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강원 노포 탐방] 24. 고성 꿀벌식당

지산 2022. 11. 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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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기른 싱싱한 식재료 꿀 같이 맛있는 비결이죠
고성군 남서쪽 끝자락 ‘42년 전통’ 맛집
꿀벌식당 운영하는 함덕만·김승순 부부
1980년 군 장병 주고객 ‘군계가든’ 개업
꿀 같이 음식 맛있어 ‘꿀벌식당’ 상호 변경
직접 기른 재료 덕에 사계절 내내 인기
방송 출연으로 고성 관광객 발길 이어져
꿀벌식당 더덕구이

국도 46호선의 진부령 구간, 고성군의 남서쪽 끝자락 인제군과 맞닿은 곳에 위치한 꿀벌식당은 함덕만(87)·김승순(73) 씨 부부가 1980년 개업한 이래 뛰어난 맛과 정성스러운 음식으로 반세기 동안 고객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맛집이다. 식당의 주인이자 주방장으로 음식을 직접 준비하는 승순 씨는 1950년 강릉 주문진 부호의 가정에서 태어났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17살이 되던 해, 승순씨는 노래 부르기를 너무 좋아해 가수가 되겠다는 큰꿈을 안고 그 당시 초가집 한 채를 살 수 있는 돈 보따리를 들고 서울로 향했다. “각종 노래대회에서 1등을 휩쓸었다. 하지만 중학교 졸업장과 150㎝의 작은 키를 가진 나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실망이 매우 컸다. 그러던 중 부모의 중매로 한의사였던 남편을 만나 결혼해 대구에서 가정을 꾸렸다.”

슬하에 1남 1녀를 둔 행복하고 평범한 생활을 하던 어느 해 남편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그녀에게 큰 충격이었다.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이곳저곳 전국 방방곡곡 여행을 다녔다. 그러다 이곳 고성의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 잠시 머물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생전에 남편은 나에게 침술을 가르쳐 줬는데 나도 그 일을 좋아했다. 그래서 처음 이곳, 고성에 정착해서 침술원을 열었다.”

꿀벌식당을 운영하는 함덕만 김승순부부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침술원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뇌경색으로 팔다리가 마비된 한 남자가 들어왔다. 그를 정성으로 보살피고 치료해 주었고, 그것이 인연이 돼 우리는 부부가 됐다.” 아픈 이들을 돌봐주고 침술을 통해 치유하는 일을 좋아했던 그는 침술사 자격증에 여러 번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그런 후 음식 솜씨가 남달랐던 그가 지금의 남편과 시작한 것이 바로 이 식당이다. 부부는 1980년 간성읍 흘3리 산자락 밑에 군인들을 고객으로 삼아 ‘군계가든’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식당을 열었다. 고성군과 인제군의 경계에 있다는 뜻으로 그렇게 이름 지었다. “처음 식당을 열었을 때는 인근 군부대 장병들이 주 고객이었다. 맛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음식이 꿀같이 맛있으니 꿀식당 또는 꿀벌식당으로 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 지난 1992년 ‘꿀벌식당’으로 상호를 바꾸게 됐다.”

지역 군부대 장병들은 손님이라기보다는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맛있는 반찬을 만들면 맛보라고 챙겨주곤 했다. 인근의 군부대는 승순 씨를 국방부에 추천했고 이로 인해 2002년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가을 단풍시즌이 끝나갈 무렵, 관광객의 발길이 줄어드는 11월의 평일 낮임에도 식당을 찾은 손님들이 많았다. 이제는 입소문을 타 많은 고객들이 찾고 있다. 하지만 사업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처음 식당을 열었을 때 인근 군부대 장병들 외엔 손님들이 없었다. 차량 통행량이 많지 않은 진부령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어 외지에서 온 여행자들이 지나가다 들르곤 했는데 ‘어소 오이소’하고 반갑게 맞이하면 들어오던 손님들이 발길을 돌리고 그냥 가 버리기도 했다. 처음엔 그 이유를 몰랐는데 몇 년이 지난 후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경상도 어투 때문이라는 것을 한참 뒤에 깨달았지만 나의 말투는 바뀌지 않더라.”

이런 승순 씨의 마음고생은 20년 가까이 지속됐다고 한다. 경상도 어투는 바꾸지 못했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그런 일 때문에 손님들이 발길을 돌리는 일은 사라졌다.

승순 씨의 요리는 방송을 타고 전국에 알려져 이제는 대한민국 방방곡곡에서 고성을 찾는 관광객들이 사계절 찾아 드는 맛집이 됐다. 봄에는 산채비빔밥이 아주 잘 나간다. 산나물들은 모두 남편이 인근 산에서 직접 캐거나 텃밭에서 기르는데 산나물이 항상 부족해 애를 먹을 정도다. 여름, 특히 복날이 다가오면 토종닭 백숙을 찾는 이들이 많은데 식당 앞 진부령 계곡에 상을 차려 주면 시원한 계곡에 발 담그고 백숙과 함께 막걸리 한 잔 하면 더위가 싹 가신다며 손님들이 즐겨 찾는다. 더덕 수확철인 가을에는 더덕구이가, 겨울에는 따뜻한 청국장을 많이들 찾는다. 모두 승순 씨가 직접 담근 재료를 활용한다. “음식 맛은 재료에 달려있는 것 같다. 음식은 무엇보다 맛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잘 먹고 그래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 90이 가까운 나이에 비해 매우 건강해 보이는 남편 덕만씨는 아직도 직접 산나물을 채취하고 장을 보는 등 아내 승순 씨를 도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서 온 오미자(47)씨는 진부령을 넘어 고성 방문을 할 때마다 이 식당을 찾는다고 한다. “양념이 적절히 배인 더덕이 아삭아삭 바삭바삭 씹히는 식감과 맛이 일품이다. 청국장의 담백하고 고소한 맛은 그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승순 씨는 ‘내일은 어떤 반찬을 준비해서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 줄까’에 대해 늘 고민 한다. “음식을 팔아 돈을 번다는 생각 보다는 내 가족 내 이웃이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정성가득한 집 밥을 만든다고 생각해 누구라도 마음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 고 말하는 승순 씨는 막내 딸이 음식 솜씨가 자신보다 좋아서 믿고 맡길 수 있을 것 같다며 반세기를 이어 온 식당이 딸에게 전승돼 앞으로 100년, 변치 않는 맛집 식당으로 사랑받길 바란다. 간성읍 흘3리(진부령로 422) 꿀벌식당을 반세기 동안 운영해 온 이들 노부부는 오늘도 변함없이 건강하고 맛있는 먹거리로 여행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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