음이었다. 같이 작품을 하게 돼 신기했다. 선배님이 반갑게 우리 어머니 안부도 물어봐 주셨다. 마지막에 목욕탕 안에서 죽이는 신 찍을 때 '아버지 가시죠'라고 했다. 너무 재밌었다"고 밝혔다.

이어 오승윤과는 KBS 2TV '매직키드 마수리' 특별 출연 당시 함께한 기억이 있다며 "그때 내가 정말 단역으로 출연했다. 형이랑 작품에서 만난 건 그 이후로 처음이다. 감독님은 서로 아역 출신인 거 아니까 너무 좋아해 줬다. 우리 둘을 보는 게 정말 재밌었나 보다"고 말했다.

박지빈은 올해 KBS 2TV '붉은 단심' 특별 출연을 시작으로 '살인자의 쇼핑목록', '블라인드'까지 3개 드라마에 연속으로 출연하며 열일했다. 박지빈은 "그냥 좋았다. '신도 이유를 알 수 없다'라는 말처럼 그냥 기분 좋았던 시간이 많은 해였다. 반대로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시간도 있었다. 그래서 내면적으로 기복이 엄청 컸던 해였다"고 털어놨다.

"'나한테 이런 감정의 스펙트럼이 또 있구나'를 새롭게 알게 된 해였어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올해가 이런 해가 될 거라고 생각을 아예 하지 못했거든요. 정말 제 생각대로 된 게 하나도 없었어요. 제 감정을 크게 벗어난 일들이 많았기에 너무 복잡했어요. 눈 뜨고 정신 차려 보니까 올해가 거의 끝나가네요. 뭔가 헛헛하기도 하고 빨리 다시 현장에 가고 싶기도 해요. 다시 집보다 현장이 좋아졌어요."

(사진=커즈나인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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