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제는 한국이 붙어야 잘 팔린다

이현승 기자 2022. 11. 16. 07: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미국 주류 업계의 신성으로 떠오른 '루나 하드셀처(Lunar Hard Seltzer)'는 사명에서 알 수 있듯 하드셀처를 주로 취급하는 회사다.

한국산 매실로 만든 하드셀처다.

미국판 마켓컬리인 김씨마켓의 창업주 라이언킴은 "쌀, 장, 기름 등 한국산 고급 식재료에 대한 현지인 수요가 코로나를 거치며 확 늘었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미국 주류 업계의 신성으로 떠오른 ‘루나 하드셀처(Lunar Hard Seltzer)’는 사명에서 알 수 있듯 하드셀처를 주로 취급하는 회사다. 2019년 설립 후 3년 만에 뉴욕에만 250개 매장을 열었고 32개 주에 진출했으며 매출은 6배 성장했다.

하드셀처는 탄산수(seltzer)와 알코올을 섞고 과일향을 가미한 주류의 일종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미지의 전염병을 겪으며 건강에 민감해진 미국 소비자들은 논알콜(non-alcohol) 소비를 늘렸고 하드셀처 시장도 성장 중이다.

범람하는 논알콜 전문 매장 속에서 루나 하드셀처의 차별성은 ‘아시안 수제 하드셀처 브랜드’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나온다. 아시안계 미국인인 두 창업자는 한국식 프라이드 치킨을 먹다가 “여기에 잘 어울리는 술은 왜 없을까?”란 의문을 느껴 회사를 창업했다.

루나 하드셀처의 대표 메뉴는 ‘코리안 플럼 하드셀처(KOREAN PLUM HARD SELTZER)’. 한국산 매실로 만든 하드셀처다. 유자, 패션후르츠, 리치 등 다양한 과일을 원료로 한 제품을 내놨지만 제품명에 국가명이 들어간 건 이게 유일하다.

제품 설명에도 ‘한국산 매실액을 썼다’는 점을 강조했다. 홈페이지 내 판매 화면에는 김치와 양파절임, 파절임, 쌈장 등 삼겹살 곁들임 음식과 자사 하드셀처를 함께 플레이팅한 이미지를 띄워놨다. 한국과의 관련성을 강조한 이유는 명확하다. 그래야 잘 팔리기 때문이다.

이달 방문한 미국 뉴욕에서 만난 현지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한국 인지도가 너무 낮아 국적을 굳이 드러내지 않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한국 제품임을 어필 해야 먹히는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 음식은 ‘힙(hip·유행에 앞서는 것)하고, 독특하면서도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한다.

한국 콘텐츠 인기 덕분에 한류를 주입할 필요 없이 자연스러운 문화 마케팅이 가능해졌다. 현지 매체에서 ‘한국 드라마는 이것 없이 끝나지 않는다’고 소개한 소주가 대표적이다. 작년 미국 매출 1000억원을 넘은 BBQ의 현지 가맹점주들은 “과일소주는 꼭 입고시켜달라”고 본사에 부탁한다.

정부 주도의 한식 세계화가 실패로 끝난 이후에도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한식의 가능성을 증명해낸 수많은 셰프들의 역할도 컸다. ‘아시아 음식은 길거리에서 먹는 종이박스에 담긴 음식’이란 단편적인 인식을 깨부순 뉴욕의 한식당 9개가 올해 미쉐린 스타를 받았다. 미쉐린 뉴욕 역대 최다 성적이다.

미국판 마켓컬리인 김씨마켓의 창업주 라이언킴은 “쌀, 장, 기름 등 한국산 고급 식재료에 대한 현지인 수요가 코로나를 거치며 확 늘었다”고 말했다. 2019년 설립된 이 회사는 온오프라인 채널에 대한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지 않았는데도 거의 제로에 가까웠던 B2C(소비자 대상 판매) 매출 현지인 비중이 55%까지 확대됐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한식 세계화를 추진할 때 쉐프들 사이에서 한식 고유성을 살릴 것인지, 현지 입맛에 맞게 변형시킬지가 뜨거운 감자였다. 발음도 어려운 동방의 작은 국가 음식을 누가 먹겠냐는 게 한국인의 오랜 자격지심이었다.

지금 미국에서 주목 받은 한국 음식들은 한국인들이 먹는 맛을 그대로를 재현한 경우가 많다. 한국식 바비큐로 미쉐린 1스타를 받은 뉴욕의 꽃(COTE)은 만두를 덤플링(dumpling)이 아닌 ‘mandoo’로, 반찬을 ‘Ban-Chan’으로, 쌈장을 ‘Ssam-jang’으로 소개한다. 한식의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은 한국인 뿐 인듯 하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